지검장 맨아래 위치한 배치표가 출발점
정치적 중립 절대요소… 선거사범 엄정수사
서민접촉 많은 형사부 수사시스템 대폭정비
"시대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조직은 도태하게 되게 마련입니다. 검찰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전지검에 혁신과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조 지검장은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기존의 ‘구각`을 일신시키는 여러 실험을 대전지방검찰청에 적용시키고 있어 전국 검찰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조근호 지검장은 "검찰 경영의 시작은 고객인 국민과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섬길 때 최대의 창출효과를 낸다"며 "앞으로 GWP(Great Work Place 신나고 즐거운 일터 만들기)운동과 같은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등 대전지검이 세계화시대 속에서 미래를 열어가는 좌표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책속에서 ‘진리`를 찾고 대한민국 검찰의 미래상을 찾아가고 있는 조 지검장을 만나 검찰 경영관을 들어봤다.그가 말하는 요지는 “국민을 섬기는 검찰상 정립”이다. <편집자 주>
▲`우리의 고객인 국민과 내부 고객인 직원을 최우선으로 섬긴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검찰 경영입니다. 이는 고객에 대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존재하는 기업 경영과 맞닿는 것입니다.
검찰 경영의 출발점 역시 고객인 국민을 섬기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내부 고객인 직원을 최우선으로 섬기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배치표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검사장이 맨위에, 그 아래 차장검사, 부장검사, 평검사 순으로 배치돼 있던 종전의 배치표를 제가 정점이 아니라 국민이 정점으로, 그 다음은 하위직원에 이어 중간관리자, 저는 맨 아래 위치하도록 바꾼 것입니다.
검찰의 존립 가치를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며 생각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책상에 두고 보는 배치표를 바꾸는 방법을 택해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범죄예방위원들을 만났는데 그 중 위원장이신 분이 검찰을 방문했을 때 정중히 인사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흥분하면서 말할 건넬 때 우리 직원들이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직원들의 작은 정성이 고객인 국민에게 감동을 주듯이, 저도 저의 고객인 직원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고 싶습니다.
-검찰 직원들을 대상으로 격주로 외부 인사를 초청해 교육하는 ‘수요대학`을 하고 있는데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조직의 꿈은 그 구성원의 꿈의 총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전있는 조직은 비전있는 직원이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배우고 학습하는 것을 체질화 해야 합니다. 먼저 외적으로는 언뜻 외부 인사 초정 교육이란 말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검찰도 변화에 대해 공부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직원들은 외부강사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고, 우리가 왜 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내부적으로는 매회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강연을 들으면서 검찰도 변화해야만 초일류 검찰로 나아가는 새로운 지평을 열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며, 또한 검찰이 가야 할 올바른 변화와 혁신의 방향을 제시받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외부 인사 초청 교육은 제가 대검에서 혁신추진단장으로 일하면서 조직을 ‘방전형 조직` 아니라 ‘충전형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검찰교육개혁 사업을 벌였을 때 뜨거운 내부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시대정신에 따라 스스로의 변화를 추구하면서 법질서 유지의 주체로 사회의 균형추 역할을 수행한다고 했는데 이 의미는 무엇인가요.
▲시대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이에 적응하지 못한 조직은 도태하게 되게 마련입니다. 검찰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검찰이 하는 수사결과는 어느 누구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저를 비롯한 검찰간부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은 검찰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원칙과 정도에 따르지 않고 정치적인 점을 고려하여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할 것이고 이는 법질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취임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사에 있어서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는데 어떤 희생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형사부의 사건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형사사건 수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꾼다고 했는데 대안이 있다면.
▲형사부는 고소사건과 경찰의 송치사건을 처리하는 수사부서로서 어느 부서보다 국민, 특히 서민과 접촉이 큰 부서입니다.
물론 형사부를 살리고 형사부에 근무하는 것에 자긍심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은 국민의 평안과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형사부에 근무하면 개인의 역량이 올라가고 부가가치가 상승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업무조정을 하고 업무처리방식을 고치는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사실 지금 업무처리방식은 제가 검사로 임관한 25년 전과 다르지 않는 개인병원과도 같은 시스템입니다.의사 한 사람이 전문화되지 못하고 진찰, 검사, 처방, 수술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담당하는 개인병원 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검사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그리고 복잡한 사건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사시스템 모델을 상반기 중으로 만들고 하반기에 시범적용할 계획입니다.
-총선 선거사범 처리 방침과 대전지검의 핵심 현안인 연기 재선거 수사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검찰의 기본임무는 법질서를 확립해 지역사회를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있습니다. 선거제도는 민주사회의 근본이 되는 것으로서 이를 훼손하는 사범은 원칙과 정도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방침입니다.연기 재선거 수사를 계룡산 등산코스와 비유하자면 동학사부터 남매탑, 삼불봉, 관음봉에 이어 정상인 연천봉 바로 직전 연천봉 고개와 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할 것인지 말해주세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습니다. 눈이 어디를 향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마음도 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과의 마음의 소통을 위해 지역 내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 등을 함께 관람합니다. 직원들과의 대화에 앞서 마음의 창을 열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관람을 한 뒤 점심식사를 하면 그동안 나누지 못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어떤 때는 회의 때 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듣기도 합니다.
물론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선 대전이란 도시를 먼저 알아야 했기에 때론 퇴미공원이나 뿌리공원, 우암사적공원 등을 직원들과 함께 누비게 지역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지역 사회와의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고객을 기다리기 보다는 고객이 모이는 지역행사에 가급적 참여할 계획입니다.
행사에 참여해서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부동자세라 아니라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려는 개별 소통 위주의 자세를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겠습니다. 즉 수동적인 수용자의 위치를 넘어서서 적극적인 지역 사회와의 참여자로 지역사회와 많은 의사소통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지역민들과의 교감 자리도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석공의 심정으로 일한다고 했습니다.부임 후 느끼신 점과 지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성전을 짓는 세사람의 석공중 수심이 가득한 두 사람과 감격에 차서 열심히 일하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밥벌이를 위해 억지로 일했지만, 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다는 소명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해서 더욱 열심히 일했다"는 말을 취임사에서 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겠다는 것이고, 저의 직원들에게도 이러한 자세로 일하도록 권면한 것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소명은 저로 인해 직원들이 행복해 하는 것이고 나아가 이곳 대전, 충남지역이 행복한 도시가 되는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고 단기간내에 이룰 수는 없겠습니다만, 역사에 길이 남은 예술품과 업적중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은 없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혼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단기간의 성과보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충절의 고장`인 대전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검찰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담=오주영 사건팀장, 정리=조양수 기자, 사진=홍성후 기자
■조근호 지검장은?
▲1959년 부산출생(부친 고향은 충남 서천) ▲학력:대일고(1977), 서울대 법학과 졸업(1981) ▲약력: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법무부 법무실 송무심의관 검사,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형사법연구소 수학),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장, 대검찰청 범죄정보제1담당관,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서울지검 형사제5부장검사, 형사제2부장검사,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혁신추진단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조근호 대전지방검철청 검사장 프로필
취미: 사진(세미 프로급), 독서
- 1959년 부산출생(부친 고향은 충남 서천)
- 1977년 대일고 졸업
- 198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 1981년 제23 사법시험 합격
- 1983년 사법연수원 수료(제13기)
- 198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 1986년 춘천지검 속초지청 검사
- 1987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 1989년 법무부 법무실 송무과 검사
- 1990년 법무부 법무실 송무심의관 검사
- 1992년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 형사법연구소 수학)
- 1995년 대구지검 영덕지청장
- 1996년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 1998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장
- 1999년 대검찰청 범죄정보제1담당관
- 2000년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관
- 2002년 서울지검 형사제5부장검사, 형사제2부장검사
- 2003년 광주고등검찰청 검사
- 2004년 대구지검 제1차장검사, 제2차장검사
- 2005년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혁신추진단장
- 2006년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혁신추진단장
- 2007년 사법연수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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