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종]“합리적 재판.타당한 결론이 司法 실용주의”

[김경종]“합리적 재판.타당한 결론이 司法 실용주의”

[중도초대석]김경종 대전지방법원장

  • 승인 2008-04-14 00:00
  • 신문게재 2008-04-15 12면
  • 대담=오주영.정리=조성수.사진=홍성후 기자대담=오주영.정리=조성수.사진=홍성후 기자
재판부-재판 당사자-법원내부 소통 중요
지역사회와 소통 위해 민원업무 혁신 추진
갈등조정, 토론.설득 통한 승복이 가장 중요
‘국민참여재판’ 한국형 선진사법제도 밑거름


“정의가 살아있는 실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실용은 합리주의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법이론에 얽매여서 구체적 현실에 맞지 않는 재판을 해서는 안되고 구체적인 현실에 맞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지향하는 것이 사법에 있어서의 합리주의입니다.”

지난 2월 13일 취임한 김경종 대전지방법원장은 소신이 뚜렷하고, 성품이 인자한데다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로 유명하다. 법조계에선 그를 대쪽 판사, 선비 판사, 세무학 판사라고도 불린다. 재판에서 당사자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조정 능력에도 탁월해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

다른 한편으론 지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김경종 대전지방법원장을 만나봤다.


-실용정부의 국정방침에 대해 사법부의 운영도 무슨 변화의 흐름이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실용의 뜻을 국가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즉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이나 국가의 지속적 발전 등을 이룩하기 위해 거창한 이론이나 담론 등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용주위가 극단적으로 흘러서는 안됩니다.

예컨데 우리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극단적인 이윤추구만을 지향해서도 안되고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서 제 몫을 다하고 서서히 실적을 높여 온 사람을 제쳐놓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많이 올린 사람만을 우대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재 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민사구술심리방식이나 형사재판에 있어서의 공판중심주의 등도 재판에 있어서의 합리성을 강화하는 제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사법부에서의 실용주의는 더욱 합리적인 재판진행과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하도고 엄중한 판결이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법원장님의 생각은.

▲선거사범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판사들의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판사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서 재판을 하는 경우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담당 재판부에서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법원과 지역 주민들의 소통 문제를 중시하는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인 대안과 실천방법이 있는지요.

▲법관이 현실에 너무 영합해서도 안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도 안됩니다. 법원의 재판도 지역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법관도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아야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재판에서도 재판부와 당사자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통은 법원 내부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법관들간, 직원들간 그리고 법관과 직원들간에 소통이 잘되면 지역사회와도 잘 소통할 수 있고 재판 당사자와도 잘 소통할 수 있습니다.

저희 법원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민원업무의 혁신을 통해 법원을 찾아오는 민원인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친절한 법원을 만들고 지역 인사인 조정위원들을 일일 민원상담관이나 명예민원실장으로 임명해 저희 법원의 실정을 보도록 하고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토론과 설득을 통한 승복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으신가요.

▲재판은 사회적 갈등을 공식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을 법에서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사적 복수가 성행하게 됩니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토론과 설득을 통한 승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방적인 승패의 판단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일 수 있습니다. 판사는 재판과정에서도 당사자에게 무엇이 정의인지를 알려줌으로써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재판은 이겨야할 사람이 이기고 져야할 사람이 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법관이 재판에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사실관계를 바로 알기위해서는 당사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법관은 법정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진술을 듣고 쟁점을 분명히 한다음에 다툼이 있는 부분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실시하면 어느 정도 승패에 대한 심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변론과 증거조사결과를 토대로 당사자와 토론과 설득을 하면 쉽게 결론이나고 당사자도 승복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법관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정율이 높아지도록 각종 세미나와 연찬회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됐는데 이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은 우리나라 재판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 단계에서는 재판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또 우리 국민의 정서상 공정한 재판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많이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지위가 보장된 법관만이 재판을 하던 것에서 일반 국민에 의한 재판을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가 말하자면 공급자 중심의 사고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아직 발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의 정착을 위한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한국형 선진사법제도를 만들어 내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법관 생활을 하면서 보람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는 법관생활이 처음부터 적성에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판사가 되고 나서 첫해에 스트레스를 받아 위염에 걸렸고, 나중에는 담석증으로 크게 고생을 했습니다. 항상 올바른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판사생활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여러번 했습니다. 그리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 졌고 건강도 되찾았습니다. 제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판사를 한 덕분에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재물이 있으면 생활하기에 조금 편하다는 것 뿐이고, 사람의 행복은 마음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재판을 하면서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제가 결론을 잘못내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업보로서 언젠가는 저도 괴로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좋은 마음을 가지고 선업을 쌓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대학원에 들어가 세무학 박사를 취득하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으신가요.

▲경제 관련 판결을 내릴 때 세무학에 대한 전문 분야가 필요해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들어가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세무학 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판사들도 전문 분야에 대한 연찬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후배 법관들에게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련 논문인 ‘강제집행 등과 체납처분의 절차조정법의 입법필요성에 관한 고찰`이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입니다.

김 법원장은 법원 대표 선수로 테니스 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며 등산 등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이래서 팔방미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대담=오주영 사건팀장, 정리=조양수 기자 , 사진=홍성후 기자

△김경종 대전지방법원장 약력
▲1954년 11월 18일생 (부산)

▲학력
경남고(1973)
서울대법대(1977)
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세무학 박사(2006)
취미=테니스(선수급), 등산.

▲약력
대구지방법원(1982.9)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1985.9)
인천지방법원(1986.9)
미국유학(1988.7-1989.8)
서울고등법원(1990.3)
서울형사지방법원(1991.2-1992.2)
재판연구관(1992.2-1994.2)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1994.3)
의정부지방법원 부장판사(1996.3)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부장판사(1998.3)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1998.9)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2001.2)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002.2)
서울고등법원 수석 부장판사(2006.8)
울산지방법원장 (2007.2)
현 대전지방법원장 (2008.2)

▲논문
강제집행 등과 체납처분의 절차조정법의 입법론적 연구(2006.8)
강제집행 등과 체납처분의 절차조정법의 입법필요성에 관한 고찰(2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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