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전기비저항 시스템 개발… 기술력 인정받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면…, 땅을 파지 않고 문화재 매장여부를 알 수 있다면…, 태안지역 지하로 스며든 기름의 양과 흐름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다면…." 미래 지하 정밀영상 획득기술은 바로 이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다. 하지만 아직 꿈을 실현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은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 정밀영상 획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반안전연구부 지반탐사연구실 연구원들을 만났다.<편집자 주>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반안전연구부 지반탐사연구실 사람들. 앞줄 왼쪽부터 비서 최신애씨, 성낙훈 책임기술원, 김정호 박사, 박삼규 박사, 뒷줄 왼쪽부터 조성준.고바야시 다카오.김창렬.손정술,이명종.방은석 박사 |
▲지하 속 정밀영상 획득기술 개발 필수=지자연 지반안전연구부 지반탐사연구실은 토목 및 건설과 환경오염, 지질재해, 전략자원 확보 등의 분야에 기반이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 정밀영상 획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CT촬영 등을 통해 인체를 영상화하기 위한 의공학 기술과 수학적, 물리학적으로 동일한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999년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된 이후, 전류와 전자파, 레이다 파를 이용한 각종 지하 3차원 영상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중 전기 비저항 탐사자료 처리 및 영상화 소프트웨어는 국내 표준으로, 레이다 이용 영상화 소프트웨어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수출원으로 각각 활용되고 있다. 연구실은 연구책임자인 김정호 박사 등 모두 9명의 박사를 비롯해, 1명의 석사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물리탐사와 지구물리학, 토목공학, 전자공학 등 4개 분야에서 맡은 바 임무수행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하 정밀영상 획득기술 개발 현주소= 지하는 인공적인 물질과는 달리 매우 불균질한 각종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세부 물질종류의 식별까지 가능한 지하 영상 획득에는 전세계적으로 연구성과가 미치고 못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과거 지하자원, 지하수 등을 탐사하는 기술에서 출발하여 지하 영상 획득 기술로 발전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에서는 주로 토목 및 건설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문화재 유적탐사, 고난도의 자원탐사, 오염물질 조사 등, 지하의 정밀 영상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다. 미래 기술은 지하 구성 물질의 식별, 지하의 변화를 정확하게 감시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통해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건설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땅을 파지 않고 문화재 부존 모양과 종류까지를 확인하며, 지하로 스며든 오염물의 종류와 양, 흐름을 정확히 관측할 수 있는 기술로 연결될 전망이다.
▲ 수상 전기비저항 영상법의 응용 예. 북한강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도교량 이설을 위한 지반조사를 위해 전기비저항 탐사를 수행, 강바닥 하부의 지질구조를 정밀 영상화한 모습. |
▲4차원 지하 정밀 영상화 융합기술 개발 박차=연구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시간 지반변화 예보 및 예측을 통해 각종 붕괴사고 방지 등 국민안전과 직결된 기술개발이다. 분석도구인 전류와 전자파, 레이다 파 중 2개 이상을 융합하는 한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지반의 4차원 영상화 기술확보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전기비저항을 이용한 4차원 지하 정밀영상 획득기술은 이미 세계 최초로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또한 지하 천부 정밀 영상 획득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사람이 직접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탐사를 위하여 무인 원격 조정이 가능한 로봇개념의 전기탐사 시스템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를 전자기파 등을 이용하는 탐사와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지반의 붕괴를 예방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멘트 그라우팅 공사 결과를 3차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반 보강을 위해 지하에 시멘트를 주입했으나, 실제적으로 지하 어느 부위에 주입되었는가를 알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주입된 시멘트의 3차원 영상화가 핵심 기술이다. 김정호 박사는 "올해 중국 및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회의의 주제발표 연사로 초빙됐으며, 물리탐사 분야 선두주자인 콜로라도 광업대학 특별강연에 초청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연구비와 연구인력 확보의 어려움, 글로벌화를 위한 법적, 사회적 인프라는 매우 열악해 성과창출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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