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설 특수유치원.초교 개설 뜻깊어… 美서도 봉사 지속
파란 눈의 나사렛대 전 총장 백위열(66) 교수가 지난 19일 아내 백경희(66)교수와 함께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에 임명됐다. 백 교수 부부는 오는 7월 34년 만에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총장 재직시절 그는 전용승용차 대신 낡은 승합차를 직접 몰고 월급과 외부 특강료까지 모두 학교에 헌납하는 등 청빈한 생활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섬김의 자세로 장애인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백교수 부부를 만나 한국생활의 소회와 한국 대학교육의 나아갈 바를 들어 봤다. <편집자 주>
▲ 1973년 한국에 선교사로 들어와 34년간 장애인교육에 헌신해온 천안 나사렛대 백위열 전 총장 부부는 “인생에서 한국인으로 살때 가장 행복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
▲우리는 피츠버그에서 함께 성장해 31살에 선교사를 자원했고 두 딸을 데리고 1973년 3월 한국으로 왔다. 벌써 34년이나 지났다. 한국은 우리 가족에게 제2의 고향이고 미국에 가더라도 몸만 갈 뿐 우리들 마음은 한국에 있다. 1994년 장인의 장례로 미국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려 했지만 한국을 잊을 수 없어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딸과 아들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그래서 7월에 미국에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 나사렛성결회 국제선교회 아시아태평양교육코디네이터로 활동할 계획으로 한국에 자주 방문할 것이다. 어쩌면 한국이 너무나 그리워 우리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 한국생활은 어떠했나?
▲한국은 안전하고 친절하고 정이 넘치는 곳이다. 미국에서 데려온 딸들이 한국에서 자랐지만 주변의 한국인들이 따듯이 감싸줘 편안하게 생활했고, 자식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자 스스로 배낭 여행하러 다닐 만큼 한국은 안전하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처음 천안에 왔을 때 천안우체국 인근의 단독주택을 이용했는데 동네 할머니들이 딸들을 손녀처럼 보호해줘 바쁜 학교 일을 하면서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1980년 전두환씨가 쿠데타를 일으켜 미국인들에게 외출자제가 내려졌지만 우리 딸들은 대전의 외국인 학교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통학을 했을 만큼 한국생활은 즐겁고 편안했다.
- 나사렛대를 재활복지 특성대학으로 성장시켰는데.
▲나사렛대는 기독교 대학이다. 주님의 사랑과 복음전파는 우리의 사명이고 헌신과 사랑은 우리 대학의 전통이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협조해야할 일 가운데 재활과 복지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다. 대학 초점을 여기에 맞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장애인들은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는데도 학교조차 다닐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학교의 최우선 학사행정을 장애인교육에 두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많아졌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학 부설 특수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을 개설하려고 했을 때는 내부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 대학 수업료인상 반발이 큰 데.
▲ 대학 등록금이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수업료가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소득수준과 비교할 경우 오히려 싼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진정한 교육에 있다. 진짜 비싼 것은 대학 등록금이 아니라 사교육 시스템의 대표인 학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중·고교에서 공교육인 학교보다도 학원을 더욱 선호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는 경우가 흔하다. 학원의 수업료가 대학 등록금보다도 비싸다. 한국의 공교육시스템은 너무도 열악하다. 더욱 충분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수업료보다도 많은 돈을 내고 학원에 다녀야 하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졸업시즌이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일부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가 봉사하는 마음보다는 월급만 생각한다. 시작부터 매니저만 되려고 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우선 가져야 한다. 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세상은 좁아보일 뿐이다. 21세기는 한가지 일로만 성공할 수 없다. 현재 직업이 10년 후 100%만족 할 수 있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한가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넓게 보고 천천히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어떤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하지 않는다. 편하게 놀고 즐기는 사회생활을 더욱 재미있어 한다. 한국은 자원이 없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가지는 분명한 대안은 교육이고 똑똑한 학생들의 글로벌프로그램이 한국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한국사학에 한마디.
▲ 한국의 사립대학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세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창업 당시의 교육을 생각하는 마음보다는 학생 뽑는일에 열중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것을 배려해 주는 태도다.
- 한국사회 문제점을 지적하면.
▲ 한국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문화가 있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선후배 비슷한 관계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학교 내에서조차 편을 나눠서 싸우기도 하고, 그러면 손해 보는 사람은 결국 학생이다. 이런 점을 바꿨으면 좋겠다. 이른바 라인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고 있어도 실력이 좋아도 이 라인이 없으면 올라 갈 수 없는 경우를 많아 보았다. 예를 들어 현재 누군가가 뽑고 2년 후 다른 사람을 뽑으려면 라인을 고려하다. 이는 선배들의 명령에 블로킹 당하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 이 같은 경우는 큰 회사에도 있고 학교에도 공직에도 있다. 바꿔야 한다.
- 한국사회의 강점은.
▲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창조적인 것 같다. 그래서 세계적인 하이테크산업을 발전시켰다고 본다. 한국의 기다릴 수 없는 성격들이 무한속도 경쟁이 벌어지는 IT산업에서는 강점이 됐다. 한국에서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다 외국을 나가면 너무도 불편하다. 심지어 미국에 갔을 때도 속이 터진다. 나도 이제 한국사람이어서‘빨리빨리`가 몸에 익은 것 같다. 지난 10∼15년 동안 한국의 산업성장은 눈부셨다. 모방이나 남의 것을 베끼는 것으로 산업화를 이뤘다면 이 시기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세계를 이끌고 나갔다. 이런 강점을 잘 살리려면 똑똑한 한국학생들에게 글로벌 프로그램을 교육해야 한다.
- 한국의 해외선교에 대해.
▲ 세계 어딜 가도 여러 나라 선교사들이 있다. 종교와 교단이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한마음으로 일한다. 선교를 하려는 나라에서는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게 있는데 선교사는 반드시 그 나라 사람들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때문에 믿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독교를 용인하지 않는 국가에서 선교사들은 문제가 생기면 추방당해 자신의 나라로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현지인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그런 경우는 현재도 여러 국가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일부 선교단체나 선교책임자 중에는 안전보다 실적을 우선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한다.
- 앞으로 계획은.
▲ 나는 학생들과 세대도 자라온 성장문화도 다르지만 나는 이제 60%가 한국사람이다. 그동안 나사렛대를 졸업한 우수학생을 미국에 보네 공부시키고 돌아와 후배들을 이끌어 학교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몇몇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대부분이 돌아와 후배들을 지도하고 학교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나는 이들과 함께 영원히 한국인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오는 7월 미국에 가는 일이 지금도 망설여진다. 결정을 제대로 하질 못했다. 하지만, 아내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우선 나사렛 명예총장으로 있으면서 아직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2년간 국제선교회 아시아태평양교육코디네이터로 활동할 계획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봉사의 삶을 살고 싶다.
◇백위열은 누구인가.
● 백위열 전 총장의 본명은 윌리엄 패취(William Patch). 194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출생한 그는 로체스터대 특수상담학박사, 이스트나사렛대 신학박사를 받았다. 1973년 부인 백경희(영어학·본명 Gail Patch)교수와 미국 캔자스에 본부를 둔 나사렛성결회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1982년 나사렛신학교 교장으로 부임, 나사렛대 2대(1997), 제3대(2001) 총장을 역임하고 2003년 한국장애인단체 총연맹에서 한국장애인 인권상을 수상했다. /대담=맹창호 천안본부 취재팀장·정리=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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