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선진국 아성 돌파 ‘시도’
연소시험서 50% 높은성능 검증
2016년 연간 500억 대체 기대
원자로 내 핵분열 반응의 안전성을 도모하고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아 주는 핵연료피복관. 미국 등 선진국은 지난 30년간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1997년 원자력연구원 첨단노심재료개발팀이 이들의 아성을 깨기 위한 도전에 나섰고, 결국 선진국 기술수준을 뛰어넘는 독자 브랜드인 하나(HANA) 피복관을 탄생시켰다. 2016년 최종 상용화 시점에서 가져올 수 있는 수·출입 대체효과만 연간 500억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한 우물만을 고집한 결과 성과를 이뤄낸 이들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노심재료개발팀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앞줄 좌측으로부터 4번째가 정용환 팀장. |
정용환 팀장은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과기부로부터 이달의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상윤 연구원은 피복관의 성능평가 시험을, 이명호 연구원은 핵연료집합체의 지지격자 특성 평가를, 최병권 연구원은 팀의 안살림과 합금제조 및 부식성능 평가를 각각 맡고 있다.
또 박정용 연구원은 정용환 팀장을 이어 팀을 이끌 대표 연구원으로 피복관 부식성능 평가 및 합금설계를, 김준환 연구원은 피복관의 안전성 평가를, 김현길 연구원은 피복관의 기계적 특성 및 제조공정 연구를, 정양일 연구인 신참 연구원으로 하나 합금을 핵연료집합체의 지지격자로 적용하는 연구를 각각 수행 중이다.
▲ 주성분인 지르코늄 원소에 니오븀과 주석, 철 등을 미량 첨가하는 신공법을 적용한 제조공정 과정. |
즉, 원자로가 심장, 핵연료가 혈액이라면, 핵연료피복관은 혈관에 속한다. 최근 20년간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피복관의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미국산 Zirlo 피복관의 국내 원자로 공급으로 인해 국내 단가가 약 50% 상승하기도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하나피복관은 가로 4m, 세로 10mm, 두께 0.5m 크기로,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없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한 우물만 판 10년 고집의 성과=선진국 기술에 크게 뒤쳐진 1997년 당시 피복관 기술개발 시도는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정용환 박사를 비롯한 3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피복관 기술 국산화 연구에 착수했다.
1999년까지 원자로 재료에 주로 쓰이는 지르코늄(Zr)을 중심으로 한 700여종에 달하는 합금조합을 통해, 마침내 순수 국내기술로 6종의 최종 후보합금인 HANA를 탄생시켰다. 2001년에는 일본과 협력해 하나 피복관 시제품을 제조하는데 성공했고, 2002년부터 2년간 실험실에 설치된 원자로 모의실험 장치를 통해 우수한 성능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2004년부터 3년간 국제적으로 공인된 노르웨이 할덴 ‘연구용 원자로`에서 연소시험을 마친 결과, 기존 선진국 상용 피복관 대비 50% 이상 높은 성능을 재확인했다.
▲ 전시용 모델로 축소해 만든 하나로 피복관 모형의 모습. |
이에 더해 국내 유일 핵연료 제조회사인 한전원자력연료는 올해 안으로 핵연료 피복관 제조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이는 본격적인 상용 공급체제를 갖췄음을 의미한다. 향후 연간 500억원의 수입 및 수출 대체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정용환 박사는 “선진국에 비해 10~15년 뒤쳐진 기술수준을 만회하기 위한 지난 10년간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국내 업체들의 미덥지 않은 시선과 선진 기업들의 견제 등을 잘 이겨낸 결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및 경제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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