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상황’ 방치땐 동맥파열 사망도
술 깨려 억지 구토 행동은 매우 위험
▲ 이지현 유성 선병원 소화기 센터 과장 |
‘술이 강하다`, ‘술에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피를 토하거나 쓰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말로리 바이즈 증후군이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질환이지만 술을 많이 마시는 애주가에게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병이다. 말로니 바이즈 증후군에 대해 유성 선병원 소화기 센터 이지현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직장인 김 모(35)씨는 연일 계속되는 회식과 음주로 구토를 하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몇 일전 구토물에 피가 섞여 나와 깜짝 놀랐다.
김씨는 일시적 증상으로 생각하고 다음날 또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연이어 돌아오는 폭탄주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토혈과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 신세를 졌다.
▲말로니 바이즈 증후군 증상 =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는 고농도의 알코올을 마시다 보면 위의 상부에 문 역할을 하는 좁은 부위인 분문(식도와 위의 경계)과 주위 식도 점막이 독한 알코올에 의해 화학적 자극을 받아 가벼운 손상을 받는다.
이러한 손상이 지속되면 점막 하근층과 주변 동맥이 파열되면서 출혈을 일으킨다.
과음을 지속할 경우, 뇌의 구토 중추가 자극을 받아 구토를 지시하게 되는데 위 안의 부분에서 식도의 좁은 부분, 특히 문 역할을 하는 분문 부위를 통과할 때 큰 압력을 받게 되면서 더 큰 출혈을 일으키게 된다.
독한 술로 인한 점막 자체의 화학적 자극과 구토 중추의 지속적인 명령으로 구토를 지속하다 보면 토혈의 정도가 심해지고 일시적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하다 보면 동맥까지 파열되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게 된다.
▲진단 및 치료 방법 = 흑변과 혈변이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내시경을 받아 보아야 한다.
토혈이 간 질환에 의한 식도정맥류의 파열인지, 단순한 위 자체의 문제인지, 말로리 바이즈 후유증에 의한 것인지를 진단받을 수 있다.
보통은 내시경 관찰 하에 무수(無水) 알코올을 출혈 병소에 바르면 알코올의 탈수 작용으로 혈액 응고에 도움을 주어 지혈이 가능하다.
또 동맥이 파열돼 지혈이 불가능할 정도의 출혈이 아니라면 내시경을 통해 간단히 지혈할 수 있으므로 생명에 위협은 피할 수 있지만 말로리 바이즈 증후군에 걸리면 위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심한 빈사상태에 빠지게 돼 신속히 병원에 찾아야 한다.
▲예방법 = 말로니 바이즈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급적 독한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알코올 도수가 20도가 넘는 독한 술들은 화학적 알코올 성분 자체로 위와 식도의 천공이나 궤양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토가 일어날 정도로 마시지 않거나 술을 깨려고 일부러 토하지 말아야 한다.
구토 후 술이 깨는 듯한 기분 때문에 일부러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매우 위험하다.
구토 후에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은 분문(식도와 위의 경계)부위를 칼로 도려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유성 선병원 소화기 센터 이지현 과장은 “말로리 바이즈 증후군은 알코올이 체내 장기 조직을 파괴해 가는 것을 보여주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독한 술을 즐기는 사람은 말로리 바이즈 증후군과 같은 병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빈속에 술을 마시면 위와 점막이 알코올에 그대로 노출돼 반드시 식사 후에 술을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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