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세계 반도체시장 주도 목표
“연구 힘들지만 탐험가 정신으로 전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종성장연구단(단장 구자용)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첨단 반도체 제작 기술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품질좋은 반도체 실리콘 기판에 유기물 또는 생체분자 등 새로운 대체물질(부품)을 임의로 배열할 수 있는 제어기술을 개발함으로써, 20년 후 기술적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기 위함이다. 이종성장연구단의 기술개발 현황과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20년 이후 반도체 소자의 대안모델을 찾아서=20세기 들어 급속도로 발전한 전자공학 기술은 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 진공관으로 시작한 전자기술은 1950년대 초반 실리콘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생산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부터는 하나의 작은 소자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은 집적회로(IC)의 탄생으로 상황은 더욱 급변했으며, 이는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용 전화기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때부터 디지털 전자기술의 목표는 더 좁은 면적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방향으로 모아졌으며, 최근에는 2~3자리수 나노크기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종성장연구단은 현재의 나노기술 역시 약10년 이후로는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고, 20년 후를 내다보고 한자리 수 나노크기로 볼 수 있는 유기물질과 생체분자 등을 이용한 트랜지스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이종성장제어 연구단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
▲수억년 이상을 진화해 온 에너지의 보고, 유기물=연구단은 유기물 등 미생물체가 수억년 이상 진화를 거듭하면서 매우 효율적인 대사 및 에너지 이용방법을 찾아 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단분자 및 단광자, 단전자의 작용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직 상용화를 가늠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이들의 작용을 직접 또는 모방한 전자소자를 만든다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향상된 성능의 전자소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는 탐험가 정신으로 전진 또 전진=이를 위해 연구단은 실리콘 웨이퍼를 유기물에 친숙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리톤 웨이퍼 위에 탄소원자(C)들을 도입함으로써, 산소로 이뤄진 유기물(O2)과의 결합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전자소자에 유기물을 결합하는 방식 자체가 다소 상식 밖의 연구로 보일 수 있지만, 유기물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부여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크기로 존재하기 때문에, 밀봉의 방식을 채택하면 하나의 기계부품처럼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용접과 비슷한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또 직경 10nm이하의 금속 나노입자들을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자유롭게 배치하는 등의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실리콘 산화물과 질화물의 형성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도박과도 같은 연구, 성공을 향한 열정=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종성장제어연구단은 구자용 단장을 비롯한 모두 9명의 팀원으로 구성됐다. 초창기 멤버인 홍영규 팀원은 나노가공기술 개발과 금속 나노입자의 위치제어, 실리콘 재료의 단결정 양자점 제조 등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방재호 팀원은 최근 박막의 표면특성 조사를 위한 접촉각 측정장치를 직접 제작했으며, 황은경 팀원은 실리콘 산화물의 형성과정 규명을, 유상용 팀원은 실리콘 웨어퍼의 습식 산화과정을 각각 수행하고 있다.
지승묵 팀원은 탄소나노튜브의 응용연구를, 이노아 팀원은 자기조립하는 유기 단분자막의 품질개선 연구를, 황성원 팀원은 반도체 양자점 형성 원리 규명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조은영씨는 본 연구그룹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구자용 단장은 “세계적으로도 유기물 분자 하나를 따로 떼어내 연구에 활용하는 흐름은 있지만, 유기물을 활용한 통합적인 전자소자 제조를 위한 연구는 한국이 최상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현재 추진 중인 연구과정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개척자의 자세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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