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부르고뉴 지방에는 포도의 재배와 양조는 하면서도 병입 설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생산자도 많다. 재배와 양조만 하여 오크통 상태로 넘긴다. 그래서 생산자와 네고시앙과의 거래를 중개하는 꾸르띠에(Courtier, 중개인)가 있다. 그리고 네고시앙(negociant)이라 불리는 와인 전문상인들은 오크통째 사서 같은 밭의 다른 와인과 혼합해서 병입시키고, 일정 기간 숙성시킨 뒤에 출하한다. 라벨에 네고시앙 엘르뵈르(negociant- eleveur)의 표시가 있으면 네고시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혼합 기술의 차이가 맛에 반영된다.
물론 네고시앙 중에는 자기가 밭을 소유하며 양조를 하는 업자도 있다. 네고시앙의 양조기술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이들의 명성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르고뉴 와인은 양조 자가 중요하다. 조셉 드루엥(Joseph Drouhin), 루이 라투르(louis latour), 루이 자도(louis Jadot), 페블레이(Faiveley), 부샤르 뻬르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 조르쥐 뒤뵈프(George Duboeuf) 등이 품질 좋은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전통 있는 양조 회사들이다.
부르고뉴의 포도원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대규모 생산자라 할 수 있는 네고시앙 엘르뵈르(negociant- eleveur)는 자기 이름을 붙인 와인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도매상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런 경우를 간단하게 메종(Mais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대형 생산자들은 대개 부르고뉴 전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며 생산량 또한 많은 편이다.
자기들이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이 없는 마을의 경우는 소농들로부터 포도를 사들여 와인을 만들곤 한다. 이에 비해 소규모 생산자들은 대개 도멘(Domaine)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대부분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만 와인을 만들며, 자기 집이 위치한 마을이나 그 곁에 인접한 마을 정도까지만 생산 거점이 집중되어 있다.
‘로마네 꽁띠’ 와인을 보면 병목 부분에‘모노뽈(Monopole)’라는 표기가 되어 있다. 이 말은 하나의 밭을 한 개인이 혹은 한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단일 포도밭에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에는 양조자의 개성이 보다 강하게 드러난다. 하나의 밭을 여러 사람들에게 분할되어 있는 것이 부르고뉴의 특징이지만 밭 하나를 한 군데의 포도원에서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부르고뉴에서는 이처럼 한 포도원이 포도밭 하나를 단독으로 갖고 있을 때는 ‘모노뽈’이라는 명칭을 기재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로마네 꽁띠(Romanee-Conti)’가 모노뽈 소유의 밭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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