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자선냄비 채우는 작은정성 ‘큰희망 된다’

[중도초대석]자선냄비 채우는 작은정성 ‘큰희망 된다’

박래훈 구세군충청지방본영 지방장관

  • 승인 2007-12-10 00:00
  • 신문게재 2007-12-11 12면
  • 대담.정리=한성일.사진=박갑순 기자대담.정리=한성일.사진=박갑순 기자
24일까지 5000명이 모금운동 1억4000만원 목표
성금은 결식아동·재해지역 이재민 돕기 등 사용
내년이면 도래 100주년… 불우이웃돕기 대명사


날씨가 쌀쌀해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세군과 자선냄비. 해마다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사람들의 정성이 빨간 냄비 안에 모아지고 있다. 가끔씩 익명으로 거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선행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한다.

"우리는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자로서 하나님과 이웃사랑이 자선냄비를 통해 사회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따뜻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실히 봉사할 것을 하나님 앞에 서약합니다."

자선냄비 시종식이 8일 오전 11시 갤러리아백화점 동백점 앞에서 있던 날 구세군 충청지방 본영 소속 자선냄비 봉사자들이 이렇게 서약서를 낭독한 뒤 활동에 들어갔다. 이에 박래훈 구세군충청지방본영 지방장관을 만나 자선냄비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구세군 자선냄비의 유래는.

▲성탄절이 가까워져 오면 시내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는 빨간 자선냄비와 종소리는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맘때처럼 추운 겨울 어느날 배 한척이 파선당해 난민들이 생겨났다. 경제불황이었던 당시 시에서는 그들을 위해 도울 예산이 없었고, 난민들은 추위에 떨며 지내야만 했다.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 정위가 이를 안타까이 여기며 도울 방법을 찾고 있던중 자신이 영국 리버플에서 보았던 부둣가에 놓여있던 자선을 위한 `심슨의 솥`을 기억해냈다. 바로 그 다음날, 맥피 정위는 시 당국으로부터 오클랜드 부둣가에 솥을 걸어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솥을 걸어 놓았고, 그 날 모금된 돈으로 난민들에게 따뜻한 스프를 끓여 먹일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자선냄비는 현재 세계 119개국에서 모금하고 있고, 추운 겨울 이웃 돕기 운동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자선냄비 기금은 어떤 곳에 쓰이나.

▲지난해 대전충청지방 자선냄비 모금액은 총 1억2700여만원이었다. 이 기금중 480만원은 부여나눔의 집에 무료급식지원해줬고 3600만원은 4개 기관의 청소년, 아동과 여성 성폭력 상담, AIDS 예방 등에 지원됐다. 또 여성복지에 2400만원, 결식아동돕기와 어린이 심장 치료에 3500만원을 배분했다. 저소득 가정에 30만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했고 긴급재해지역 이재민에게 500만원을 지원했다. 영세 노인, 실직 노인들의 생활 지원에 650만원, 노숙인 재활 지원에 200만원, 노후시설 보강 시설지원비에 980만원이 들었다. 이외에 모금비용으로 470여만원을 지원했다.


-올해 모금기간과 모금장소와 목표액은 어떻게 잡고 있나.

▲12월8일부터 24일까지 17일간 대전시내 및 인접 지역 19개에서 자선냄비 봉사자 5000여명이 모금운동을 하게 된다. 2007년 충청지방 목표액은 1억4000만원이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유성 홈에버,둔산동 홈플러스, 전민동 엑스포코아, 둔산 이마트, 우리은행, 동방마트, 은행동 성심당, 문화동 홈에버, 대한통운, 홍명상가 지하, 용전동 홈플러스, 대전역 지하를 비롯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자선냄비를 설치했다.

전국 76개 각 지역 310개 통에서 모금된 것은 구세군 본영으로 전부 보낸다. 구세군은 자선냄비를 상당히 공개적으로 운영한다. 매년 정부감사를 받고 있고, 기금과 분배 내역을 시민들에게 꼭 공개한다. 투명성이 보장돼 있다고 자부한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부터 시작돼 79년째 모금활동을 하고 있으니 한국 모금운동의 선구자인 셈이다. 12월은 구세군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평균적으로 한사람이 넣는 돈이 1000원이라고 치면 전국 모금액이 33억원정도임을 감안할때 300만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국민의 10%가 참여하니 국민적인 행사라고 말할수 있겠다. 작은 정성만 기울이면 한해를 착한 일 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다. 구세군은 소규모 교회지만 선한 일에 앞장선다는 자부심과 긍지는 대단하다.


-구세군의 역사는.

▲18~19세기 영국 성공회와 개신교에서는 모두 개인주의적인 신앙에서 탈피, 개인과 사회의 균형을 맞추려는 복음주의 운동이 활발했다. 그중 하나가 구세군이었다. 처음에는 `기독교선교회`로 불렸고 1878년 구세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1908년 영국인 호가스(한국 이름은 허가두) 정령에 의해 한국에 전파돼 자선냄비를 통한 모금활동과 재해 구호, 보육시설 후생원 운영 등 자선사업과 정기간행물 발간을 통해 문서 선교 등을 하고 있다. 구세군은 말 그대로 `세상을 구원하는 군대`라는 준군대식 명칭을 갖고 있는 기독교의 한 교파다. 구세군이 탄생하게 된 것은 당시 교회들이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해야 할 사명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세군의 역할은.

▲`한손에는 복음, 한손에는 빵`을 슬로건으로 한 구세군은 가난한 사람,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고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시급하게 생각한다. 구세군이 한국에 들어온지 올해로 99년째다. 내년 100주년을 앞에 두고 새롭게 거듭나고 힘차게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구세군은 그동안 사회복지분야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수해나 화재 등 재난사고가 났을때 제일 먼저 구세군이 달려간다. 대전에는 60명의 사관이 봉사하고 있다.

구세군 사관이 되면 헌신할 각오를 단단히 해야된다. 한 영혼을 구원받게 한다는 큰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구세군 사관들은 항상 우리 옆에 있는 불우한 이웃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세군은 한국교회 교인 1000만명중 10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개신교 신자중 1% 비율인 셈이다. 설교 시간엔 1%의 힘과 봉사자 헌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교회의 선구자, 멘토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세군은 국민들에게 가장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한 독특한 사명을 갖고 보람과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산다. 모든 사업의 핵심은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일이다. 참다운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해주고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게 하는게 구세군의 궁극적인 목표다. 구세군은 NCC(한국기독교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복음적인 면에서 더 적극적이다.


-구세군은 군대 조직 같은데.

▲구세군은 성직자를 사관, 신학교를 사관학교, 교인을 병사 또는 군우라고 부르는 등 군대식 조직을 갖고 있다.구세군의 군대식 조직은 구세군인들의 유니폼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구세군 사관, 병사들은 유니폼을 입음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눈에 보이는 방법으로 표현한다. 확연히 구분되는 복장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구세군의 깃발은 혈화이다. 피와 불을 의미하는데 피는 그리스도의 보혈이고 불은 성령의 구원을 상징한다. 예수의 보혈로 깨끗이 씻고 성결하게 사는 삶을 지향한다. 구세군은 일사불란하게 단체가 움직이는 조직이라서 군대와 비슷하다. 최전선에서 사탄, 마귀, 불의와 싸울수 있는 군대를 의미하는게 구세군이다.

구세군 직급은 별 1개가 `부의`, 2개가 `정의`이다. 면류관은 참령이다. 이후 부정령, 정령, 부장, 사령관을 거쳐 대장이 된다. 전통 계승 차원에서 구한말 계급을 우리 식으로 표현했다. 각 군국에는 사령관이 있고 지역사령부에는 지역사령관이 있다. 또한 군국마다 각 지방을 관장하는 지방장관이 있으며, 각 지방에는 소속된 영이 있어 담당 사관이 복음 선교와 예배, 지역사회 봉사 사업을 지도한다. 붉은 방패는 구세군의 사회봉사 사역의 상징으로 국제적으로 사용된다.

구세군에서는 학비와 숙식을 전부 지원해준다. 65세로 은퇴할때까지 본부에서 모든 책임을 져준다. 모든 활동은 부부가 함께 한다. 초창기 1865년부터 남녀 평등 사상을 실천해오고 있다. 그리스도 신앙의 전통을 따르는 교리를 갖고 선도와 교육, 가난구제 자선과 사회 사업을 통해 전인적 구원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세군충청지방 본영에서 운영하는 복지기관에는 무엇이 있나.

▲복수동에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는 `정다운집`과 가출여성들을 보호하는 `여자관`이 있다. 고아들을 돌보아주는 혜생원과 후생학원도 구세군이 운영하는 곳이다. 고속버스터미널과 서대전역, 대전역 등 세곳에는 구세군 상담소가 설치돼 있고 4군데에서 푸드뱅크 일을 하고 있다. 논산에도 자활후견기관이 있다. 아동공부방 3곳도 운영하고 있다.


-구세군 사관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후배들 목회를 도우면서 활활 타오르는 복음의 열정을 불붙이고 싶다. 구세군 사관들이 은퇴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곳이 대전이다. 그만큼 대전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다. 집값도 싸고, 인심도 좋고, 자연환경도 더할나위 없이 좋다. 대전에서 평생을 지내면서 구세군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 이 곳에서 여생을 친교와 봉사, 전도를 활성화도록 노력하겠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12월은 자선냄비의 달이다. 시민들이 작은 정성을 자선냄비에 넣어주시면 마음도 즐겁고 유쾌한 기분으로 한해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불우한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자선냄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대담, 정리=한성일 기자, 사진=박갑순 기자

-박래훈 지방장관 약력
▲46년 충북 영동 출생 ▲구세군사관학교, 영국 런던 구세군 국제사관대학 졸업후 73년부터 목회 시작 ▲진주, 경주, 밀양, 대전에서 참사랑교히, 문창교회 등 담임▲2003년부터 구세군행정사관, 전라지방관, 서울 본영 업무국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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