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최고급 와인의 여왕' 별칭

[와인이야기]'최고급 와인의 여왕' 별칭

헤밍웨이 여행중 즐겨 마셔 佛 보르도 지역의 명품 와인:샤또 마르고

  • 승인 2007-10-12 00:00
  • 신문게재 2007-10-13 13면
  • 박한표 대전와인아카데미원장박한표 대전와인아카데미원장
샤또 마르고는 마르고 여왕의 이름처럼 ‘최고급 와인의 여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와인의 향이 어떤 와인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꽃처럼 화려하다. 화사한 꽃잎만 으깨어 만든 향수를 살짝 뿌린 듯한 여왕 같은 우아함이 코끝을 스치는 향을 지닌 와인이다.

샤또란 프랑스어로 성(城)을 가리킨다. 하지만 와인에서 샤또는 보다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밭, 와인을 만드는 곳, 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샤또라고 해서 모두가 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성이 없는 포도밭에 왜 굳이 샤또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일까. 여기에는 와인 제조자와 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인식이 숨겨있다.

1833년 보르도 1등급 와인들 가운데 샤또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은 샤또 마르고가 유일했다. 그러나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보르도 와인의 공식적인 등급체계가 만들어질 때 샤또라는 명칭을 붙은 와인은 다섯 개로 늘어났고, 20세기에 들어서자 등급분류에 들어간 모든 와인 앞에 샤또가 붙는 현상이 일어났다. 거기에는 고급 와인 생산자들이 당시 가졌던, 와인은 자연이 준 선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의 결과라는 인식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와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18세기 말에 발명된 석판인쇄술로 인해 와인 라벨이 하나의 홍보의 장이되자, 포도밭은 일제히 제품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서면서 너도나도 샤또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 분위기에 휩쓸려 샤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샤또 마르고는 그 정점에서 진정으로 전통과 역사의 상징이었다. 샤또 마르고의 라벨에 그려 넣어져 현재까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샤또 성의 그림은 변함없는 품질을 약속하는 상징이다.

라벨에 그려져 있는 마르고 성은 4층 높이의 아담한 건물이다, 이 성은 1881년 루이 꽁브(Louis Combes)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 중요 기념 건축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심미적 가치를 인정받는 건물이다. 현관 입구 세워진 네 개의 원형 기둥은 마치 빠리의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을 보는 듯한 장중함을 느끼게 한다.

은은한 노란 빛을 띠는 우아한 성의 모습은 샤또 와인의 맛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또 마르고의 라벨은 언제 봐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해서 샤또 마르고는 라벨마저도 역사적 영속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와인 이름을 부를 때 보통 샤또를 빼고 라피뜨니 라뚜르니 하며 부르지만 샤또 마르고만큼은 항상‘샤또 마르고`라고 불린다. 마르고라는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들이 마르고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샤또 마르고는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와인을 매우 사랑했다고 한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와인이 역시‘샤또 마르고`였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프랑스 여행 중에도 마르고 성에 머무르면서 매일같이 와인 취하곤 했다. 그런 헤밍웨이에게는 두 명의 손녀딸이 있었다. 둘 다 모델과 영화배우로도 활약했던 미모의 여성들이다. 두 손녀 중 한 명은 41세의 나이에 약물 중독으로 요절했는데, 그녀의 이름이 바로 마르고 헤밍웨이다. 샤또 마르고를 머무나 사랑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귀여운 손녀에게 이름으로 선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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