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1973년 무똥 로췰드와 피카소가 만난 해이다. 무똥으로서는 특 등급에 오르는 경사를 맞이한 해이고,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피카소는 생애를 마감한 해이다. 1973년산 무똥 라벨에는 피카소의 그림 '바쿠스의 주연'이 그려져 있다. 특 등급 승격을 기념하고, 피카소의 서거를 애도하는 의미가 동시에 라벨 한 장에 담긴 것이다. 와인은 흉작에 가까운 해였지만, 피카소의 그림 때문에 품귀현상을 빚었던 빈티지이다. 이 피카소의 그림은 피카소의 딸 파로마가 무똥 와인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작품을 1973년 라벨에 사용하도로 허락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필립남작의 놀랄만한 정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보다 전문적인 기술과 샤또 무똥 로췰드의 이름이 더해지면 더 잘 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필립의 생각은 1978년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를 초빙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1980년 4월 파리와 샌프란시스코 언론들은 일제히 프랑스와 미국이 한 팀이 되어 만든 새로운 와인, ‘오퍼스 원(라틴어로 작품 1번이라는 뜻)`을 만들어내는 이 기발한 사건을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회장으로 있는 그의 딸인 필리핀 남작부인 역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예술적 재능을 겸비한 사업가적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녀는 1981년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한 샤또 무똥 로췰드의 유명한 와인 라벨 시리즈의 첫 전시회를 주관했고, 1988년 아버지인 필립의 생존 시보다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증가시켰다. 또한 그녀는 1997년 칠레의 ‘비나 콘차 이 토로`와 칠레 프리미엄 와인인‘알마비바(Almaviva)`를 생산하는 등 자신의 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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