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규모 9.8% 줄어
전기전자.정보통신 쪽 급감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과 우려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수출 호조와 소비심리 상승 등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리, 유가, 환율, 대선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하지만 채용시장은 부정적인 분위기가 뚜렷하다. 올 하반기 일자리가 지난해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채용시장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주에는 하반기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중소기업, 공기업과 산업별 채용 동향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인크루트가 주요 대기업을 비롯한 538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2007년 하반기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채용규모가 전년동기에 비해 9.8% 감소했다.
올 하반기에는 상장사 5개사 중 3개사 정도는 채용에 나설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538개사 중 57.1%(307개사)가 채용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채용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26.0%(140개사)였고, 16.9%(91개사)는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2006년 하반기 채용 전망 조사와 비교할 때 채용에 나서는 비율이 7.4% P 증가한 것. 반대로 채용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4.1% P 감소했고,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해 미정이라고 답한 기업도 3.2% P 줄었다. 하지만,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채용 계획을 확정(채용 및 미채용 확정)한 447개사가 올 하반기에 뽑을 인원은 총 1만9814명. 이는 같은 기업이 작년 하반기 뽑은 2만1956명에 비해 9.8%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일자리의 10분의 1 정도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보다 채용을 하는 기업 비율은 다소 늘었지만, 채용규모는 감소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물류운수, 금융, 식음료, 기타제조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채용시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 왔던 전기전자, 정보통신 업종의 감소가 두드러진다.
전기전자는 여전히 여러 업종 중 가장 많은 4798명의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지만, 지난해 6213명에 달했던 것에 비해 22.8%가 줄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정보통신 역시 지난해 하반기보다 21.3%가 감소해 전기전자와 함께 감소폭이 컸다.
유통무역(9.9%↓), 제약(7.3%↓), 기계철강조선중공업(5.3%↓), 자동차(4.5%↓), 건설(4.4%↓), 석유화학(4.3%↓), 기타(25.3%↓) 등의 업종도 모두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집계됐다.
채용규모가 늘 것으로 조사된 업종은 주5일제 정착으로 운송, 택배사업이 활황을 맞고 있는 물류운수(9.4%↑)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몸집 불리기가 한창인 금융(8.4%↑), 식음료(3.7%↑), 기타제조(3.0%↑) 등이다.
채용인원은 역시 전기전자가 4798명으로 대규모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기계철강조선중공업(1977명), 금융(1898명), 자동차(1843명), 건설(1723명), 석유화학(1376명), 식음료(1351명), 제약(1230명), 정보통신(1185명), 기타제조(837명), 물류운수(572명), 유통무역(472명), 기타(552명) 등으로 집계됐다./윤희진 기자 heejiny@
▲대기업 채용, 흐림
인크루트 조사 결과, 올해 대기업 일자리는 지난해보다 9.8% 줄어들 전망이다.
매출액 기준 주요 10개 그룹사의 하반기 신입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중 채용을 확정한 9개(LG그룹은 전자·화학 제외된 수치) 그룹사에서 하반기 최대 6260명을 채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최대 인력 수요처인 삼성그룹이 채용 인원을 연초 목표 8000명보다 훨씬 적은 인원을 선발하고, 매년 최대 인원을 선발해온 전기전자 업종과 정보통신 업종이 실적부진으로 지난해에 비해 2000여 명 가까이 채용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소식에 취업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10월에 하반기 채용을 한다. 채용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효성그룹은 오는 20일까지 500여 명의 대졸 사원을 공채한다. 100여 명 정도의 대졸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대림산업은 27일 마감한다. 21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는 LG화학은 두자릿수 규모의 대졸사원을 뽑고 GS칼텍스는 18일까지 60~7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SK그룹도 해외 MBA와 석박사 인력을 22일까지, 한화그룹은 10일~20일까지 6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LG그룹은 전자와 화학이 채용규모를 정하지 못했지만, 이 두 계열사를 제외하고 LG 필립스LCD가 250~300명, LG CNS 200명 등 계열사에서 870~960명을 뽑을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내달 초에 700명~1000명, 한진그룹 600명, 금호아시아나그룹도 10월 중에 5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중견·중소기업, 하반기 채용 20% 감소
중견·중소기업의 채용규모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인크루트가 1000인 미만 상장 중견·중소기업 352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채용조사 결과, 채용규모가 작년에 비해 20.1%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채용을 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은 170개 사로, 이들 기업이 채용할 인원은 작년 대비 20.1% 감소한 4688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인원 5866명과 비교해 1000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채용을 나서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에 직원 채용한 기업은 79.3%였으나 올해는 48.3%(170개사)에 불과하다.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17.6%(62개사)의 기업이 모두 하반기에 채용을 한다고 해도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또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도 34.1%(120개사)로 나타나 작년(20.7%)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채용에 소극적이었다.
중소기업(147개 사)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63개 사가 하반기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 불안 요소, 대기업 채용 축소 등 중견·중소기업엔 치명타가 된 것이다.
▲공기업 채용,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
채용규모가 늘어난 곳은 공기업이 유일하다. 인크루트의 2007년 하반기 채용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공기업 10개사 중 6개사는 채용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다.
42개사 중 61.9%(26개사)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채용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23.8%(10개사)였다.
채용을 확정한 36개사의 채용규모는 1739명으로 전년 동기(1685명)보다 3.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14.3%(6개사)가 계획을 구체화할 경우, 채용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올 하반기 일반기업들의 일자리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좁아지는 취업문에 한숨을 쉬고 있을 구직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올 하반기에 일반기업들의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가뜩이나 취업경쟁이 치열한 공기업으로의 쏠림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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