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좋은 그림의 만남으로 인해 이 와인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와인 컬렉터들의 수집 대상으로도 첫손에 꼽힌다. 이 라벨에 참여했던 화가들은 미로, 달리, 샤갈, 칸딘스키, 피카소 등의 쟁쟁한 미술가들이었다. 이 작업에 참여한 미술가들은, 단지 자신의 라벨이 붙는 해와 또 다른 해의 샤또 무똥 로췰드 와인을 받는 ‘우아한 거래`로 보수를 대신했는데, 이러한 거래를 거부한 화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명품의 가치를 높인 그의 아트 라벨 아이디어는 전 세계 와인 수집가들이 매년 새로운 라벨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아티스트 라벨 아이디어는 최근 다른 곳에서 모방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의 켄우드 아티스트 시리즈와 호주의 루윈 에스테이트 아트 시리즈 등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립 남작이 거둔 최고의 업적은 나다니엘이 충격을 받았던 2등급이라는 수모를 다시 1등급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필립 남작은 무똥이 2등급으로 정해진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엄청난 부정이 있었다.`라는 그의 말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시 1855년 등급 분류의 기준이 사실상 가격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오랜 세월 이전부터 샤또 라피뜨 로췰드와 샤또 무똥 로췰드 사이에는 라이벌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문제는 1868년 당시 로스차일드가의 남작으로 군림하고 있던 나다니엘의 숙부이자 장인인 제임스가 보르도의 유구한 와인 역사이자, 왕실에 들어가는 와인으로 이름을 떨친 샤또 라피트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는 같은 나무에서 자라난 두 가지는 이렇게 해서 경쟁 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특히 가격 경쟁이 둘 사이를 더욱 갈라놓았는데, 무똥이 비싼 가격에 와인을 팔면, 라피뜨는 더 비싼 값에 와인을 파는 식이었다. 사실 당시 라피뜨와 거의 같은 가격에 팔린 무똥이 1등급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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