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남북정상회담 성공 실향민 恨 해소되길

[중도초대석]남북정상회담 성공 실향민 恨 해소되길

지정석 이북 5도민 회장

  • 승인 2007-08-27 00:00
  • 신문게재 2007-08-28 13면
  • 대담.정리=한성일.사진=박갑순 기자대담.정리=한성일.사진=박갑순 기자
고령자 실향민 고향방문.서신교환 등 성과기대
시 거주 새터민 350여명 직장알선등 자립지원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오는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실향민들의 기대는 남다른 상황이다. 이에 지정석 이북 5도민 회장을 만나 실향민들의 삶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통일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이북5도민 회장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를텐데 소감은 어떠신지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성과를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반세기 넘도록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실향민 1세 고령자들의 한도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경제교류협력을 통한 금강산관광개발, 개성공단사업, 남북한 철도시험운행, 민간단체의 경제적,기술적 지원, 활발한 인적교류 등 분단 이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말 놀랄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시험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북한의 핵 포기를 다루는 6자회담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해서 북한의 핵 포기를 받아내야 힙니다.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양적 측면보다는 질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 경제의 실질적인 성장을 유도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관심을 가졌던 새마을운동을 북한에서 진행한다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은 실행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문제에 대하여 북측이 수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북5도민의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의 출생지는 황해도 옹진이지만 선친께서는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이십니다. 25년전 선친께서 작고하신 후 평안북도 청년회에 참여하여 대전지구 청년회장, 대전.충남 청년연합회 대표의장을 거쳐 2004년 평안북도 대전지구도민회 회장에 취임하였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50대 지구도민회장에 취임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대전에는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도민회가 애향.통일.참여의 슬로건을 걸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도 회장님께서 여든이 넘으신 관계로 상대적으로 젊은 제가 대외적인 활동에 적합해 이북5도민 회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전시 새터민자립지원센터의 센터장도 맡고 계시지요?

▲새터민자립지원센터는 자유총연맹 부설로 지난 2006년 11월28일 개소되었습니다. 자립지원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유총연맹 정성욱 회장님께서 고심 끝에 실향민 1세대인 저에게 권유하셨습니다. 새터민들을 고향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작으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수락했고 지난 5월25일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새터민자립지원센터가 하는 일이 궁금합니다.

▲현재 대전엔 약 350여명의 새터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새터민들은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경직된 생활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립지원센터에서는 적성에 맞는 직장을 알선하고, 안정된 가정을 꾸며주고, 가정, 건강, 결혼, 교육, 법률, 취업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과 지원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대전시에서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위한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또한 8월 17일 대전시 북한이탈주민 지원협의회가 발족하여 15명의 위원이 위촉장을 받았습니다. 9월에는 민간차원의 후원회를 발족하여 다각적으로 새터민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새터민들이 대한민국에 조속히 적응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시킬 예정입니다. 그들이 대전을 제2의 고향으로 느끼고, 정착할 수 있도록 대전시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부에서도 통일기금을 북한에만 지원하지 말고, 현재 1만명이 넘어선 새터민들의 정착을 위해 조금이라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대전 정착은 언제 하셨나요.

▲1947년에 부모님의 품에 안겨 월남했고 1.4후퇴 때 대전에 정착해 57년째 중구 문창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향인 이북에 모든 것을 남겨두고 자식들과 살기 위해 맨주먹으로 고생하시던 어려웠던 그 시절, 생전의 부모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부모님께서는 근면성실로 자식들에게 교훈을 주셨고 투철한 정신력을 심어주셔서 오늘의 저를 있게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쟁통에 힘들었던 그 시절, 대전에 정착한 우리에게 무언의 도움을 주셨던 대전시민께 감사했었다는 말씀이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실향민을 대표하여 대전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실향민 2세인 저는 어려움에 고통 받는 사람과 소외된 계층, 불우이웃, 독거노인과 최근에 탈북한 새터민에게도 깊은 관심을 갖고 봉사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사회 발전과 대전 발전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실향민들의 생활은 어떠한가요.

▲현재 대전에는 전체 시민의 20% 정도인 약 30만의 실향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실향민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은 해방을 전후한 시점을 시작으로, 1.4후퇴때 가장 많은 실향민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실향민들은 확고한 국가관으로 군인과 경찰이 되거나 교육 분야에 투신하여 조국의 통일과 치안 유지, 학교 교육에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다. 또한 많은 분들은 생계수단으로 현재의 중앙시장 일대에서 장사를 시작하여 대전이 상업 중심도시로 발전하는데 기여를 하셨습니다. 현재는 각 도민회를 중심으로 군민회, 부녀회, 청년회가 활발한 애향활동과 친목활동으로 단합을 돈독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 1세분들의 생명의 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라기는 이번 2차 정상회담이 잘 이루어져 그 분들이 고향땅을 밟아 볼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우선 실향민들이 바라는 것은 고향 부모형제들의 생사확인이고, 이어서 서신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다못해 부모님의 제사라도 제 날에 지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회장님의 통일관이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의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방식에 의한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라도 통일만 되면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은 아직도 남조선에 대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통일은 평화적인 통일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동맹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외교관계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남한 내의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통일을 위한 공감대를 조성해야 합니다. 통일에 대한 우매한 행동이나 위험한 발상을 자제하고, 절대 통일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주변국가와 상호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취해야 할까요

▲우선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시기와 협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여론을 수렴했어야 합니다. 북한의 갑작스런 수해로 정상회담이 연기되어 성공적인 성과를 기다리는 실향민에게는 매우 아쉽지만, 정부는 회담연기가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협상 의제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정상회담에 대한 첨예한 대립을 삼가고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국민 대통합의 의지가 절대 필요한 시점입니다.


-통일을 대비해 남한국민들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통일은 우리 민족의 지상과제입니다. 이번 세기 안에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와 후손들에게 많은 상처와 어려운 유산만 남기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통일은 평화적인 통일이어야 합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6.25와 같은 동족상잔과 무력통일, 1인체제의 독재적 남북통일, 계획과 통제로 일관된 사회주의 통일은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됩니다. 경제력의 격차가 심한 남북한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남쪽의 많은 양보와 지원은 필연적인 수순이고, 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포용과 이해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협력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도 필요하겠습니다.


-우리가 통일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통일에 대한 걸림돌은 외적으로는 북한의 변화하지 않는 대남 전략노선과 주변 국가들의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한 이해관계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적으로는 남한 내의 정치대립, 지역감정, 이념갈등, 세대갈등 등 남남갈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어떻게 기대하십니까.

▲잘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7년만의 정상회담인 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성과를 기대해 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회담 시기에 대해 정치적인 오해가 없도록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1차 정상회담에서 협의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도 실행되도록 협상이 필요했습니다. 이왕 협의된 사항이니만큼 정부가 충분한 전략을 세워 북한을 설득해 핵무기를 포기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남북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경제협력 관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잔여임기 4개월을 앞두고 북한에 퍼주기만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북 지원과 북한과의 협상내용에 대한 정부의 대국민 홍보와 정보 공유가 부족했던 점이 저런 평가를 받게 만든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 북한의 수해에 대한 긴급구호, 지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대북지원은 필연적인 상황이며, 지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지원하는 자원이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게 쓰이고 있는지는 반드시 검증해야 할 것입니다. 혹 북한의 군비를 충당하는 용도로 사용되거나 공산당원과 군인에게만 지원되고 있지 않은가 살펴보아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죠.

▲북한도 이념과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통해 스스로 변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먼 훗날 민족을 도탄에 빠뜨린 주범이라는 역사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과감하게 체제를 버리고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조국의 미래를 새롭게 여는 역사적인 성과에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정석 회장은 누구?
▲47년 황해도 옹진 출생 ▲ 대전상고. 경희대 체육대학 체육학과 졸업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자문위원 11.12.13기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부위원장 ▲중부경찰서 행정발전위원. 중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 ▲대전시 자원봉사연합회 감사 ▲대전시 중구 체육회 이사 ▲중부경찰서 대흥동 선진질서위원장 및 자율방범대장 역임 ▲민족통일구국협의회 사무국장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지구 교육부총재 및 제4지역 부총재 역임 ▲새터민자립지원센터 센터장 ▲대전시북한이탈주민지원협의회 위원 ▲대림자동차합동대리점 대표 ▲슬하에 지승현KBS 주말9시뉴스 앵커 등 1남1녀 ▲대통령표창 2회,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표창, 올림픽기장, 통일부장관 표창, 중구 문화상 수상, 민족통일협의회 민통장. 평안북도 지사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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