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는 책임.소임 다할때 프로다워
4-3-3 포메이션 등 변화모색… 6강 목표
명장 김호(63)감독이 대전시티즌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k-리그에 복귀한 지 보름이 지났다.
K리그 188승의 명장, 94 미국월드컵 대표팀 감독, 그리고 영원한 야인, 김호 감독이 4년 만에 녹색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명장의 귀환.
현장을 떠나 있는 지난 4년간 그는 축구와 떨어져 있지 않았다. 축구 해설가로 고정 칼럼니스트로 항상 축구를 이야기하고 축구를 지켜봤다. 김호 감독을 지칭하는 숱한 수식어가 있지만 이제 그는 대전시티즌의 감독이란 수식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영원한 야인이면서도 영원한 프로인 인간 김호 감독을 만났다. <편집자 주>
투수로 활약하다 어깨는 부상으로 투수생활을 마감한 오혜성을 비롯한 혼혈아, 외팔이 코치 등 프로구단 퇴출 1순위인 보잘것없는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감동을 일궈낸다는 공포의 외인구단.
김호 감독과 대전시티즌을 보면 공포의 외인구단이 떠오른다.
야구와 축구라는 종목만 다를 뿐 ‘공포의 외인구단` 속에 흐르는 정신과 구성요소들이 흡사하다는 생각이다. 일본서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을 받고 프로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손병호 감독은 야인(野人)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김호감독과 유사하고, 스타플레이어 없는 대전시티즌 선수들은 공포의 외인구단 속 등장인물과 흡사하다.
-대전시티즌의 지휘봉을 잡은 지 20여 일이 지났다. 대전시티즌에 대한 느낌은?
▲ 취임하자마자 브라질 인터내셔널 팀 초청 경기가 있었고, 곧바로 9일간 일정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대전시티즌은 유형의 자산보다 무형의 자산이 많은 팀이다. 좋은 구장과 열성적인 팬들이 있는 대전은 가능성이 있는 구단이다. 시민구단으로 창단할 때부터 대전시티즌을 줄곧 지켜봐 왔다. 시민구단은 한국프로축구의 모델로 잘 커야 한다.
-구단에서 아파트를 얻어주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선수들과 같이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굳이 이유가 있다면?
▲나는 대접을 받기 위해 대전시티즌에 온 것이 아니다. 축구를 하러 왔다. 당분간 선수들과 생활하면서 선수들을 점검할 생각이다. 선수들의 숙소가 생각보다 다소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숙소 개선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과 함께하는 숙소생활의 철칙이 있다면 술을 먹고 취한 모습으로 숙소에 절대 가지 않는다. 지도자가 취한 모습을 선수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취임 후 줄 곧 선수들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한 이유는?
▲선수들의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유니폼만 갈아입었다고 해서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선수는 내일 그만 두더라도 오늘은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프로선수이다.
축구선수는 운동장 안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야지, 운동장 밖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 운동장에서 1분을 뛰더라도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프로답게 행동을 안 한다면 (자신의) 적이 되고 만다. 자신의 주가는 자신이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성을 갖춰야 한다. 태도와 생각이 올바르지 않다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능은 서서히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전시티즌이 재정적으로 어려운데?
▲어렵다고 입버릇처럼 자꾸 이야기만 하면 변화되지 않는다.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구단 모두 같은 상황이겠지만 대전은 장사를 해야한다. 어린 선수를 육성해 팀에서 보유하기도 하고 선수를 팔기도 하고 다시 육성하고 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선수운영에 대해 사전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운영해야 한다. 선수를 팔 경우 슬퍼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수요 판단을 통해 팔 수 있으면 팔아야 한다. 대비를 안 하고 있다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현 드래프트제가 현실적인 벽인데?
▲맞다. 현재 시행되는 있는 드래프트제는 폐지돼야 한다. 드래프트제는 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을 구단에서 어린 선수들을 선발 육성해 다른 구단에도 팔고 해야 한다. 유소년시스템에 체계적인 관리와 지도를 받은 선수와 졸업하자마자 프로시장에 나온 선수는 질적으로 다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니가 그렇다. 유소년에서 축구를 시작해 처음에는 촌스러웠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선수는 1년을 지켜봐도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드래프트제는 시장에 나온 선수를 보고 지명해 데리고 오는 것으로 문제가 많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데 구단이 어린 선수들을 돈을 들여가며 키울 필요가 있겠는가? 결국, 프로팀에서 어린 선수를 육성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해 `국가대표 제조기`라 불린다. 이 때문에 축구계에서는 `김호의 아이들`이 있다는데?
▲유소년, 내지는 중고시절부터 클럽에서 체계적으로 키운 선수들이다. 이운재 ·조재진 ·김두현 ·손대호 등은 A대표팀서 활약중이며 ·고종수·서정원,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서 2골을 뽑아낸 신영록 등이 있다.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키운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됐을 때 축구 지도자로서 가장 기쁜 일이다.
-주전은 정했나, 후반기 리그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정해진 것은 없다. 우리 팀의 주전은 축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다. 감독이 요구한 것에 빨리 도달해야 한다. 선수 모두 속속들이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공격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포터 역할을 하는 선수가 없다. 선수 간 짝을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짧은 기간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선수들이 이를 극복해야 후기리그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최소 6강이라도 가야하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또 선수들에게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대전시티즌이 전술 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선수들에게 압박과 스피드, 공간활용, 양 사이드 활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축구는 생각하는 경기다. 선수는 최소한 경기장에서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야 한다. 드리블을 할 것인지, 패스나 슈팅을 할 것인지 표현을 분명히 해야한다. 자신이 의미가 있고 움직여야지 다른 선수들도 의미가 있고 움직일 수 있다. 전반기 3-5-2전술을 주로 사용해 온 것으로 안다. 사이드 어택커 등 운동장을 많이 뛸 수 있는 스태미나를 갖춘 선수들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 팀은 그렇지 못하다. 후반기에는 4-3-3포메이션도 구사할 방침이다. 이미 4-3-3전술을 훈련했지만 아직은 흉내를 내는 수준이다. 앞으로 틀을 갖춰나가겠다.
-축구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축구는 승패보다 과정을 즐기는 게임이다. 골을 넣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골을 넣기 위해 선수들이 움직이는 과정에 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축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골이 안 터지더라도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해야한다.
또 축구는 생활 속에 있어야 한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맡은바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17일 경기에 4만4257명이라는 기록적인 관중이 몰렸다. 대전 팬들의 기대가 높은 것 같은데 부담은 없나?
▲팬들의 기대가 높은 것에 대해 고민이다. 시티즌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데 문제다. 팬들이 너무 높은 기대를 할까봐 걱정이다. 말해 듯이 6강에 진입하고, 다음은 4강 등 단계를 밟아갈 것이다. 대전시티즌의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최후까지 싸울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팬들은 대단한 열정이 있다. 대전 팬들은 어느 팀 팬들보다 강하다. 함께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팬들도 경기장을 자주 찾아, 선수들을 응원해 줬으면 한다.
◎김호감독은
▲경남 통영 두룡 초등- 통영중- 부산동래고등학교 졸업
〔선수 경력〕
▲ 1964 - 1968 : 제일모직축구단
▲1969 - 1974 : 상업은행축구단
▲1975 - 1977 : 포항제철축구단
〔국대표 경력〕
▲ 1965 - 1973 : 국가대표팀 수비수
〔지도자 경력〕
▲ 1975 : 동래고 감독
▲ 1979 : 세계청소년대회 코치
▲1983-1987 : 한은은행 축구단 감독
▲1988-1991 : 울산현대프로축구단 감독
▲1992 : 국가대표팀 감독
▲1992-1994 : 94 미국 월드컵대회 감독
▲1995-2003 : 수원삼성블루윙즈 감독
▲ 2001-2002 : 대한축구협회 이사
[수상실적〕
▲1969 : 제1회 기자단 선정 최우수선수
▲ 1970 : 제18회 대통령배축구대회 최우수선수
▲ 1971 : 국민훈장 석류장
▲ 1997. 9월 : AFC선정 8월의 감독상
▲ 1998. 11월 : 제12회 올해의 축구대상 올해의 감독상
▲ 1998. 11월 : 98 프로축구 빅스포상 프로감독상
▲ 1999. 1월 : 98 프로축구 감독상
▲1999. 9월 : AFC 선정 8월의 감독상
▲1999. 11월 : 제 13회 올해의 축구대상 올해의 감독상
▲1999. 12월 : 골든볼 지도자상
▲ 1999. 12월 : 99 프로축구 K리그 감독상
▲ 2000. 10월 : 통영시민의 상
▲ 2002. 3월 : AFC 선정 2월의 감독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