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새 와인은 새 오크통에…

[와인이야기]새 와인은 새 오크통에…

술통따라 맛.향 천차만별 17.와인이나 사람이나 숙성이 중요하다

  • 승인 2007-06-29 00:00
  • 신문게재 2007-06-30 13면
  • 박한표 대전와인아카데미 원장박한표 대전와인아카데미 원장
나뭇결사이 스며든 산소 결합
와인의 탄닌 성분 부드러워져
발효후 옮겨담아 찌꺼기 분리


발효가 끝난 와인이 더욱 좋은 맛과 부케향이 나도록 뜸을 들이는 과정을 숙성과정이라고 한다. 숙성하는 동안 와인 특유의 복잡한 맛과 향이 충분히 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확하고 발효시킨 뒤 바로, 즉 수확 후 두 달쯤 지난 후 마실 수 있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같은 와인도 있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기간이 제 각각인 것처럼, 와인을 숙성시키는 통 또한 와인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은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 담아 숙성시킨다. 오크통에 숙성시킨 와인은 나뭇결사이로 들어온 산소와 결합하여 탄닌이 부드러워질 뿐만 아니라 오크(참나무)의 각종 향과 성분이 스며들어 와인에서 나무 향, 바닐라 향, 구운 토스트 향 같은 여러 향기를 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오크통을 사용했느냐에 따라서도 와인 맛이 달라진다. 새 통에 넣은 와인과 중고 통에 넣은 와인 맛은 당연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오크통 숙성 과정에 양조업자가 조심스럽게 실행하는 주요 작업이 있다.

▲ Ouillage(우이야쥐-와인 채워 넣기): 숙성 초기 기간 동안 오크통의 와인은 증발 현상으로 줄어든다. 이 때 비어있는 공간의 공기로 인해 와인이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손실된 오크통의 와인을 언제나 꽉 채워주어야 한다.

▲ Soutirage(수띠라쥐-와인 옮겨 담기): 발효 후에 첫 번째 하는 작업이 와인 옮기기이다. 원래의 발효 통에 있는 와인을 다른 빈 발효 통(스테인리스 스틸 또는 오크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말한다. 이 경우 밑바닥에 가라앉은 효모 찌꺼기 등과 같은 고체성분과 맑은 와인이 일차적으로 분리된다.

▲ Collage(꼴라쥐-와인 정제하기): 숙성 중에 있는 와인 표면에는 미세한 불순물 입자들이 떠 있기 때문에 이를 침전시키는 꼴라쥐(Collage, 점착)작업을 한다. 이것은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달걀흰자나 벤토나이트(Bentonite, 화산재의 일종인 진흙), 젤라틴(우뭇가사리의 일종) 등을 이용해 부유 중인 미세한 입자들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와인에 첨가된 이들 물질들은 부유물과 결합해 가라앉게 된다. 그러면 밑바닥의 내용물은 그대로 둔 채 윗부분의 와인만 다른 통에 옮겨 담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됨으로써 와인이 맑아지고 투명해지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미세한 여과장치가 개발되어 번거로운 꼴라쥐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와인을 만드는 와인 양조장(와이너리)에서는 와인 맛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정제 과정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일부 와인 산지에서는 발효가 끝난 와인을 섞는 블랜딩(Blending, 조합)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의 경우 주된 포도품종으로 빚은 와인에 보조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반드시 일정 비율로 섞는다. 그 이유는 각 포도품종이 갖는 좋은 점을 상호 보완해 향과 맛이 조화롭고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때 섞는 비율은 와인생산업체별로 다른데, 이것이 각각 특색 있는 와인들이 탄생되는 비밀이다. 뱅 드 따블(Vin de Table)급과 같이 대중적인 와인은 다른 지방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가져다 섞기도 한다. 그러나 고급 와인의 경우는 반드시 동일 지방에서 재배된 품종만을 발효시킨 와인을 갖고 블렌딩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와인은 오크통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넣어져 숙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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