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한글의 산업화만이 글로벌 한국 지름길

[중도초대석]한글의 산업화만이 글로벌 한국 지름길

정순훈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배재대 총장)

  • 승인 2007-06-04 00:00
  • 신문게재 2007-06-05 10면
  • 대담=이승규.정리=오희룡 기자대담=이승규.정리=오희룡 기자
국내 대학 최초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과를 설립하고 세계 각국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설치하며 한국어 교육에 앞장서온 정순훈 배재대 총장이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어의 해외 보급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진흥을 위해 문화관광부가 2001년 설립한 한국어 세계화 재단이 비국어국문학자를 이사장으로 선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발품을 팔아 한국어 교사 양성과 해외 보급기지 확충에 기여한 정 총장의 노력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2010년 5월까지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게 될 정총장을 만나 평소 한국어에 대한 그의 교육철학과 한국어세계화재단의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소감은 어떠한가?

▲그동안 국어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이사장을 맡아오시다, 처음으로 법학을 전공한 제가 중요한 기관의 장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지난 2003년 배재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한국어세계화 사업 등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한국어세계화재단은 설립 이래 한국어 교육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 그동안 해오던 일들을 계승 발전시키고, 또 새로운 사업이나 역할들을 찾아내어 우리 재단이 한국어 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직까지 한국어 세계화 재단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기관이다.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우리 재단의 설립 목적은 한국어의 세계 보급 및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진흥에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재단은 국내외에서의 한국어를 진흥하고 보급할 수 있는 사업,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업, 한국어 교육 능력에 관한 사업, 국내 외국인 노동자 및 결혼 이주 여성과 그들의 자녀 교육을 위한 사업 등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사업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는 구체인 사업들을 구상해서 실천할 생각이다. 한국어를 세계화 시키는 방법에 있어서도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한국어의 산업화에 초점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 전문 교원의 양성과 관리의 문제, 교재의 보급 및 현지에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의 개발 및 지원, 언어권별 교수법 개발 등이 필수라고 여겨진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 보급의 수준은 어떠하다고 보는가? 또 이를 위해 개선할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2위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구도 8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어와 프랑스어에 비해 한국어의 보급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전 세계 대학 중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능력이나 한국어의 수요에 비해 적절히 대응해오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차원의 제도적 보완과 뒷받침이 시급하다.

-한국어 교육에 있어 한국어 강사의 위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배재대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가 있다. 2003년 배재대총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진행한 일 중의 하나가 이 학과를 만들어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고 가르치는 전문가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제는 전국에 유사한 학과가 몇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지 국외의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내에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라든지 국제결혼해서 오는 외국인 여성과 그들의 자녀들을 위한 한국어교육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하지만 한국어 교사들의 지위나 급여 수준은 아주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과 직업으로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절한 처우 개선을 해 주어야 한다. 한국어 교육 전문 인력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육성과 관리, 그리고 처우의 개선은 빠른 시일 안에 제도화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들과 농촌을 중심으로 한 국제결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고용허가제에 의해 입국한 외국인도 여전히 한국어 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주 여성의 경우는 아무런 사전 교육이나 지식 없이 입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대상의 교육은 우리 재단에서 3~4년 전부터 해오고 있으며, 또 각 지자체에서 중앙 정부와 협력해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한국어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예산 및 인력 문제등 많은 제약이 있다. 우리 재단이 하고 있던 일들은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노력할 것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힌다.

-지난 2003년 배재대 총장 취임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학부과정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를 설치했다. 지난 2005년 1월부터는 중국 등 6개국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어 교육에 있어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한국어 교육을 위한 계획이 더 있는가?

▲언어는 모든 분야의 기초다. 영어가 세계 공통언어가 되면서 미국의 위상은 물론, 미국문화의 위력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어를 세계화시키는 것은 우리문화를 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는 경제적 성장 못지않게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를 배재대학교가 개설할 때까지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나? 특히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아직도 교사자격증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금도 절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다.

배재대에서는 삼성그룹의 협조를 받아 전 세계 8개 언어권별로 한국어교육 교재를 개발 중에 있다. 오는 10월 한글날에 맞춰 완성될 이 교재가 나오면 그동안 문화와 언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교육해오던 한국어교육이 상당부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내년까지 배재대는 한국어교육센터 설립을 50곳으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국내 대학들의 `한국어 교육`은 대부분 학부 과정이 아니라 평생 문화원이나 특수 대학원등의 특수 과정을 통해 양성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의 추세는 어떠할 것으로 보는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한국어 교육을 전문적인 전공 영역으로 인정하기보다는 국어국문학이나 국어교육학의 여러 영역 중 한 영역으로 간주했다. 한국어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국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 과정을 정규 학위 과정으로 설치하지 않고 특수 대학원이나 평생교육원(사회교육원)과 같은 특수 과정에 설치해 운영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교육원의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은 단기 과정으로서, 단지 수 십 시간(최근에는 120시간 내외)의 강의를 듣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유능한 한국어 교사가 양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점과 한국어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한국어 교사의 양성이 다른 초·중등교원 양성과 같이 학부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에서의 한국어의 위상은 어떠한가? 앞으로 한국어 교육과 보급을 위한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외국에서의 한국어의 위상은 우리가 국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상당히 높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사용자 수 대비 순위도 아주 높고, 언어로서의 가치라고 할까, 수요가 아주 높은 편이다.

배재대에서 그간 여러 나라의 대학에 한국어교육원을 설립해 왔는데, 그리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던 배경 중에 하나가 바로 그들이 느끼는 우리 한국어의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한국어 교육의 내실화와 보급 방식의 현실화는 아주 중요하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학습 목적에 맞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순훈 총장은>
1965. 03 - 1968. 02 배재고등학교
1968. 03 - 1972. 02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법학과
1981. 03 - 1983. 02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1984. 03 - 1987. 02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1984. 03 - 1985. 02 배재대학교 신문사 주간
1984. 03 - 1986. 08 배재대학교 법학과장
1986. 06 - 1987. 06 연세법학회 회장
1986. 08 - 1988. 08 배재대학교 기획실장
1988. 08 - 1989. 08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법과대학 교환교수
1990. 03 - 1991. 02 배재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1991. 03 - 1991. 10 배재대학교 교무처장
1992. 05 - 1993. 05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1993. 03 - 1994. 08 배재대학교 시민법률상담소장
1993. 06 - 1993. 08 러시아 국립모스크바대학 방문교수
1994. 03 - 1995. 03 배재대학교 자체평가위원회 부위원장
2000. 03 - 2002. 02 배재대학교 교수협의회 감사
2000. 05 - 2000. 06 한국대학교육협회 법학분야 평가위원
2003. 03 - 현 재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원
2003. 03 - 현 재 배재대학교 총장
2000. 05 - 2002.05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2000. 09 - 2003. 02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자문위원
2003. 11 - 2004. 10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2003. 02 - 현 재 대전지역 교수선교회 고문
2003. 03 - 현 재 충남발전협의회 자문위원
2003. 04 - 현 재 대전기독교연합회 자문위원
2003. 05 - 현 재 국가경영진단 100인위원회 위원(사단법인 한국공공자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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