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등 대륙 연결시 한국경제 대변혁
정식개통은 北의지 가장중요 정부대책 절실
남.북.러 2차 철도정상회담 내달말 가능성
지난 17일 역사적인 남북철도 시험운행이 있었다. 경의선과 동해선에서 이뤄진 이번 시험운행은 50여년 만에 끊어진 국토의 대동맥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슴벅찬 기대를 갖게 했다. 본보는 이에 따라 이번 시험운행의 주역인 코레일 이철 사장을 만나 정식개통 가능성과 향후 어떤 논의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인지 들어봤다.
▲ ▶59세, 경남 진주 출신 ▶경기고.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2~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총무.사무총장 ▶일본 동경대, 와세다대 객원연구원 ▶(주)코코캠콤`(주)코코엔터프라이즈 회장▶실업테니스연맹 회장 |
▲일회적 행사나 정치적 이벤트로 폄하돼서는 안 된다. 우리 열차가 문산역에서 힘차게 기적소리를 내며 개성역을 향해 달리는 순간 정식개통의 희망이 생겼다. 그 기차는 대륙으로도 달릴 수 있다. 이번 시험운행에서 그러한 희망을 보았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가 드디어 대륙과 하나가 되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대륙과 하나가 된 순간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물류의 거점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반세기만에 국토의 대동맥, 민족의 혈맥이 이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의미라 할 수 있다.
-시험운행 당시 북측의 반응과 북측에서도 우리처럼 열차운행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였는지 궁금하다.
▲시험운행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측 인사들도 대단히 적극적이고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정기적인 열차운행의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듣거나 확인하지는 못했다. 구체적인 시기나 절차나 방법의 문제는 제기될 수 있겠지만 북측도 필요성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남측과 북측 모두에게 어떤 손해도 가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익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시험운행 성사를 통해 북측에서 정식개통 의지를 내비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정식개통은 언제쯤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가?
▲어느 누구도 구체적인 시기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측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2000년7월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후 시험운행까지 7년 걸렸는데 정식개통까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진통 끝에 시험운행이 성사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이번 시험운행 구간에 대해서는 당장 정식개통을 해도 아무런 기술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양측이 확인했다. 북측이 동의만 한다면 정식개통은 언제든 가능하다.
-남북철도 개통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북한 군부의 항구적인 군사보장 조치가 아닌가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안이다. 철도개통은 경제적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군사적 문제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북한 군부의 태도가 중요하다. 잘 알다시피 지난해 시험운행을 하루 앞두고 무산됐던 이유도 바로 북측의 군사보장조치가 이뤄지지 않아서였다. 이번 시험운행은 북측의 군사보장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측이 개성공단 활성화나 물자수송, 또 금강산 열차관광으로 얻는 이익을 생각한다면 북한 군부가 계속해서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군부가 가장 염려하는 것이 체제에 대한 부담인데 철도는 그 부담이 가장 적은 교통수단이다. 비행기나 자동차와 달리 기차는 정해진 선로를 벗어나서 달릴 수가 없다. 그래서 정식개통에 더욱 희망을 갖고 있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궁극적으로 한반도종단철도에서 TSR 또는 TCR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적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물류비와 시간이 대폭 줄어들면서 물류혁명이 예상된다. 이것을 경제적 이익으로 이루 다 환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경의선을 연결하여 남북교역에 활용만 해도 한 해 약 2500억원 정도의 물류비 절감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해운수송과 비교했을 때 물류비는 4분의 1, 시간은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 비용과 시간의 절감이라는 효과 외에도 우리가 시베리아나 중앙 아시아의 천연자원을 활용해 얻게 되는 이익도 대단하다. 북한에는 도로가 없다시피 하다고 하는데 시베리아나 중앙 아시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도로를 활용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경제성을 따진다면 철도밖에 없다. 철도를 통해 이 지역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은 미지의 보고(寶庫)에 접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럽과의 통로도 마련된다. 과거에는 ‘초원의 실크로드’라고 불렸는데 이제 새롭게 ‘철의 실크로드’가 생기는 것이다.
그 결과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실질적인 경제교류가 가능해진다. 우리경제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이런 경제적 효과가 가능한 것은 철도만이 갖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항공이나 해운이 점과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철도는 점들이 모여 이루어진 선을 만들어낸다. 모든 선로변이 교역이 가능한 가역권이 된다.
-대륙철도와 연결할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 중 어느 쪽이 개통여건이 좋다고 평가하는가?
▲대륙철도와의 연결선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남한, 북한, 러시아, 중국 등 관련국가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선이 어디인가가 중요하다. 우선 동해선은 제진부터 강릉까지 118km가 단절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연결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경의선은 지금 당장 활용하기는 쉽겠지만 평양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북측의 입장에서는 체제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경의선의 개성 북쪽에서 청년이천선이라고 동해쪽으로 빠지는 노선이 있는데 거기서 동해선을 거쳐 대륙철도와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 또 남북한 모두가 군사적으로 민감하긴 하지만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을 거쳐 청진, 나진, 핫산으로 이어지는 평라선을 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북한의 노후화된 철도를 현대화하는데는 수 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경우 국민적 합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판단하는가?
▲비용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얼마가 들어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관련국들이 공동으로 실사단을 구성해서 면밀한 조사를 해야 정확한 비용이 산출된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정확한 실사를 한 이후에 투자의 효율성을 따져가면서 단계적으로 개량해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관련국들도 북한철도의 활용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만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며 자금동원도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간자본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비용문제만 나오면 일방적인 ‘퍼주기’로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투자가치가 있느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용부담은 있지만 우리가 활용해서 우리가 이익을 얻는 것이라면 SOC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식개통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논의와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인가?
▲그 동안 우리 공사 차원에서 많은 공을 들여왔고,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어차피 활용은 우리 공사가 하는 것이니만큼 당연한 것이다.
남북철도는 대륙철도와의 연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러시아측과의 협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3월에 사상 처음으로 남북러 철도정상회담을 이끌어냈고, 여기서 남북철도와 대륙철도 연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성과도 얻었다. 2차 철도정상회담이 오는 6월말에 성사될 가능성이 많다. 아직 장소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2차 정상회담에서는 나진~핫산간 선로개선작업과 컨테이너 시범운영을 위한 운송회사 설립 등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남.북.러 철도협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철도연결에 필요한 문제는 정부와 협력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시험운행을 통해서도 확인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 북한철도는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전차로가 아니지만 디젤 기관차를 사용하면 된다.
정식개통에 남은 문제는 북측의 의지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철도의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는 우리 공사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범 정부 차원의 대책과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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