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밖]임금과 대통령과 시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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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밖]임금과 대통령과 시청 과장

기자들의 편의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알 권리다. 언론의 자유 침해는 국민의 알 권리 침해다. 접근 아닌 통제, 신장 아닌 후퇴, 개선 아닌 통제….

  • 승인 2007-05-23 00:00
  • 신문게재 2007-05-2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어제(23일) 대전시청 대중교통과장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다급한 현안이 있긴 했지만, 주무 과장으로서 당면 현안과 문제점까지 조목조목 자료까지 준비해 열심히 설명하고 돌아갔다. 납세자인 대전시민들이 알아야 할 사안이기에 기회 닿는 대로 공개하려 한다.

회심자(필자)는 ‘이동 브리핑’에 대한 답례로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러줬다. 이런 호의(?)는, 감추고 덮고 핑계 찾기에 바쁜 작금의 상황에 대한 반사작용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것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이다. 한데 어딜 봐도 낡은 관행을 던지고 선진 체계로 가는 제도와는 핀트가 맞지 않는다. 기자실 통폐합의 포커스도 공급자 위주 통제에 맞춰졌지 수요자 위주 정책은 아닌 듯하다. 갓 쓰고 자전거 타는 모습이다.

한국신문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기자협회는 물론 원군이던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등도 보기 드물게 반대 성명을 냈다. 야당, 대선 후보, 심지어 열린우리당까지 비판에 가세하는 이유는 국정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접근 기회를 제한 내지 차단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바라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처음 이 발표를 듣고 1577년의 조보(朝報) 인출사건이 생각났다. 조보라 함은, 국왕 동정에서 조정의 대소사를 실어 경향의 관아와 사대부에게 배포되던 일종의 신문이다. ‘기별(奇別)’이란 말은 원래 이 조보를 일컬었고, 기자들의 취재수첩처럼 휘갈겨진 ‘기별글씨’라는 말도 나돌았다.

그때도 승정원 앞뜰에는 조보를 필사하려는 아전들로 오늘날의 열띤 취재 경쟁을 방불케 했었나 보다. 어느 날 선조가 인쇄된 조보를 읽고는 국가 기밀을 유출시키는 통로라는 구실로 관련자들을 귀양 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참여정부의 언론관도 선조의 우매함을 닮아가지 않을지 노파심이 든다. 기자실을 “일부 기자가 죽치고 앉아 흐름을 주도하고… 담합하는 구조”로 본 시각이 ‘세계적보편적’것의 기준점이라 할 때, 언론에도 고유의 보편적.고전적인 특성과 편집권이 있는 것이다.

기자실도 개선할 점이 있지만 이건 방법부터가 틀렸다. 시대 흐름도 대세도 아무것도 아니다. 통폐합의 발단이 “기자실이라는 것 때문에 기사가 획일화되는 부작용이 있다”는 대통령 발언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조보를 간행하는 것이 사사로이 사국(史局)을 설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라던 430년 전의 조선왕조 선조임금 인식과 얼마나 다른가. 그리고, 도대체 뭘 지원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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