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향상 위해 조직.예산 등 투자 수반돼야
지자체 무관심 탓에 지역통계 ‘황무지’
기관 기술지원 통한 행정 효율화 절실
통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혼통계에서부터 인구이동통계, 시도별 장래 인구통계에 이르기까지 통계는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사회 또는 경제지표로 거론된다. 통계청은 지난해 통계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선진 통계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통계개발원을 대전에 설립했다. 통계개발원은 통계 R & D 기관에 해당된다. 본보는 지난 14일 선임된 이재형(53) 초대 통계개발원장을 만나 통계개발원의 역할과 중점 연구분야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교량, 철도 등을 국가인프라라고 하는데 통계도 소프트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통계는 국가발전을 위한 건전한 토론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통계가 건전한 토론의 시발점이 된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때도 통계가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책이 잘 됐느냐, 못 됐느냐도 통계가 뒷받침된다. 국가통계는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요체다.
-통계개발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통계의 개선할 점과 개발할 점은 무엇인가, 또 작성된 통계를 분석함으로써 사회현상을 잘 전달하도록 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통계청 내부 조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비단 통계청 통계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중앙부처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국가통계를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통계전문가로서 초대 원장에 선임됐는데 앞으로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둘 계획인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국가통계를 개선, 개발시키기 위한 기초연구에 충실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통계조사, 작성행정의 효율화, 기존통계의 부족한 점,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통계 등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통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다.
이미 많은 민관 연구소, 정부부처에서 통계분석을 하고 있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연구소에서 하지 못한 연구를 관심을 갖고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팩트 파인딩(Fact Finding)만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UN, OECD 등 국제기구와 국제협력을 증진하고 개도국에 대한 통계행정 노하우 전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도 높일 생각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통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국가운영, 기업경영, 개인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질적, 양적으로 풍부한 사회가 지식정보화 사회다. 사회 구성원이 좋은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사회가 진보하고 경제가 발달하며 개인생활이 풍요로와진다. 이러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통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콘텐츠 측면에서 통계는 정보가 객관성, 계량성을 갖도록 한다. 또 정보흐름 측면에서는 통계는 소통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달의 왜곡이나 비대칭성을 극복해 오해를 불식시키도록 한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확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정보강국은 통계강국이다.
-우리나라의 통계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어느 수준인가?
▲그 동안 통계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선진국 수준에 많이 근접했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은 국가운영 및 사회활동에서 통계가 갖는 중요성을 이미 일찍 인식해 통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도 센서스를 실시한 지 이미 100년이 넘었다.
후발국인 중국에서도 통계의 부실이 국가발전의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인식하에 통계발전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통계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통계를 요구하지만 좋은 통계를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투자나 기반조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투자가 수반됐기 때문이다. 다른 생산품과 마찬가지로 통계도 조직, 인력, 예산 등 투자가 잘 이뤄져야 발전할 수 있다.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도라고 생각한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통계를 작성하기 위한 통계작성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통계를 생산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어떤 통계를 요구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충분한 투자아래 적합한 절차로 통계가 작성돼야 한다. 통계기술의 발전과 효율적인 통계행정도 필요하다.
우리사회에서 통계에 대한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 좋은 통계가 있기 위해서는 정치권, 정책당국, 학계, 언론, 일반 국민 등 좋은 수요자가 있어야 한다. 국가통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통계작성기관은 중립성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팩트(Fact) 자체만 보여주어야 한다. 통계기관의 신뢰성이 손상될 때 통계작성기관은 설 자리라 없어진다.
-통계는 작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기획하고 분석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인력은 충분히 확보됐는가?
▲통계개발원 전체 인원 40명 중 연구인력이 35명이다. 이 중에서 17명이 통계학, 경제학, 사회학 등 박사출신이다. 통계청에서 통계개발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우수인력을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기능은 상대적으로 매우 강한 편이다. 기획, 분석 기능이 강화되면 좀 더 효율적인 통계작성이 가능해지고, 통계의 개선 및 개발이 용이해진다.
통계개발원이 설립된 것도 바로 기획, 분석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정원 40명의 작은 연구소이므로 연구소 자체 내에서 모든 연구를 소화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강화해 대학, 연구소 등에 있는 훌륭한 학자, 연구자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갈수록 통계수요는 증대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등으로 시민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따라서 선진 통계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먼저 통계조사에 협조해 주시는 국민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의 비협조로 중요한 통계작성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국민들이 잘 협조해 주는 편이다. 특히 도시가계조사 통계의 경우 조사대상자 가구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있다. 아무리 통계기법이 발전해도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에는 비길 수 없다. 우리나라도 통계조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거부감과 맞벌이, 단독세대가구의 증가 등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통계청에서는 10년 전부터 선진통계기법을 연구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임퓨테이션(Imputation:추정기법), 표본대체, 응답지 성실도 분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도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기법이다. 국민들이 잘 협조해 주는 것에는 못 미친다.
-지자체가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을 펴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세분화한 지역통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통계의 바람직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지방화시대에 지자체가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무엇이고 주민들의 현재 실태는 어떠한지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책추진의 기본조건이며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효과적인 정책은 기대할 수 없다.
사실 최근까지 지역통계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일부 지역통계만 있었을 뿐 지자체가 원하는 세세한 분야의 통계는 거의 없었다. 그 원인은 지자체의 통계에 대한 관심부족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인력이 동경도청은 160명인데 반해 서울시는 최근 많이 늘었음에도 10여명 정도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전부터 지자체의 통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조직도 생기고 지역특성에 맞는 통계를 생산하고 있다.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며 확산돼야 한다.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건은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지자체와 통계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하다. 지자체별로 특수한 통계는 지자체별로 생산하되 통계청이 기술지원해주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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