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문제는 가정.학교의 관심이 가장 중요
교사도 직업… 전문성.프로의식 가져야
느슨해 질땐 묻죠 ‘나는 행복한 교사인가’
교단 붕괴, 참스승의 실종이라는 말이 종종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르침을 사명으로 여기며 생활하는 ‘참 스승’도 곳곳에 많이 있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배척을 당하는 학생의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고 외롭게 혼자 지내는 학생을 위해 비디오를 찍어 외국에 계신 부모에게 보내 주는 등 새일초 강민선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사랑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참 스승, 강민선 교사를 만나 평소 교육철학과 교단에서 느낀 감상들을 들어봤다.
▲ 강민선 새일초 교사 |
▲ ‘말’훈련 입니다. ‘말’은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인 동시에 ‘행동’을 좌우하는 조절자라고 볼 수 있는데 ‘말’을 바로 할 줄 알면 ‘인격체’로 자라게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치료자’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버릇없는 말이나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인해 다툼이 되는데 이런 경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말이 되는지를 생각하고 다시 말을 해보게 합니다. ‘말’은 습관이기 때문에 반복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로 표현하는 순간부터 상처가 아물어질 수도 있고, 폭력성을 반감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마음 속의 응어리를 언어로 제대로 표현하는 연습을 시킵니다.
- 학생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을 위해 노력 했던 것으로 압니다. 왕따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제가 가르쳤던 학생 들 중에서 신문에 나는 것처럼 심하게 왕따를 당하거나 왕따를 조장하는 학생들은 없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 쉽게 끼이지 못하거나 여러 친구들에게 배척을 받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을 무관심하게 넘겨버린다면, 심각한 문제들도 발전할 수 있는 소지가 될수 있습니다.
제가 4학년을 가르칠 때, 우리 반에 이상하게도 모든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모두에게 왜 감정이 생기는 것일까를 관찰해 봤더니 이 학생의 행동이 안정되지 않고 무슨 일에든 불안해 한 것을 알게됐습니다. 불안하니까 과장된 행동을 하고, 친구들에게 무엇이든 사 주면서 우정을 사려고 했습니다. 반 아이들은 그것을 이용하고, 그 이후에는 또 배척해버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정 환경도 좋고, 외모도 평범하고 놀림을 받을 어떤 원인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왜 이 학생은 불안할까가 궁금했는데 그 학생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면서 육아 기간 중 시부모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으로 그 학생이 키워졌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 어머니에게 학교에서 그 학생의 교우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얘기를 해 드리면서 어머니도 사랑하지 않는 아이를 그 누가 사랑해주겠냐고 했더니 펑펑 우시더군요.
이 학생처럼 대부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에서 잉태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정에서 문제를 품고 왔다고 해서 학교에서 포기할 수는 없겠지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내 아이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고, 부모인 나에게 교사인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단 생활을 하면서 가장 생각이 나는 일화(학생)가 있다면?
▲지금은 미국에 가 있는 학생이 한 명 있습니다. 그 학생이 4학년일 때 제가 담임을 했었는데 부모님은 그 학생이 7살 때 사정으로 인해 혼자 사시는 큰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미국으로 도망가다시피 한 것을 알게됐습니다. 아이가 4학년이 될 때까지도 영주권이 나오지 않아 아이를 보러 올 수도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속에만 넣어두고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었고 자신감도 없고 무엇에도 열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국제 전화를 받고 이런 상황을 알 수 있었는데 순간 이 부모님이 참 가엽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은 아이를 저는 매일 보고 있다는 것이 미안해져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홈 비디오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그 아이에 대한 칭찬의 말과 격려의 말들을 홈비디오에 넣어주면서 실제로 그 학생과 더 친해지게 됐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비디오 테이프를 미국의 부모님께 보내드린후 한참이 지나 교실로 소포가 배달되어 왔는데 저에게 보내는 그 아이 부모님의 8장의 빽빽한 편지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온 편지, 연필, 수첩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제게 온 편지에는 밤새 울며 그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또 보았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편지와 비디오 테이프가 미국을 오고가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이 중학생이 되었을때 미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고 그 아이 부모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조용했던 아이가 환하게 웃으면서 떠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답니다.
-교사들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교실에 학부모가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도 많고요. 이렇게 교사들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교사로서 이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교실에 학부모가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은 교사들의 권위의 추락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달걀을 던지기도 하고, 경찰에게 욕을 퍼붓기도 하며 백화점에서 소동을 벌이는 사람도 있고, 유명한 연예인을 대상으로 온갖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의 권위가 추락하여 난동을 부리는 것일까요? 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분노를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모르는 미숙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서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이긴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교육’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교육’은 학교 교육만으로는 절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평생 교육을 통해서 사회의 수준을 아주 점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어야지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학력 우선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도 학력 우선 교육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학교는 현재 사회에 학생을 적응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아니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 기관인지를 생각해보곤 합니다. 전자라면 학력 우선 교육을 해야겠지요. 후자라면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해야겠구요. 현행 7차 교육과정은 후자 쪽에 목표를 두고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초등 교육은 이를 위해 수년 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는 있지만 목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도 최일선의 교사로서 학급의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학력 신장의 기회를 고루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대별 정서가 단절됐다고 할 만큼 학생과 교사들 간, 학부모와의 대화도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맞는 말입니다. 아무래도 다인수 학급이다보니 학생 개개인과 대화하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개인 상담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외의 학생들은 대화 한 마디 없는 날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일 잔치를 열어주며 생일인 친구와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시기도 하고, 학생들과 코코아 마시는 시간을 마련하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는 선생님들의 경우도 보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점심 식사 시간을 이용합니다. 2명 정도의 학생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데 이렇게 하면 3주에 한 번 정도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옵니다. 이 때는 제법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 등을 식사하면서 하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지요. 주로 들어주면서 환하게 웃어줍니다. 학생들을 가장 많이 파악하는 시간이 됩니다. 또 일기에 댓글 달기를 매일 해주는데 어떨 때는 일기장이 편지 주고받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학급 홈페이지도 훌륭한 대화의 수단이 됩니다.
-참스승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교사를 직업자체로 생각하는 젊은 교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참스승이라는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를 직업으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합니다. 단지 진정한 의미의 프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으로서의 당당함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일초에도 젊은 교사들이 많이 있지만 젊은 선생님들을 보고 있으면 참 대견하고 그 풋풋한 사도 정신에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이 선생님들을 보면서 느슨해져가는 제게 질문을 던집니다. ‘교사는 무엇을 하기 위한 사람인가?’, ‘교사로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행복한 교사인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그 행복함이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해 항상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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