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동정.판세분석 질적균형 확보 ‘과제’
실무자-학자간 협력 공감… 심층보도 유도
전문.체계적 연구로 선거방송 개선에 ‘최선’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공정한 선거방송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때 한국방송학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대통령선거방송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 날 차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대전충남민언련 상임대표)가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임돼 전국 학계와 방송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차재영 위원장으로부터 특별위원회 발족 배경과 역할, 구성, 활동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차재영 대통령 선거방송 특별위원장 |
▲56년 경남 양산 출생 ▲부산고, 서울대 신문학과 학사,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 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연구원 연구위원 ▲충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종합유선방송위원회 자문위원 ▲대전방송, 기독교 대전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 ▲언론중재위원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이사 역임 ▲저서 및 논문 ‘저널리즘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만드는가`, ‘최후의 권리: 언론의 4이론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정보화 사회`, ‘한국언론의 역사와 구조`, ‘지역신문의 성장과 공공영역의 구축`, ‘한미언론의 노근리사건 보도 비교 연구` 등.
-대통령선거방송특별위원회가 구성된 배경은.
▲대통령 선거가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대통령 선거에서 방송이 맡고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거에 있어서 항상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특히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후보자간 토론에서도 공정성이 얼마나 견지되는지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히 학자들과 시민단체 쪽에서는 공정성 문제를 놓고 언론을 비판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방송 실무자와 현업에 있는 분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을 토로해 왔다. 이들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방송의 논리, 방송에서 고려할 다른 사항들을 너무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을 모른다며 반발해 왔다. 이처럼 학계와 시민단체, 방송실무자들 간에 적절한 상호 이해 없이 문제 지적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물론 우리 방송의 선거 보도는 굉장히 많이 개선됐다고 인정한다. 그동안 방송 실무자들은 학계의 지적이나 비판에 대해 반발하면서도 일부는 수용해서 선거방송에서 많은 개선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정성과 관련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도 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연구자들이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식이 돼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방송 현업 실무자들과 연구자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직접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방송의 구조적인 조건을 공유하는 가운데 선거방송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도출해보자는 취지에서 특위가 구성됐다.
-대통령선거방송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소회는.
▲현실적으로 특별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기구는 아니다. 다만 현업에 있는 선거방송 실무 책임자들과 연구자들이 위원회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방송에 실제 반영시킬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민주화 이후 선거방송에 대해 계속 공정성 논란을 벌여왔는데 특별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이번에 만든 것은 우리 학계나 방송계가 같이 성숙했다는 증거다. 민주주의를 내실화하고 확립하는데 학계와 방송계 간의 산학협동을 통해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이런 기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큰 관심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서 이 일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중요한 일에 함께 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통령선거방송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킨 한국방송학회에 대해 소개한다면.
▲한국방송학회는 15년 남짓 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방송학회는 방송 분야와 뉴미디어, IPTV, DMB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해 기술적, 사회적, 심리적, 정치적 시각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기존의 선거방송이 양적 균형은 많이 개선됐어도 질적 균형에선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양적 균형 면에 있어서 지상파 방송에선 개선이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케이블방송에선 양적으로도 아직 시정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도 주로 후보자들의 동정 보도와 지지도, 판세 분석 등을 통해 후보자간 균형을 고려해 보도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질적으로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선거가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에 기초하여 적절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할 때,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방송을 비롯한 언론이 기껏해야 후보자의 동정이나 판세 분석, 지지도 분석 따위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통령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어떤 정치 철학과 정책 지향을 갖고 있는지, 국정 이해도는 충분한지 심층적인 보도가 이뤄지고 유권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게 부족하다. 물론 현업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것이다. TV 방송의 경우 기본적으로 영상이 좋아야 되니까 후보자들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다룰 수밖에 없고, 시간 제한으로 인해 후보자들의 정책 공약 분석을 다루기가 어려운 기술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동정 중심, 판세 분석 중심, 지지도 조사 위주로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업 실무자 분들 말씀도 이해는 되지만 방송의 영향력에 비추어볼 때 방송은 후보자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정보의 전달로 유권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전달 기술 개발 노력과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
-대통령선거 토론회 방식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 선거 토론과 관련해서도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선거방송 토론위원회 규정에 보면 기본적으로 모든 후보자들을 다 참여시키도록 돼 있다. 사실 선거방송 토론이란 것이 유익한 제도다. TV를 통해 후보자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유권자들은 굉장히 손쉽게 직접적인 정보를 획득한다. 선거 토론 방송은 선거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이 제도는 지난 95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자간 TV 토론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활용되고 있다. 16대 대선 때 선거방송토론 운영 규정은 국회 교섭단체를 갖고 있는 정당이나 바로 이전에 실시된 전국적인 선거에서 5% 이상의 득표를 올린 정당이나 종합 일간지나 지상파 방송사가 후보 등록 이전에 실시한 여론 조사로 평균 지지율 5% 이상인 후보자에 대해서 방송 선거 토론회에 초청하도록 돼있다.
사실 대통령선거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자의 가장 적정한 숫자는 2~3명이다. 시청자들이 긴장감을 느끼면서 흥미롭게 시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당이 여러 개로 쪼개지면 후보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 토론에 참여하는 후보자가 너무 많을 경우 과연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미국의 경우 지지도조사에서 15%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자들을 토론에 초청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후보자간 토론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모두 아홉 차례의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방송이 너무 많으면 유권자들이 식상해서 안볼 가능성이 크다. TV토론 시청률이 97년 대선 때 50%였던데 비해 2002년에는 35%로 떨어졌고 2007년에는 후보자 난립이 예상되는데다 9차례나 후보 토론이 있을 예정이어서 과연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것은 전파 낭비라고 생각된다. 후보자간 토론회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후보자별 토론회를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선거 토론 관련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특별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
▲본인을 포함한 학계 인사 8명은 연구위원으로, KBS, MBC, SBS 선거방송 총괄 책임자들은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별위원회의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어떤 문제가 논의되었는가?
▲지난 5일 첫 세미나는 특별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의미가 컸다. TV 토론과 선거 여론조사, 방송 보도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그동안의 대선과 다른 선거에서 논란이 된 이슈와 대안을 정리하고, 학계와 방송 실무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다. 최종적인 대안과 개선책을 단번에 도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선거방송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통령선거방송특별위원회 계획은.
▲방송학회가 열리는 5월 중순에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려고 한다. 6월에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9월, 10월, 11월 연속 기획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전문 연구자들과 실무 책임자들이 서로의 의견 교환을 통해 바람직한 선거방송을 위한 개선안들을 도출해낼 생각이다. 특히 선거방송 보도와 선거 여론조사, TV 선거토론, 정치 선거광고 등 이슈를 한 주제씩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연구자들과 현업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런 문제점과 이슈들을 함께 해결해가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세미나나 워크숍에서 모든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최선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국적인 이슈를 다루는 기구라서 지역방송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아직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특별위원회에서 만들어지고 제안되는 개선 방안이 지역방송에까지 제대로 전달되어 도움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특별위원회는 현업에 계신 분들과 선거방송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별도의 전문 연구팀을 구성하여 올해 대선방송 전반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다수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연구 보고서가 나올 예정인데, 방송 현업 쪽에 이 연구 결과를 제공해서 다음 선거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끝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가 지도자를 뽑는 참으로 중요한 선거이고 방송이 맡고 있는 책임도 막중한 만큼, 특별위원회가 우리 선거방송을 개선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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