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단단해진 ‘지역경제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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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을 키우자]본보 연중캠페인 ⑫일육우드 6.25 폭격에 불타고… IMF 부도 위기 겪고…

  • 승인 2007-04-23 00:00
  • 신문게재 2007-04-24 1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65년 역사 지닌 ‘충청1호 제재소’
단순 가공 넘어 목조주택 건립도
연 매출 40억… 기술력 최고수준


눈에 자주 띄다가 어느 순간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것은 또 다른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서 곧 과거가 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제재소(製材所)도 그 중 하나다. 그 옛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제재소였지만, 중공업 중심의 산업시대 도래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목재 제작을 위해 돌아가던 기계소리를 듣기란 이젠 쉽지 않다. 97년 인천과 군산에 대규모 제재시설이 건립되면서 영세한 제재소가 모두 문을 닫은 것도 한 이유다.

대전에는 현재 5개의 제재소가 있다. 이중 충청도 제1호 제재소가 있다. 인동 4거리에서 옥천 방향 오른쪽에 있는 일육우드(사장 오정일), 이 회사는 6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육은 숫자로, 1은 시작을, 6은 풍수학에서 가장 큰 수를 의미한다. 1500평 규모의 제재소는 부모님의 권유를 받은 친척들이 처음 가동을 시작했다. 1942년 설립된 제재소는 10년도 채되지 않아 6`·25 전쟁으로 인해 불에 타 없어졌다. 그러다가 정전(停戰)과 함께 오 사장의 부모님이 월남한 이북 사람들에게 임대해주면서 제재소는 다시 가동됐다. 오정일(65) 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때는 86년, 22년째 운영하고 있다. 전업주부였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대전에 정착,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 일육우드 오정일 사장이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일육우드 오정일 사장이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허름한 양철지붕과 곳곳이 파인 버팀목, 낡을대로 낡은 기계 등 그 옛날, 제재소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종종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둘러보고 간단다. 그리움 때문이다. 오 사장은 “주로 어르신들이 구경와서 지금까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말했다.

오랜 역사 만큼이나 실력도 쌓여 지금은 제재만 하지 않는다. 일육우드는 국산목재를 비롯한 목조주택자재, 목조주택시공, 창호, 정원용품과 가구 등 제재소 수준을 벗어난지 오래다. 요즘 주 사업은 목조주택 건립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수입한 목재로, 옥천에 목구조를 제작하는 공장을 설립, 건축과 인테리어 부문까지 섭렵하며 목조 전원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옛날 향수와 최신식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매출 40억원을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지만, 위기도 있었다.
IMF 당시 10억원의 부도를 맞았다. 당시 20명의 직원들을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낼 만큼 어려웠지만, 재기했다. 빚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산과 오랫동안 쌓은 신용으로 극복한 것이다.

회사 한 켠에는 낡은 공장 만큼이나 오래된 집이 한 채 있다. 80대 할머니가 홀로 살고 있다. 노인을 무작정 내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동복지만두레 회장과 전의경어머니회장을 맡고 있는 오 사장은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을 외면할 수 없었고 공장과 함께 지내온 할머니의 좋은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업승계도 이미 단계로 들어섰다. 지난해 7월 막내 아들인 최문상 대표가 (주)일육우드를 설립해, 1번지인 일육우드는 어머니인 오 사장이, 2번지인 (주)일육우드는 최 대표가 맡고 있다.

오 사장은 “제재소의 나이는 내 나이와 같다. 비록 낡고 허름하지만 오랫동안 간직할 가치는 충분하다”며 “역사와 전통, 기술력을 바탕으로 명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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