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화첩·도자기 등 생애 전작품 전시
‘빛·자연’주제 설계한 미술관 ‘또 하나의 작품’
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 지역예술 활력 기대
“문화명품 아이콘으로 우뚝 서는 이응노 미술관이 되도록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지난 2004년 2월 미술관 기본계획수립, 2005년 9월 기공식을 거쳐 지난해 말 완공한 이응노 미술관이 오는 5월 3일 개관식을 앞두고 있다.
이응노미술관은 작가의 삶과 예술 활동을 재조명하고 연구하며 지역 미술계에 미술문화코드를 생성할 소임을 가지며 문을 연다. 또한 미술관 건물자체가 가지는 건축학적인 가치가 이응노선생의 미술세계를 당당히 보여 줄 수 있도록 명품으로 설계됐다. 이로써 대전이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또 하나의 문화아이콘이 생긴 것이다. 이에 초대 이응노미술관장으로 활동에 들어간 변상형 관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 ※변상형 이응노미술관 관장
충남대 영문과를 나와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석사), 원광대대학원 미학전공(박사). 한남대, 원광대 등에 출강하고 있으며, 현재 대전시 미술장식품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호 고암(顧菴)은 고대 중국의 유명한 화가 고개지의 성을 딴 것이고, 암은 집을 뜻하는 글자로서 고개지처럼 훌륭한 화가가 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암 이응노선생은 1904년 예산에서 출생해 해강 김규진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1935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마쓰바야시게이게쓰에게 사사, 일본에서 활동하면서도 조선미전이 열릴 때마다 출품하는 열성을 보인 분이다. 고암은 1945년 일본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였으나 해방직후 좌우익의 대립으로 난립상을 보이는 미술계에 환멸을 느끼고 1958년 파리행을 감행했었다.
파리에 정착한 고암은 부인 박인경 여사와 함께 동양미술학교를 세워 유럽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 3000여명의 서예와 수묵화 문하생을 배출시켰다. 그러나 1967년 정치조작극인 동백림사건에 연루, 고국으로 강제 소환돼 2년 반의 옥고를 대전형무소에서 치루고 1977년 백건우, 윤정희 부부 북한 납치미수사건이란 멍에를 뒤집어쓰고 국내 화단과 결정적으로 단절하게 된다.
그 당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정치적 상황과 분단국가의 현실상황에서 혈육에 대한 애절함은 고암을 수감생활이란 고통으로 밀어 넣었지만 결국 이로 인해 고암은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 냈다. 또한 대전형무소 수감으로 대전와 인연을 갖게 되고 이런 선생의 개인적 고통은 곧 훗날 그를 더욱 성숙한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안다.
-이응노미술관 개관의 의미는
▲이응노미술관은 작가의 삶과 예술활동을 재조명하고 연구해 일반 대중에게 ‘작가 이응노 알리기`라는 막대한 소임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한편으로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역 미술계에 활발한 미술 문화적 코드를 생성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전지역이 타 도시에 비해 문화적 기반이 약하다는 오명을 이응노미술관 개관을 통해 씻을 수 있게 됐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이응노미술관 개관의 의미는 크다. 미술사적으로 세계적 문화유물로서 이응노미술관의 활동은 이응노선생의 예술사상을 널리 알림은 물론 지역적 문화브랜드로 우뚝 성장할 것이다.
-이응노 미술관의 건축학적 의미는
▲미술관 설계자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미술관 전문 건축가 로랑 보두엥(Laurent Beaudent)이 맡아 이응노선생의 예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또 건축학적으로도 대전을 대표할 만한 명소가 될 것으로 본다. 이응노미술관의 체험은 고암 선생님의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을 통해서도 역시 이응노선생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한 이응노미술관은 뮤제오그래피를 실현함으로써 그간 국내 미술관 건축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미술관과 건축물의 부조화에 벗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하나의 모범 사례를 이뤘다. 이응노 미술관의 주제는 ‘빛과 자연`을 주제로 건물, 내부 전시실, 작품이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설계됐다. 전체규모는 총 500평, 전시공간은 180평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로 되어 있다, 하나의 일원화된 공간과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한 4개 전시실과 수장고, 아트샵 그리고 영상실,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술관 개관작업은
▲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5월 3일 오후 3시 미술관 개관식을 가질 예정이라 박인경 여사가 기증하신 작품에 대한 액자를 이번 주부터 만들 예정이다. 귀중한 작품이기에 밖으로의 유출을 막기위해 작품액자를 직접 미술관 안에서 제작해야 한다. 또 개관식에 맞춰 미술관 명예관장을 위촉, 미술관조례제정 등의 일들이 남아있다. 개관식에는 이응노선생의 미망인 박인경 여사와 아들 그리고 미술관 설계자 보드앵 부부를 비롯한 해외초청 인사들과 평소 이응노미술관에 관심이 있었던 다양한 국내외 문화 미술계인사들 그리고 기관,단체장 등 5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예정이다. 미술관 개관식으로 모처럼 대전 문화예술계가 큰 활기를 찾을 듯하다.
-개관전에 대해 설명해달라
▲개관전의 타이틀은 ‘고암, 예술의 숲을 거닐다-파리에서 대전으로` 개관식와 함께 시작해 오는 8월 26일까지 총 116일동안 전시할 계획이다. 작품 수는 약 50여점으로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이응노선생의 특별함을 선보일 것이다. 선생의 초기작품에서부터 말년에 이르는 생애 전체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선생의 작품을 시대적으로 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큰 틀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도자기와 화첩, 프랑스 국립 태피스트리제작소에서 이응노 선생 작품을 소재로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 2점이 선보여 인상적인 전시가 될 듯하다.
-미술관 개관전 이후 프로그램 방향은
▲개관전을 시작으로 이응노 선생이 지역에서 낳은 세계적인 작가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반 대중들이 인식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이응노선생을 통해 어린이들이나 학부모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미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응노 선생의 미술세계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미술기행 역시 구상 중이다. 더 나아가 국제적인 기호기전을 기획해 이응노 작품세계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이론적으로도 이응노 선생의 예술사상과 작품세계를 조명한 출판물을 출간하기 위한 각종 세미나와 워크샵을 개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안다. 변관장이 살아온 삶의 자취에 대해 말해달라.
▲영문도 모르고 영문학과를 들어가 나왔다.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그 당시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미대진학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충남대 회화 동인회 동아리에 들어가 잠재돼있던 미술에 대한 열정과 끼를 지속적으로 발산시켰다. 졸업 후에는 척박했던 지역미술계에 대한 현실과 조명을 하고 싶어 미학을 전공했다.
학위를 받은 후에는 충남대, 한남대, 목원대 등 대학강의 나 시민대상 강좌, 신문칼럼 등으로 지역 미술계에서 발로 뛰었다 또 ‘대전미술의 시각`, ‘아트 한남` 등 미술잡지 편집위원,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각종 전시회와 월간 미술 등에 평론을 써 왔다. 미술학도는 아니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바라는 점
▲거장의 혼과 위대한 작품이 절실한 이때에 대전에서 이응노미술관이 생긴다는 것은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고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대전이라는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또 건물 자체도 최고의 명품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이런 미술관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 재정적인 지원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전의 명품 문화아이콘으로 등장하는 이응노미술관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과 시민들의 관심, 그리고 미술관 운영하는 저희들의 노력이 더해지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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