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악화…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필요
여론수렴 통해 시민이 원하는 연구 주력할 것
충청지역 공동연구원 추진… 발전전략구축 최선
민선 자치 출범 12년동안 많은 것들이 변화됐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기만 하다. 충남대학교 교수와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지방자치의 전면에 서 온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을 만나 한국 지방자치의 현 주소와 연구원의 위상 재정립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장 |
지난 23일 지방자치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근정포장을 수상한 육동일 대전발전연구원 원장은 지난 54년 충북 옥천에서 출생했다.
대전 중앙초등학교와 대전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 육원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거쳐 미국 뉴 헤이븐 대학과 콜림비아 대학에서 각각 경영학과 대학원과 행정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86년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사회과학대학 학장과 행정대학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에는 대통령 인사보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육 원장은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과 함께 현재 대전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지방자치와 지방이양 추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근정포장을 수상한 것에 대해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 영예스럽다. 하지만 성과를 보면 아직 상당히 미흡하다. 이양에 있어 일익 담당한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과 함께 부담 역시 크다. 지방자치가 지역 사회에 뿌리 내리고 지방이양에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지난 2월까지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어떤 일을 했고 또 느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12년째로, 지역 시민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게 사실이다. 아직도 주민들에게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짧은 역사로 인해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때문에 부작용 등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지방자치 시행으로 얻은 성과는 부작용보다는 훨씬 크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IMF와 수평적 정권교체,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북핵 실험 등으로 인해 일부 혼란스러운 때가 있긴 했지만 지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지방자치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시행착오를 줄이고 지역사회에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간다면 지방자치는 낙관적이라 본다.
-참여정부가 출범과 함께 지방분권을 강조했는데, 돌이켜보면 이에 대한 평가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은데.
▲참여정권가 출범된지 4년이 지난 현재 국민들의 냉정한 평가에 대부분 공감한다. 지방분권특별법 등 구체적인 47개 과제까지 정립했던 정부가 실현해 낸 것은 지방양여금 폐지와 주민투표, 주민소환제 도입 등에 국한된다. 특별행정기관통합재정비라든지 국가권한 지방이양, 지방재정 확충, 지방의회 활성화, 자치경찰제 및 교육자치제 전면 실시 등은 진전이 없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
-지방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하기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지자체에서는 예산 확충 차원에서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의 예산 확충 방안이 있다면.
▲민선이 출범한 95년 당시 63.5%였던 지방재정자립도가 지난해에는 54.4%로 오히려 악화됐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여전히 8대 2로 전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지방세가 국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결국 중앙정부의 근본적 인식과 태도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본다. 지방자치 보장을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처럼 헌법적인 보장이 선행되어야 된다고 본다. 지금처럼 당리당략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지방자치가 아닌 헌법적인 보장에서 비롯된 지방자치가 절실하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대전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 밖에서 본 연구원 혹은 지방자치와 안에서 본 것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간접적으로 듣긴했지만 직접 안에서 바라보니까 전국 14개 시도 연구원 중 대전발전연구원이 지역의 씽크탱크로써의 위상과 역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집행기관은 물론 시의회와 시민 등 지역사회로부터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앞으로는 시민들과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여론을 수렴해 시민들이 원하는 연구에 주력해야 된다고 본다.
이를 위해 현재 연구과제 선정을 위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 중이다. 단시일내에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원장으로서 기틀을 만들고 시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연구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전발전연구원이 용역 기관 혹은 시의 정책 논리를 만들어주는 기관으로 폄하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해소하고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지적같다. 대전발전연구원은 재단법인으로 시장이 이사장이고 출연금을 가지고 운영한다. 출연금이 대부분 시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의 용역과제를 수행해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원의 실력향상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을 시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5개 구청이나 민간단체, 혹은 공사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출연과 용역을 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전문 정책연구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는 범시민적 인식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혁신과 변화에도 한게가 있다. 연구원의 경쟁력 강화와 마인드 향상, 투자 지원이 필수적이다. 연구원의 중립화와 개방화를 위해서는 사무실을 시 청사 밖으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다.
-대전을 비롯해 충남·북 3개 시도 연구원이 힘을 모아 공동연구원을 구성하고 있는데 추진 현황과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분야에 대해 밝혀 주시죠.
▲국가대 국가의 경쟁에서 권역별 경쟁으로 변화해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최근에는 경제 생활권 확대로 도시 광역권 경쟁이 대세인 만큼 대도시 권역권 중심의 상생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행정구역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우리가 넘어서야 할 과제다.
충청권 역시 권역별 상생 발전을 추구하지 않으면 모두 공멸하게 된다.
특히 대전의 경우 행정영역안에서 대기업을 유치하고 공장 부지를 싸게 제공할 수 없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발전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과학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먹거리와 일거리를 무엇으로 결정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인근 8개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교류를 통해 부족 용지를 제공하고 대전은 자본과 정보 지식을 투입, 상생발전을 꾀하는 이른바 1+8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어려운 점이 많지만 충청발전 특별법을 만들어 지역경제는 물론 교통, 물류, 관광, 환경을 집중 조명해 다른 권역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대전에 생활권을 두고 있는 옥천과 금산 등의 대전 편입 등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학자로서 어떻게 보는가.
▲같은 생활권이라고 해서 통합을 먼저 생각해선 안된다. 각각의 광역자치단체가 존재하는 현실속에서 인위적인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우선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한 후 자연적으로 여론이 조성될 때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받는 것을 생각하지 말고 대전이 인근 지자체에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실익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 동안 시민들이 연구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각급 의회나 시민단체, 자치구와의 교류를 통해 보다 개방된 연구원을 조성하고 스스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적 혁신을 통한 기본틀을 구축하고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원장이나 연구원,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을 부탁드린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