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대기업 50여곳 인맥.정보관리 도맡아
남편과 사별… 시련 딛고 재기 당당히 성공
(주)한국인식기술(대표 송은숙), 이 회사는 수많은 명함을 관리하는 시스템 하나로 인맥관리 시장을 장악한 독보적인 업체다. 14년 동안 문자인식기술이라는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온 이 회사의 첫 작품은 `글눈`이었다. 93년 창업주인 고(故) 이인동 사장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글눈은 문자를 파일로 전환해주면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신제품 개발 관련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2002년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쳤다. 코스닥 등록을 한 달여 앞두고 창업주, 이인동 박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것도 모자라 후임 대표가 사기까지 당하면서 주가가 폭락,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 위기를 타개한 주인공이 바로 고 이인동 사장의 부인인 송은숙(44) 대표다. 84년부터 초등학교 교단에 몸담았던 만큼, 관련 업계에 대해서는 문외한(門外漢) 수준이었다. 하지만, 온실 속의 화초는 짧은 기간 내 온갖 풍파를 이겨낸 들판의 야생화로 변모했다.
과감한 회생 프로젝트를 가동,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명함리더기 개발에 주력했다. 2004년 그래서 탄생한 것이 명함글자를 파일로 변환해주는 명함리더기, 하이네임(Hi-Name) 1.0이다. 하이네임은 문자인식기술을 명함관리에 접목시켜 명함을 전용스캐너에 넣기만 하면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은 물론 지인의 동정, 인사, 경조사, 인맥 등의 정보까지 자동으로 인식, 저장하는 명함관리 장치다.
이후 하이네님 2.0을 선보였고 대중적인 하이네임 라이트, 전문가를 위한 하이네임 프로, 하이네임 컬러, 최초의 기업용 명함관리인 하이네임 엔터프라이즈 등까지 출시하면서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기술력은 곧바로 영업이익으로 돌아왔다. 청와대를 비롯한 문화관광부, 한국전력, 동양증권, 한진해운 등 50여 곳의 기관과 기업은 물론 대기업 임원 등 수만 명에 달하는 개인고객이 하이네임을 통해 인맥과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송 대표의 경영노하우 역시 인맥관리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남편이 남긴 수첩에 적힌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루하루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대표로서 카리스마와 비전은 다소 부족하다고 평가하지만 인맥 관리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단다.
송 대표는 “그동안 시련을 이겨내고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며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이지만 직원들과 지인들의 도움,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변치않은 사랑으로 꿋꿋이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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