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 하나로 ‘삼성’을 꺾다

‘족발’ 하나로 ‘삼성’을 꺾다

[향토기업을 키우자]본보연중캠페인 6.(주)장충동왕족발

  • 승인 2007-03-12 00:00
  • 신문게재 2007-03-13 11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인지도조사서 85%로 三星브랜드 제쳐
대전 평촌동에 본점… 전국 지점 170곳

연매출 100억… 내년 日 진출 지속성장
마케팅 강화 등 대대적 사업확장 나서


세계적인 기업,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와 견줄만한 회사가 대전에 있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무기가 돼지족발이라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랄 것이다.

대덕구 평촌동 끝자락에 위치한 (주)장충동왕족발(대표 신신자), 대전에 터를 잡은 후 스물세 번째 생일(2월19일)을 맞은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다. 이름만 들으면 서울 장충동을 떠올리겠지만, 분명 대전에서 태어나 전국 모든 족발업계를 평정한 장본인이다.

전국 170개 지점에 공급하는 족발량이 하루에 10t, 한 달에 200t에 달한다. 족발 하나가 1.5∼1.8kg이니 엄청난 양이다. 80명의 직원으로 연간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릴 만큼 족발업계에서는 독보적이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내년 일본까지 진출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충동왕족발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한봉수씨가 중구 은행동에 장충(匠忠)족발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시작했다. 당시 재료가 발목까지였지만, 창업주는 무릎 부분까지 조리하는 장족발을 개발,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다. 16가지 한약재를 넣고 삶아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와 기름기를 없애고 쫄깃쫄깃하며 담백하고 깔끔한 족발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배추와 무로 담근 김치와 동치미는 물론 된장 또한 직접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 대표적인 향토기업 (주)장충동왕족발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신신자 대표) @ 이중호 기자
▲ 대표적인 향토기업 (주)장충동왕족발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신신자 대표) @ 이중호 기자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장인정신 때문이다. 2003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브랜드 인지도에서 84.94%라는 경이로운 기적을 만들며 70%대의 삼성전자를 물리친 잊지 못할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사상호가 판을 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장충동왕족발은 1588-3300이라는 전국 단일 전화번호를 사용한다. 유사상호가 많기 때문이다. 114에 전화를 걸어 장충동왕족발을 찾으면 90%는 유사상호로 연결된다.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문제는 유사상호에서 제공하는 족발의 맛과 서비스다. 하루에도 항의성 전화를 셀 수 없이 받는단다. 유사상호의 족발을 맛 본 소비자들이 모든 불만을 장충동왕족발로 하기 때문이다. 장충동왕족발이라는 상품 인지도가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물론 회사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신신자 대표는 “일부 직원들이 독립해서 창업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말리지 않는다.”라며 “결국 소비자들은 정통을 찾게 되고, 유사상호는 자연스레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노력해서 얻지 않고, 무임승차만 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신 대표는 익히 알고 있다.

이 회사의 자랑거리가 또 있다. 대부분의 가맹점 사업에서 본사와 지점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반면 장충동왕족발은 거의 없다. 가맹점 16년 동안 폐점한 것은 단 한 곳뿐이라는 게 말해준다. 최근 3년 동안 10년 이상 운영된 지점만 해도 40여 개에 달할 정도다.

장충동왕족발은 내년 2월 대전과 진천에 있는 공장을 청원으로 통합, 이전한다. 본사도 평촌동을 벗어나 대전의 모처에 신사옥을 건립, 입주하며 마케팅 강화 등 대대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업주부에서 지점을 운영하다 본사까지 인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신 대표는 “사람이 먹는 식품사업은 원칙이 중요하다.”라며 “오랫동안 원칙을 지키면서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만큼 회사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4.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5.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1.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2.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5.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