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고르려면 약간의 지식 필요
이(異)문화 컨설턴트 박준형은 와인이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라고 생각한다.(박준형, 「볼프강의 글로벌 비즈니스 에티켓 2」, pp. 75-76.)
첫 째,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과정을 중요시하기보다는 ‘술에 취함`을 향해 돌진하며 술에 취한 결과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술을 마신 다음 마신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취한 결과가 있어야 만족하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와인에 친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 째, “무엇을 마시는가보다 술 마시는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술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고,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윤활유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술을 마시기 위해 안주를 먹는 음주문화로부터 식사를 즐기기 위한 술`로 인식을 바꾸어 새로운 음주 문화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셋 째, “자기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와인의 구입과 선택의 어려움 때문에 와인을 기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인은 공부를 많이 하여야 잘 즐길 수 있고 또한 기다릴 줄 알아야 와인을 제대로 마실 수 있다.
와인은 훌쩍 마셔버리면 그만인 소주와는 달리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와인은 사오자마자 마시기보다는 잘 보관해 두었다가 마셔야 한다. 와인은 소주와는 달리 일단 병을 개봉하면 다 마셔야 한다는 점이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자만이 와인을 잘 마실 수 있다는 말을 나오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원 샷`과 ‘폭탄주`가 술자리의 화끈함으로 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는 와인은 어쩐지 어색하지만, 이제는 폭력에 가까운 술자리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 요즈음 분위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시대에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값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분명히 매혹적인 와인시대이다.
와인을 즐기는 데에 까다로운 지식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와인의 마시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하늘의 별 수 만큼 많은 종류의 와인들 앞에서 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와인의 고향인 떼르와르, 포도품종, 양조 기법, 빈티지 등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와인의 세계에는 지성과 취향이 있다. 따라서 와인을 즐기려면 우리도 지성과 취향이 필요하다. 특히 취향은 예술적 자질과 교양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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