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순 대표이사 |
폐식용유로 비누를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물로, 샴푸를 비롯해 바디클린저, 치약, 주방세제, 가루비누 등에 인체에 유해한 계면활성제를 완전히 없앤 친환경 제품을 선보인 여성이다.
(주)살림원 정해순(58) 대표이사. 그녀는 기업인보다는 환경운동가라는 호칭이 잘 어울린다. 웰빙시대, 선두주자격이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환경 우선의 길을 개척해온 선구자로, 이것이 살림원의 기업 가치이다.
그녀는 지난 87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생협 활동 과정에서 그는 합성세제라는 난관을 만났다. 합성제제는 피부 습진과 탈모 증세를 유발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상품이 없었다. 화학세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들은 그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벤치마킹이 필요했다. 독일과 일본, 아시아 환경단체들과 기술교류를 통해 마침내 조합 가공소를 설립, 세제 등을 만들어냈다.
전국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주문 생산, 판매를 했지만 반품이 많았다. 화학세제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것이 곧바로 천연세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매출부진으로 결국, 홀로 남겨진 정 대표에게 최대 과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래서 법을 공부했다.
수많은 기업들의 합성세제를 환경마크 대상 상품에서 최초로 탈락시켰고, 천연세제의 환경마크를 인증 받았다. 또 친환경 기업은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환경부와 산자부를 줄기차게 찾아다니며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 등 각종 법률까지 입안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직원 30명, 연매출 40억원 시대를 맞은 살림원 정 대표에게는 할 일이 또 있다. 전국 1200여개에 달하는 친환경생활용품, 유기농식품, 문화상품 등을 효율적으로 판매, 육성하기 위해 오는 13일 설립하는 친환경상품조달구매촉진재단이 그것이다. 또 유성에 3000평 부지를 확보해 공장과 함께 환경교육관을 건립, 환경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산실로 만들 계획이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정 대표는 “여성경제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내적성숙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졸업한 정 대표는 옥천여중 교사로 재직했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과 대전·충남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KBS 시청자 위원과 조달청 정보공개 심의위원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