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운동 30여년… “전문.다양화 노력 계속”

소비자 운동 30여년… “전문.다양화 노력 계속”

  • 승인 2006-11-30 00:00
  • 대담 =유영돈 경제부장대담 =유영돈 경제부장
11번째 소비자의 날맞는 감회 남달라
인송병희 회장은…

▲1938년 9월 18일생 ▲대전사범 본과 3년 졸업 ▲제6대, 제12대 대전시여성단체협의회장 역임 ▲대전시 소비자 분쟁처리위원회 회원 ▲대한 적십자사 전국대의원 ▲대전시 물가대책 위원회 위원 ▲대전시교육청 공직자 윤리위원회 위원 ▲대전시 체육회 이사회 부회장 ▲대전시 시내버스 발전위원회 위원 ▲대전시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위원 ▲대전시 택시환경개선위원회 위원

-소비자의 날이 제정된 지 올해로 만10년이 지났습니다. 소비자 운동을 되짚어 볼 시점이 된 것 같은데 ‘11회 소비자의 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새삼 세월의 흐름이 참 빠름을 느낍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사업자들과 비대칭적인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시장 경제의 흐름을 생산자가 주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단체가 중심이 돼 소비자의식을 일깨우고, 소비자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시장구조는 다변화되었고, 소비자가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 관련 법규, 제도, 규정 등이 많이 보완되었고 더 나아가 새로이 개정되는‘소비자보호법’제명도 ‘소비자기본법’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법의 목적도 소비자보호에서 시장경제의 주체로서의 소비자의 권익증진과 소비생활의 향상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감독기관이 재정경제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바뀌면서 그동안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권고(勸告) 이상의 제재가 어려웠지만, 조사권과 제재 권한을 동시에 가진 공정위와 힘을 합하면서 앞으로 소비자 운동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입니다.

-30년 넘게 소비자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비자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 가정을 이끌면서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주부이면서도 법률적인 근거나 지식이 부족해 피해를 당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박하게 단체가 나서서 간단한 생활법률을 가르쳐주고, 소비자 의식을 일깨우자는 생각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 1972년 주부교실 충남도지부가 처음으로 설치됐으며 1974년 3월 충남도 소비자보호단체를 신고했습니다. 당시에 신고번호가 ‘제1호’였음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소비자 운동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였죠.

1970~80년대 소비자 운동은 교육과 캠페인, 알뜰구판장 등이 활동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후 1982년 3월 2일 소비자단체협의회 대전 고발센터로 주부교실이 지정되면서 구체적이고 보다 체계적인 소비자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됐습니다.

-소비자 운동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 같은데요. 어떤 변화의 과정을 겪어왔는지요.

▲과거나 현재나 소비자 운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비자 피해 구제입니다. 사실 피해구제는 지난 1970~80년대가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물품이나 용역에 문제가 있으면 이를 사업자에게 알려 교환 또는 환불을 받는 것으로 매듭지었습니다.

그러나 시장구조가 다변화되고 무점포 판매 방식이 늘면서 소비자 문제도 다양화되었으며 온라인 판매 등까지 가세하면서 소비자 피해는 크게 늘고 해결 방식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의료문제를 비롯해 사교육비 문제, 아파트 관리비, 친환경인증농산물의 거래 환경개선 등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됐으며 대안제시까지 해야 할 만큼 소비자 운동의 범주가 커졌습니다.

-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소비자 피해보상규정은 재정경제부 고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률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중재를 하지만 사업자들의 거부로 인해 일이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단체가 하는 일이 뭐냐”며 다그칠 때가 힘이 듭니다.

1989년으로 기억되네요. 전국이 백화점 사기 세일로 떠들썩했을 때 수많은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했는데 한 사업자가 자신은 사기세일을 한 적이 없다며 경찰과 검찰에 저희 단체와 실무자를 고발해 수일 동안 경찰서와 검찰청을 드나들며 진술서를 써야했었습니다.

또 한번은 겨울철 가정으로 배달되는 등유가 정량이 아니라는 소비자들의 지적에 등유를 배달받아 측정을 했고 당국에 사업자 몇 명을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활동의 파장은 컸지만 정작 사태이후 저희 단체 사무실에 사업자들이 등유를 배달해 주지 않아 추운 겨울을 보낸 기억도 있습니다.

언제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실망스런 답변을 들을 때면 마음이 아파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이런 단체가 존재해야 소비자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만큼 언제나 소비자들의 든든한 받침목의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30년 넘게 진행해 온 소비자 운동 중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가요?

▲아주 작은 분쟁이더라도 개선되는 것이 눈에 보일 때면 희열을 느낍니다.
특히 의료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던 일이 배상으로 연결될 때 일의 보람은 배가 됩니다. 또한 소송을 제기하고 증언을 서서 재판을 승소로 이끌었을 때, 우리가 준비해준 자료로 소액심판청구를 해 배상받도록 했을 때도 일의 보람을 느낍니다.

등유 정량 검사 이후 등유 통이 흰 색으로 교체돼 소비자들이 등유량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던 일, 아파트 싱크대 하자로 전 아파트가 부품을 교체 받았던 사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약관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진단해 약관 심사 청구를 해 개선했던 사례들이 기억납니다.
또한 자동차 보험회사가 자동차를 견인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파손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공정위에 신고해 삭제하도록 하는 일, 의료소비자문제를 해결해 줘 소비자로부터 ‘소비자단체가 다른 어느 기관보다 낫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소비자 운동이 바로서기 위해 소비자, 지자체, 소비자단체 등 각각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소비자 운동은 어느 한쪽만이 앞서나간다고 해서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소비자단체의 활동에만 의존해 수혜자 입장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비자 운동에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의 단결권이 거래 환경을 바꾸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개방된 자세로 시민단체의 사회적 역할을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한 다양한 시책도 발굴하고 관계법령 조례의 제정 개폐, 소비자단체의 육성 지원 등도 더불어 진행해야 합니다. 더불어 소비자단체는 바람직한 소비자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 확산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또 소비자 권익옹호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도록 촉구하는 견인차 역할도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대전주부교실을 이끌어 온 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전지역 소비자 운동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요?

▲다변화 시장경제 흐름 속에서 소비자 의제(Agenda)는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전반, 더 나아가 세계 시장의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드리면서 대응력을 갖추어가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구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활동가들을 전문화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소비자 운동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여기에 지방화시대에 걸맞게 지방소비자 운동 의제발굴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일회성 행사나 활동을 지양하고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나 조례와 법률제정에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대전주부교실은 앞으로도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비자단체가 되기 위해 내실있는 소비자 운동을 벌여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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