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언 마음 사랑으로 여는 게 矯正”

“수형자 언 마음 사랑으로 여는 게 矯正”

공주교도소 형제 교도관 김기훈.기영씨

  • 승인 2006-10-27 00:00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 28일 제 61회 교정의 날을 맞아 공주교도소에 근무하는 형제 교도관 김기훈(49.인사과.오른쪽) 주임과 김기영(38.보안과)씨는 교정공무원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형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마음으로 대할 때 재범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28일 제 61회 교정의 날을 맞아 공주교도소에 근무하는 형제 교도관 김기훈(49.인사과.오른쪽) 주임과 김기영(38.보안과)씨는 교정공무원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형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마음으로 대할 때 재범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 61주년 교정의 날 20여년 외길 자부심
무기징역수 교화… 어엿한 사회인 재기 흐뭇
봉사동아리 나눔회로 수형자 가족과 유대
재사회화 돕기 위한 정부지원 뒷받침돼야







28일은 제61회 ‘교정의 날’. 이에 본보는 교정활동에 열정을 갖고 살아가는 형제 교도관들을 만나 교정업무를 안의 밖을 살펴봤다.

공주교도소에 근무하는 형제 교도관 김기훈(49.인사과) 주임과 김기영(38.보안과)씨의 말을 통해 교정행정의 개선책 및 밝은 사회를 위한 작은 밑바침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봤다. <편집자 주>




-교정의 날을 맞는 소감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수형자들과 같이 생활한지 각각 25년과 15년이 지났습니다.
인생의 종합대학 교수라고 일컫는 교정직 공무원으로서 그동안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근무해 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날, 소방의 날, 국군의 날 등은 사회적으로 성대하게 기념식을 갖거나 조명을 받는 반면, 우리나라 법 집행의 최후 보루인 교정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과거에 있었던 교도관의 날도 기념일에서 제외돼 교정공무원들이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지난 2001년 교정의 날이 다시 부활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올해로 61주년, 회갑을 넘긴 교정의 날에 교정인의 한사람으로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음지에서 묵묵히 국가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교정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교정이란 뜻 자체도 생소했고 어떤 업무를 하는지 몰랐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종교인으로서 사회에서 소외된 수형자들을 사랑과 신앙으로 보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교정공무원에 몸담게 됐습니다.

또 근무를 하면서 이곳이 바로 수형자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생활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을 열고 마음으로 수형자들을 사랑으로 품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기억에 남은 수형자가 있다면.

▲존속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있었는데 비록 순간의 실수로 죄를 범했지만 수감생활을 하면서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생활을 했습니다. 이곳에서 고입검정고시부터 시작해 학사고시까지 합격했고 통신으로 신학교까지 마쳤습니다.

신앙심도 돈독해 한 선교팀에 있던 여성과 교제 끝에 옥중 결혼을 약속하고 출소 이후 곧바로 결혼식을 했습니다. 지금은 사회에 잘 적응해 어엿한 사회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수형자도 같은 존속살인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는데 가족이라곤 여동생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수용생활을 잘 하다가도 여동생에게 무슨 일만 있으면 단식을 하는 등 무척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주니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고졸검정고시까지 마쳐 지금은 출소해 열심히 살고 있다며 가끔 전화를 하곤 합니다.


-안타까운 일과 보람된 일은.

▲가장 안타까운 것은 교도소에서 무척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했지만 사회에 나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죄를 범해 교도소로 수감될 때입니다.

출소 후 사회의 냉대와 소외에 순간적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수형자들이 사회로 복귀해 냉혹한 현실 앞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우리들 앞에 나타날 때 배신감과 두려운 생각이 엄습하기도 합니다.

국가 재정상 교정시설이 개별처우를 하기에는 역부족인 면도 있지만 그래도 교정공무원들은 열악한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수형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교정공무원들의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을 받습니다.


-수형자와 교도관의 관계는.

▲수형자와 교도관은 상호신뢰가 밑바탕에 존재되어야 합니다.
교도관들은 단지 국가로부터 부여된 권력층이 아니며 수형자 또한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됐을 뿐 종속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똑같은 인간이고 죄는 밉지만 사랑으로 대할 때 닫혀있는 수형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수형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모범을 보이며 관심을 보일 때 자연스럽게 교정활동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인생의 여정과정에 얼어버린 수형자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심어린 관심과 사랑입니다.


-수형자들을 위한 교정활동은.

▲교정공무원 대부분은 수형자들의 교화활동을 위해 나름대로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정활동은 혼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수형자들을 돌보며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될 때까지 비뚤진 마음으로 살아온 수형자들을 짧은 시간에 교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끊임없는 인내심과 사랑으로 수형자들을 대할 때 재사회화가 가능한 것입니다.

교정공무원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형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마음으로 대할 때 재범이라는 안타까운 일은 차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에서 수형자들의 재활을 위한 과감한 지원이 뒷받침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형자들의 가족까지 보살피고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수형자들을 돕는 것은 종교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주교도소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직원 15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동아리 ‘나눔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매월 일정액을 적립해 생활형편이 어려운 수형자 가족들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넉넉지 않지만 생활을 돕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형자와 가족 등 230여명에 대해 900여만원을 지원했으며 이로 인해 수형자들이 우리 교도관들을 신뢰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가정생활의 애환도 많을것 같은데.

▲교정공무원의 특성상 야간 근무시 가족들이 아플 경우 집에 가보지도 못하고 애태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자식들이 어렸을 때 아프다고 집에서 연락이라도 오면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또 자식들의 운동회나 행사에는 거의 참석하지 못해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건강하게 성장해 교정공무원인 아버지의 직업을 이해해 줘 고마울 따름입니다.

물론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 자리도 없었을 것이고 여하튼 공직생활의 최대 후원자입니다.


-수형자들의 인권보호측면을 이야기한다면.

▲수형자들의 인권보호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시설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버지학교를 통한 교화활동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공주교도소에서는 제1기 아버지학교를 개설해 수형자 66명이 수료했으며 이날 행사에 가족들도 함께 참석해 가정회복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이 정착될 경우 교정교화에 더 없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수형자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무너진 가정을 회복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정업무의 나아갈 방향은.

▲시대상황에 따라 교정환경은 날로 변하고 있습니다.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와 수형자들의 지적 성장에 맞게 교정공무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부 수형자들은 인권 신장된 교정행정을 역이용해 교정공무원들을 곤란한 상황에 빠트리곤 합니다.
구금확보 없는 교정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안전한 구금확보를 전제로 열악한 시설의 현대화와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요구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교정행정의 혁신에 있어 괄목할 만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자율, 인권이 조화를 이루는 교정이 진정한 교정의 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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