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과 20년 동고동락… 가족처럼 애틋”

“동물들과 20년 동고동락… 가족처럼 애틋”

<중도초대석>정연탁 대전동물원 동물관리팀 파트장

  • 승인 2006-08-18 00:00
  • 대담=백운석 정치행정부장대담=백운석 정치행정부장
▲ 정연탁 대전동물원 동물관리팀 파트장
▲ 정연탁 대전동물원 동물관리팀 파트장
돌보던 동물들 눈망울 못잊어 사육사 길 걸어
출산때 가족처럼 기쁘고 아플 땐 밤새워 간호

전시위주 구조.관람객 추태 동물에 스트레스
멸종위기種 보호 위해 관리시스템 변경 필요




-일반 사람들은 사육사와 조련사를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차이점이 있나.



▲돌고래가 물 위로 솟구쳐 올라 쇼를 벌이고 곰이 재주를 부리며 원숭이가 익살스런 연기를 펼치는 등 흔히 관람객들이 볼 수 있는 쇼를 위해 동물들을 훈련시키는 것은 조련사들이 할 일이다.

그러나 사육사들은 동물들의 건강을 점검하고 먹이를 주며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일을 한다. 마치 엄마가 아이들을 돌보듯 하는 부분을 맡고 있다.



-어떻게 사육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사실 처음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86년 축산과 졸업 후 개인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양돈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사육사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최대의 양돈장이었던 에버랜드 양돈장이 없어지면서 동물관리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동물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됐다.

동물들과의 정을 못잊어 이후 20년동안 사육사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사육사로서의 하루 일과는.

▲일반 회사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방금 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이후 동물들 먹이도 주고 우리 청소도 해주고 같이 놀아주고 하면서 동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준다. 물론 동물들이 아프거나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밤새도록 곁을 떠나지 않는다.


-늘상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특별히 애정이 가는 동물들이 있을것 같은데.

▲일부러 많은 정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성상 사육사들은 한 동물만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을 주면 헤어질 때 슬프다. 사람하고 똑같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다보면 정이 안들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용인 에버랜드 근무시절 기르다가 지난 2002년 대전동물원 개원시 같이 오게 된 침순이(침팬지), 유숙이(호랑이)와 생활한 기간이 길다보니 아무래도 정이 더 간다.


-특별히 다루기 힘든 동물이 있다면.

▲모든 동물은 다 다루기 힘들다. 말도 통하지 않고 야생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보니 언제 어느때 돌발상황이 발생할 줄 모르는 등 어려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약한 동물들 역시 잘못 사육할 경우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강한 동물은 강한 동물대로 또 약한 동물들은 약한 동물대로 다루기 힘들다.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류들은 위험할 것 같은데.

▲일반인들은 사육사들이 맹수 우리속으로 직접 들어가 타잔처럼 어울리고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맹수들은 우리 속에 있고 사육사들의 통로가 따로 있으며 또 맹수들이 어릴 때 이후에는 모두 격리시키고 있어서 맹수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 맹수류가 먹는 것도 엄청날 것 같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이 먹지는 않는다.
야생 생활에서야 매일 사냥을 한다는 보장이 없어 비축의 개념으로 한번에 40~50kg의 먹이를 먹지만 동물원은 일정량의 먹이를 매일 주기 때문에 호랑이나 사자 한 마리가 하루에 3~4kg의 먹이를 먹는데 그친다.

오히려 초식동물인 코끼리가 하루에 200kg이 넘는 먹이를 먹어치우는 대식가다.


-초식동물들이 오히려 맹수보다 위험하다던데.

▲그렇다. 맹수의 경우 공격성향을 느끼지 않으면 사육사나 사람들에게 덤벼들지 않는다. 하지만 초식동물의 경우는 발정기라든가 임신한 상태에서는 경고나 공격의 징후 없이도 돌발적으로 공격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전국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고는 대부분 초식동물한테 당한 경우가 많다. 사육사들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육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겁고 또 가장 슬펐던 적은.

▲아무래도 내가 관리하는 동물들의 건강과 관련된 것이 많다. 기르던 동물이 번식했을 때 또 몇날며칠씩 동고동락하며 치료해 준 동물들이 회복했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

반대로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 때 느끼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육사들은 동물들을 가족처럼 생각한다. 부를 때도 자기 아이들 부르듯이 이름을 부르고 인격체로 대우하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관람객들이 모이면서 추태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의 당연한 욕구이겠지만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려고 잠자고 있는 호랑이나 사자 등 동물들에게 돌을 던지는 관람객들이 있다. 이 경우 동물들이 다치거나 놀랄 위험이 있어 삼가주는게 좋다.

먹이 역시 함부로 던져주면 건강을 해칠 염려도 있으며 일부 취객들의 경우 우리를 넘어가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큰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자제해주길 바란다.


-동물원 파트장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역시 동물 다루는 것보다 사람 다루는 일이 훨씬 어렵다. 모두 다 내가 원하는 것과 같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이끌어나간다는 게 어렵다면 어려운 부분이다.


-사육사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말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사육사가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후배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달리 동물원 등에서 직접 사육사를 채용하기 보다는 아르바이트 형식을 빌어 입사한 후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육체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정식 사육사가 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동물원들은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 위주로 구성돼 있다. 동물원 자체가 동물들을 보다 안전하고 가까운 곳에서 보기 위한 사람들의 욕심에서 비롯됐지만 백화점식으로 우리에 가둬놓는 것은 정작 동물들에게 좋지 않다.

보다 야생에 가까운 환경 조성을 통해 동물들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시설이나 관리 시스템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멸종을 앞둔 동물들도 많은데 우리 뿐 아니라 후대들에게까지 귀한 동물들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번식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사람이 아닌 동물들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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