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00일 지하철과 든든한 시민 발 될터”

“개통 100일 지하철과 든든한 시민 발 될터”

<중도초대석>김진희 대전도시철도공사 기관사

  • 승인 2006-07-07 00:00
  • 대담=백운석 기자대담=백운석 기자
▲ 김진희 대전도시철도공사 기관사
▲ 김진희 대전도시철도공사 기관사
사회 첫발 새내기… 수동훈련 등 공부 여념
직접 운행한 전동차 타고선 부모님도 안심

취객.큰소리 통화.지나친 애정행각 ‘꼴불견’
초심 잃지 않고 긴장하며 승객 안전에 최선





-많은 사람들이 철도 기관사는 남성들의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으로서 어떻게 기관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는지.

▲사실 처음부터 기관사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철도공사 입사 후 전공과 적성 등에 따라 기관사로 배치를 받고 연수를 받은 것이다. 기관사로 배치받았을 당시엔 사실 당황도 됐지만 막상 현장에서 열차를 운행해보니까 적성에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지금도 수동운전 훈련을 비롯해 각종 공부를 하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


-기관사로 배치받았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는 뭐라고 했는지.

▲생소한 직업이다보니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직접 운행하는 전동차에 부모님을 태워드린 다음부터는 걱정하는 마음은 푸시고 자랑스러워하신다. 아직도 내가 지하철을 운행한다는 걸 신기하게 여기는 친구들은 아직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불안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잘 하고 있다고 용기를 준다.


-아무래도 여성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기관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운전 실력은 기본이고 전동차 내부 곳곳을 자세히 알고 싶어 전동차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했다.
또 운행시 고장이나 사고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운행 전동차의 책임자인 내가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면 큰 사고가 아닌 경우에도 승객들의 동요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에도 담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기관사 연수 시절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전동차 용어라든지 회로도 등이 낯설고 생소해 익숙해지는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많은 걸 공부하고 습득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다행히 전자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해 연수받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됐다.


-다소 특이한 직업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을 것 같다. 기관사로서의 24시간을 소개해준다면.

▲우선 기관사들은 5조 3교대 방식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첫 주간조(組)와 두 번째 주간조, 야근조, 비번, 휴일 등의 일정이 순환하는데 하루에 대략 6시간 정도의 운행을 한다. 운행하는 전동차와 시각은 매일 다르다.

첫 주간조는 오전 6시30분~7시 사이에 출근해서 그날의 개인 운행 일정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두 번째 주간조는 그보다 약간 늦은 오전 9~10시 사이에 출근을 한다.

야근조는 오후 6~7시 사이에 출근해서 야간 운행과 다음날 새벽 운행까지 책임진다.
야근 근무 후 아침에 퇴근하면 그 날은 비번이며 그 다음날은 휴일을 만끽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휴일도 5일 단위로 돌아와 불편함이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불편함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직업의 특성이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친구들과의 모임은 한 달에 한번 겹치는 휴일을 이용하고 주간조 업무를 맡을 경우 평일도 저녁시간대에는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인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사진기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결국 꿈과는 다른 길을 택했지만 회사 내에 사진 동호회가 있어 참여하고 있다. 비록 본사 직원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 어울릴 기회는 많지 않지만 되도록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전도시철도가 개통한 지 100일이 지났다.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전동차에 오르는 때마다 즐겁고 보람을 느낀다. 지하철 개통으로 많은 시민들이 편리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하는 일로 사람들이 편해지고 즐거워진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기쁨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개통 초기에는 운전할 때 손 흔들어주는 꼬마나 아저씨들을 볼 때 기분이 좋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승객들도 있을텐데, 꼴불견 승객들을 꼽는다면.

▲야근할 때 아무래도 취객들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또 밤늦게 승객들 없다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운전실에서 다 보이니까 그런 연인들은 앞으로 조심하시라.(웃음) 특히 출입문이 닫힐 때 뛰어드는 승객들이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문을 열어서 승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굳이 닫히는 문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출입문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니 승객들은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

그 외에도 운전실까지 들리도록 큰 소리로 통화하는 승객, 친구들과 큰 소리로 떠드는 학생들, 일명 람보게임처럼 출입문 열리면 나갔다 닫히기 직전에 다시 타는 꼬마들은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할 뿐 아니라 사고의 위험도 있다. 함께 사는 사회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기관사의 38%가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물론 KTX나 경부선 열차 기관사들의 이야기이겠지만 도시철도 역시 안전사고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을텐데.

▲대전 도시철도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어 인명 사고에 대한 부담은 다른 지하철에 비해 상당히 덜한 편이다. 하지만 휴식시간 10여분을 제외한 운행시간 6시간동안 좁고 어두운 운전실에 혼자 있으면 답답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연봉이나 복지 수준에 대해 만족하나.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다. 다른 곳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연봉을 인상해준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웃음)


-앞으로 포부가 있다면.

▲처음 마음을 잃지 말고 지금 하는 만큼 항상 긴장하고 열심히 하는 기관사가 됐으면 좋겠다. 또 나이가 나이인만큼 다른 과에서 일을 배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많은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역할에 충실하고 이 분야에서부터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지하철 승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아무래도 승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안전사고 예방이다. 스크린 도어가 설치돼 있어 다소 예방에 대한 믿음은 있지만 사고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철도공사측에서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들의 노력이다. 출입문이 닫힐 때는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고 학생들의 경우 친구들끼리 심한 장난은 삼가는게 좋다. 깨끗하고 안전한 대전도시철도는 공사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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