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인화분청 잊혀진 뿌리 찾을터”

“충남의 인화분청 잊혀진 뿌리 찾을터”

<중도초대석>

  • 승인 2006-06-16 00:00
  • 정리=김민영 기자정리=김민영 기자
-이이우 소장 프로필-


1966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아랫사기소 출생
1985 대전 유성고 도예과 졸업
/충남도 주최 도자기 기능올림픽
대회 대상
1986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 입문
1988 경북 기장 상주요 김윤태선생
요장 입문 다년간 수련
2002 계룡전통도예 설립
2004 기능올림픽 기능부 심사위원
2005 한밭국악대회 대상 대통령상 제작



조선초 계룡산일대서 번성
도자 표면에 도장찍어 무늬
단아하고 강인한 멋 돋보여

지역 유일 전문연구소 설립
원형 복원 자료작업 매달려
진정한 가치 널리 알리고파



“우리 충남의 것을 찾지 못하고 보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에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인화분청을 연구하는 ‘아랫사기소 인화분청연구소(소장 이이우)’가 자리 잡고 있다.
인화분청은 공주 지역에서 철화분청이 출현하기 200여년 앞선 지역 전통의 도예 기술·문양을 일일이 찍어 음각 기술로 완성하는 작품으로 제작기간만 3개월 이상 소요되다보니, 도예가들 사이에서 책에서나 나오는 희귀한 기법으로 치부돼왔다. 도봉 김윤태 선생에게 사사한 이 소장은 오랜 연구 끝에 자신의 고향인 계룡산 줄기에 위치한 아랫 사기소가 인화분청의 근원지임을 밝혀내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오랜 시간 방치돼왔던 덕분에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인화분청 파편을 이용해 실물크기 복원에 나서고 있는 이 소장의 열정을 만나봤다.



-인화분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인화분청이란 도장으로 찍는다는 개념이다.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철화분청은 철을 이용해 채색하는 기법이라면 인화기법은 문양을 찍어 도자기를 완성하는 기법으로 작은 문양을 찍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조선 초 14~16C 성행했던 도자로 기법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7가지 정도로 다양했으며, 그중 하나가 인화(印畵)분청이다.

인화는 관에서 도예가들을 관장했던 마지막 시기에 만들어졌던 작품이었으나 굶주린 도예가들에게 작품성 있는 꼼꼼한 인화작업이 부담이 됐던 만큼 생업을 위해 점점 사라져간 안타까운 기법이다.

인화는 도자를 만든 후 마르기 직전의 도자 표면에 무늬를 찍는 기법으로 도자기의 전체 표면을 흰색의 작은 점이나 작은 문양으로 장식한다.

단아하면서도 문양의 음각이 강인함을 주는 인화분청은 특히 계룡산 일대에서 번성했다.


-인화분청을 연구하는 도예가가 거의 없다는데, 특별히 인화분청을 연구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우리지역 충남의 도예하면 떠오르는 것이 철화분청이다. 공주 계룡산 일대에 철화분청을 연구하는 도예가들이 밀집돼있고, 해마다 철화분청을 주제로 축제를 벌여 지역인들에게 마치 철화분청이 지역을 대표하는 도예품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철화분청보다 200년 앞서 공주지역에는 ‘인화분청’이 성행했고, 작품성이나 예술적인부분에서 최고의 가치와 실력을 인정받는 지역이었다.

연구소를 설립한 아랫 사기소는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곳이다. 이곳에서 흔하게 보고 자랐던 인화분청 파편들이 엄청난 학문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분청에 관심을 갖고 전국을 찾아 다니는 과정에서 인화분청의 근원지에서 뿌리를 찾아 실물크기와 형태를 복원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사장되는 유물들을 보면서 누군가 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누구하나 시도하지 않는 현실에 마음이 매우 아팠다.


-인화분청 연구소를 설립하고, 어떤 작업들이 이뤄졌는가?

▲인화분청 파편들이 매립돼있는 가마터 보존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누구나 수집해 갈 수 있었을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으며, 온전한 작품이 하나도 없었던 상태였다.
가마터를 복원하면서 일반인들의 수집을 막고 본격적인 문양과 파편 수집을 하면서 조각을 맞춰 원상태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연구목적으로 수집해간 파편들을 전국에서 수집하는 한편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인화 문양들을 일일이 데이터 베이스 작업을 했다.

파편 문양 사진을 찍고 확대해 도장으로 새기고 기록으로 남겼다. 누구나 문양으로 인화분청을 재연할 수 있도록 문양연구에 공을 들였다. 연구가 진행되면 책자를 발간해 인화분청의 모든 것을 담고 싶다.

인화분청은 작품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만큼 평생을 걸고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복원해내는 것보다는 정확하고 다양한 문양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인화분청 연구소 차원에서 앞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선 계룡산 일대가 인화분청의 근원지였다는 것을 지역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이나 책으로 기록을 남겨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곳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지역에서 무료강좌와 시연회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지역민부터 지역의 도자기임을 인식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 계룡산 지역이 인화분청 부문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곳이라는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사적지 등록조차도 돼있지 않아 연구소 차원에서 훼손을 막고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고,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문화라면 육성하고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달 11일 제1회 계룡 아랫사기소 인화분청 축제를 열고 일반인들에게 인화분청에 대해 소개했다. 8년간 연구 끝에 복원한 국화문 항아리, 거북문 자라병, 학문화병, 과형병 등 300여점을 선보였다.
복원과 연구는 물론 지역민들에게 자랑스런 인화분청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고 싶다.


-인화분청 확산을 위한 계획이 있는가?

▲인화분청연구소가 자리한 계룡산 일대는 수준 높은 인화분청과 철화분청 등 많은 작품들이 탄생했던 곳으로, 지금도 그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아랫 사기소가 사적지로 지정받아 박물관을 설립하고 우리지역에 양질의 분청이 존재했음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최종 목표다.

젊은이들에게 인화분청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인화분청 동호회도 설립해 활동하는 등 다양성을 알려주고 싶고, 현대 도예에 응용해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고 싶다.

한평생 인화 분청에 매진해 선조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의 훌륭함을 지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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