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자연의 심판에 울고 웃죠”

“하루하루 자연의 심판에 울고 웃죠”

이우진 대전지방기상청장

  • 승인 2006-01-13 00:00
  • 대담=박기성 기자대담=박기성 기자
▲이우진 대전지방기상청장
▲이우진 대전지방기상청장
20년 넘게 몸담았어도 도전분야 무한
선진국 비해 기상시스템 부족 아쉬워
올 행정도시 건설 기상지원 등 중점추진
지진해일특보 10분이내 가능 ‘재해 만전’




하루하루 자연의 심판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상청 직원들이다. 이들은 아침해만 뜨면 자신들의 예보가 틀렸는지 맞았는지 창문부터 열고 맞으면 뿌듯한 성취감을 느낀다. 때때로 보기 좋게 예보가 빗나간 날은 종종 걸려오는 항의전화에 씨름을 하면서 자연을 더욱 연구해야 할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상청 직원 사이에선 ‘하루하루 자연의 심판을 받는다’는 뼈 있는 농담이 생겨났을지 싶다. 그들은 날씨와 자연, 그리고 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충청권 날씨 예보의 사령탑인 이우진(57) 대전지방기상청장을 만나봤다.

83년 기상청 기상사무관으로 우리나라 기상에 첫 발을 내디딘 이우진 청장은 기상에 관한 뚜렷한 자신의 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날씨가 어떨지 그냥 즐기는 것은 굉장히 좋은데 날씨 예보가 업무인 나로서는 어려움이 있다”며 “뻔히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신비함을 느끼고 도전할 것이 많은 분야로 느낀다”고 말했다.

20년 넘도록 기상청에 몸담은 관록이 있기 때문인지 나름대로 기상에 대한 멋진 정의도 내놓았다.
이 청장은 “기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자연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서 계속 전진해 나가는 과학이다”라고 정의했다.

자연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하루하루 날씨 예보의 결과를 자연이 알려주며 개선책도 자연으로부터 얻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청장은 이어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매일 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자연에대해 겸허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자연에 대한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이 청장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기상시스템이 부족한 면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청장은 “미국, 일본 등이 60년대부터 기상을 연구해 왔다면 우리나라는 80년대 중반부터 실질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후발주자이다”며 “일단 기상전문 인력과 이 인력을 키울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은 기상을 에너지, 전력 등 기간산업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맥주와 같은 마케팅 분야에 응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능력이 없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9월 1일 대전지방기상청장으로 부임한 이 청장은 직원들에게 개인 능력개발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며 기관을 운영한다. 그는 “누구나 잘하는 면, 잘못 하는 면이 있기 마련인데 잠재력 개발을 게을리 하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 직원간 상호존중과 인화단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실 기상관련 업무는 무엇인지요?

▲매일매일의 관측, 예보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기상서비스의 품질 수준을 유지하는데 자원, 인력, 기술을 적절히 투입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업무입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범 제공중인 5km×5km 구역별 상세예보서비스를 계속 보완, 개선해 가고자 합니다.

행정도시 건설 기상지원, 날씨체험과 대기과학지식의 접목, 과학의 대중화 추진, 산???연 대기과학 전문가들과의 예보기술 공동 개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업무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해 기상관측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관측된 데이터로 볼 때 행정도시의 날씨를 어떻게 분석하고 계신지요?

▲행정중심복합도시는 낮은 산과 하천을 끼고 있으며, 중심부에는 원수산(254m)이 위치하고, 미호천과 금강이 합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행정도시는 인근 도시인 대전(7.5도)에 비해 최저기온이 1∼2도 가량 낮은 5.5∼6.5도 사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강수량도 대전 연평균 강수량(1353㎜) 보다 20㎜ 가량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의 자료로 볼 때 대전이 대도시임을 감안하면, 잠정적으로 행정도시는 전원에 위치하여 보다 쾌적한 대기환경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국립환경연구원,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관측 자료를 보강하고 바람통로 등 다양한 분석을 통해 행정도시의 기후특성을 밝혀낼 예정입니다.



-올 겨울에는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충청지역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이처럼 눈이 많이 내린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남은 겨울 동안 눈이 얼마나 더 내릴 것이라 보시는지요?

▲초겨울 우리지방의 잦은 눈의 원인은 차가운 북서풍이 따뜻한 서해 상을 지나면서 발달한 눈구름이 자주 충청권으로 밀려 온데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 일단은 12월 기압계는 평년과 달리 시베리아의 찬 공기가 만주 쪽의 저지선에 가로막혀 서해 상으로 때 이르게 많이 남하해 왔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서해상의 해수온도가 한겨울보다 초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해 이 기간에 초겨울 서해 상에 강한 눈구름이 자주 발달한 것도 한 요인입니다.



-2004년 말 인도네시아에서 수천 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tsunami) 또는 지진해일의 악령을 막기 위해서는 실시간 예보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요. 현재 갖춰져 있는 시스템 수준은 어떠한 지요?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인지 후 지진속보는 2분 이내, 지진통보는 5분 이내, 지진해일특보는 10분 이내에 통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기상청과도 핫라인으로 연결돼 주변 해역에 대한 감시망을 보완하고, 정보를 상호체크하고 있으며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 등 주요 국가들과 세계기상 전용통신망 (GTS)을 통해 최신 기상 정보를 상시 교환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에 종종 발생하는 폭풍해일과 관련해서는 해수면이 주의보 발효 기준값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될 때 폭풍해일주의보와 경보를 발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사막과 사막화의 해’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사막화 현상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사막화 현상과 기상과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지요?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맑은 날씨로 일사량이 늘어 기온이 높아지고, 하강기류가 발달돼 대기가 건조해져 지면으로부터 순 증발량이 증가하는 대신 강수량은 감소, 결국 토양 수분이 줄어듭니다.

대전지방기상청은 추풍령, 천안, 서해종합해양기상관측기지(북격렬비열도)에서 각각 황사 농도를 관측하고 있으며, 몽골에서 진입하는 황사 먼지를 집중 감시하는 등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사막화 뿐만 아니라 공업단지의 확대로 인한 농지의 축소, 도시건설로 인한 인위적인 생태공간의 감소 등, 도시화 과정에서 안게 되는 대기오염, 이상 고온과 안개나 강수다발 현상 등도, 사막화와 함께 인간 활동에 의해 야기되는 환경 문제로서, 앞으로 함께 고민해야할 숙제입니다.




이우진 청장은 누구

▲1960년 1월 25일 생 ▲76년 광주제일고등학교 졸 ▲81년 연세대학교 천문과학과 졸 ▲83년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석사) 졸 ▲미국 일리노이대학 대기과학과(박사) 졸 ▲83. 7∼85. 7 기상청 기상연구소 종관기상 연구부 기상사무관 ▲90. 7∼96. 11 기상청 수치예보과, 기상연구관 ▲01. 10∼03.5 기상청 예보국 총괄예보관 ▲03. 5∼05. 8 기상청 수치예보과장 ▲05. 9∼ 대전지방기상청장 ▲기상학박사 ▲88. 12 과기부장관상 ▲99. 9 공무원문예대전 우수상 ▲01. 10 목산학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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