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외래환자 3000명 대기록 ‘성과’
병원내 공개경쟁 입찰로 투명성 확보
난치병 학생돕기 등 사회사업도 적극
노흥태 충남대병원장
중부권 최대병원으로 꼽히는 충남대병원은 지역민들의 건강 지킴이로 33년간을 같이해 오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도립의료원의 역사에서 지난 1972년 충남대부속병원, 그리고 1995년 법인화의 길을 걷는 등 외형적 변화도 있었지만 한결같이 우리 지역의 대표적 공공의료 기능 확보에 매진해왔다. 충남대병원은 충청권에서 항상 1등만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다른 종합병원들의 잇따른 개원으로 의료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했던가. 어려움에 봉착한 병원 살림을 이끌고 있는 ‘제 18대 충남대병원 호(號)’를 이끌고 있는 노흥태(57) 병원장을 만나 지역 의료계의 현실과 병원 혁신 프로그램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달 4일 중부권 병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1일 외래 환자 3200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병원 원무 시스템이 가동된 후 첫 3000명 돌파라는 점에서 대전지역 의료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비법이 있는지 말해 달라.
▲지난해 9월 법인화 4대 원장으로 취임한 뒤 ‘환자들을 고객으로 삼아야한다’는 모토로 직원들과 함께 고객 만족 교육을 강화했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인드 변화를 요구했고 의료진들에게는 인센티브제를 도입, 보다 많은 환자들이 ‘다시 찾는 병원’이 되도록 병원 운영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대전지역 750군데의 개업의들을 외래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충남대병원이 고쳐야 할 점 및 건의 사항을 1 대 1 면접방식으로 개선사항을 찾아냈다. 13명의 직원들이 2주일 동안 개업의들을 직접 찾아 설문 조사를 벌였던 것이 개업의들에게 감동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통상 10월에는 교수 및 의료진들에게 각종 학회가 많아 출장이 잦아 환자수가 떨어졌으나 올해에는 1일 외래 환자 3200명 돌파라는 신기원을 이루어냈다. 다른 종합병원들의 부러움을 산다니 기쁘다.
모두가 교수, 의료진, 직원들이 묵묵히 병원 혁신 프로그램을 따라준 산물이다. 고맙게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변화된 병원 내부 환경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우선 가장 불만 사항이 많았던 응급의료센터의 운영 시스템에 변화를 주었다. 경증(輕症)환자들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환자 본인은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는데 병원 스테프들이 경증환자보다는 위급환자 관리에 신경이 집중돼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경증환자들 관리를 위해 응급의학 전문의를 대폭 확충,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다 병원의 각 과에 24개의 핸드폰을 지급, 개원의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핫라인 환자 이송 시스템’을 도입,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핸드폰은 1차, 2차 진료기관에서 진료가 어려운 환자가 발생시 충남대병원의 의료진에게 핸드폰 문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전화를 받는 사람은 해당 진료과목의 의사결정권자로, 전화 한통화로 환자 이송 여부를 묻는 말 그대로 직통 전화인 셈이다.
-의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원도심에 위치해 둔산과 유성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환자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안다. 병원 안팎에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제 2병원 건립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우리병원은 중부권 최대의 공공의료 기관이다.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장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진료가 급선무인 만큼 병원 내부적으론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환자들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주기 위해 다중이 집중해 있는 둔산과 유성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으론 병원 장기 발전 계획으로 유성 등 서남부권 일원에 분원 형태의 제 2병원 건립 계획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다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지금은 관망중이다.
병원을 신축하는데 보통 3000억~5 00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충남대병원 이사회와 충남대학교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중구 대사동 병원도 앞으로 수요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여 시설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꼭 제 2병원 건립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구를 중심으로 한 원도심에 고층아파트가 잇따라 건축돼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병원장 취임 후 많은 원무 행정에 변화를 가져왔는데 추진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우선 병원 내 입찰에서 수의계약을 없앴다. 모두 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병원 경영은 투명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었다. 때로는 협력업체 사장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병원 혁신 프로그램은 지난 3년간 진료처장을 맡으면서 병원 곳곳에 널려 있는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노사 문제는 항상 뜨거운 문제다. 전국 국립대병원 가운데 처음으로 무분규 임금타결을 했는데 앞으로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모두가 병원의 직원이다. 갈등은 병원이 무너지는 요인인 만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사 관계를 풀어나가며 이를 통해 올해 무분규 교섭에 성공했다. 노사가 병원 발전을 위해 ‘윈윈 사고’를 가지도록 노력했다.
-지역에 봉사하는 병원,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건설을 위해 병원계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대전·충남병원회장도 맡고 있는데 좋은 사업 방향이 있으면 설명해달라.
▲병원협회는 우리 지역의 병원장들의 친목 단체 성격도 있지만 한편으론 지역의료계와 중앙을 연결하는 고리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병원간 윈윈 전략을 짜는 자리다.
올해부터는 지역의 난치병 학생을 돕는 방향으로 사회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일례로 중도일보사가 펼치는 난치병 학생돕기에 소개된 학생을 추천받아 각 병원이 의료지원을 해준다거나 성금을 모아 전달해주는 등의 지역 봉사 활동을 적극 펼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개인적인 취미인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색소폰은 10 여년 전부터 연주해왔다. 항상 어려울 때 청량제 역할을 해와 요즘도 즐겨 분다.
특히 케니 지의 ‘스프링 브리즈’와 ‘어매이징 그레이스’를 좋아한다. 일상의 탈출구가 돼 앞으로는 환자들을 직접 찾아 국내 가요와 가곡을 연주해 줄 생각도 있다. 환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병원장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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