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 고문 |
“닮고 싶은 과기인 선정에 무한한 영광” “아이들에 도움되는 책 많이 쓰고 싶어”
-지난달 ‘2005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10명’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셨는데 소감은.
▲사실 이번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번 과학기술인 선정에는 모두 357명이 추천을 받아 1차에서 35명이 선정되고 최종적으로 10명이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개인적으로 정말 무한한 영광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과거의 내 삶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 또한 내 개인적으로는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
▲학교 교사들을 많이 만나고 다닌다. 교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나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문제 풀이에만 집중시키기보다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만나는 분들에게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을 많이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 중 한 유명 수학자가 자기 어머니에게 “우리 작은 눈을 갖고 이 큰 세상을 어떻게 보죠?”라고 묻자 어머니는 “난 잘 모른다, 네가 커서 공부해 보면 알 수 있단다”라고 대답한다. 이 대목에서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하는 어머니의 현명한 판단과 언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만나는 교사분들에게 “학부모를 만나면 짜증내지 말고 아이들이 질문하면 잘 알려주도록 이야기 해 달라”고 말하거나 “아이들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해 달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Know-How’보다는 ‘Know-Why’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퇴임이후 더 바쁘다는데.
▲요즘 책을 쓰고 있다. 사실 정신적으로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육체적으로는 더 바쁘다. 외부 강의를 다니고 있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이것저것 실천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을 먼저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학부모들의 자녀들을 대학입학 때까지만 관심을 갖고 대학입학 후에는 모든 관심을 뒤로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대학에 진학한 자녀에 관심을 더 가져야한다. 이 때 부모의 도움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서력이 국가 성장 동력이다. 일본 신칸센과 국내 KTX를 타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
신칸센을 타 보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책을 보고 있으나, 우리 KTX의 경우 그와 달리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는 승객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소장으로 근무할 때 직원들에게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결국 선·후진국 차이는 ‘정직성’의 차이다. 정직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나라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선진국은 되지 못한다.
-‘대한민국 원자력계의 산증인’으로 불리시는데 원자력에 대해 한 말씀해주신다면.
▲고유가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유가는 절대 내려갈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전체 에너지의 20%밖에 충당할 수 없다.
풍력 발전은 1kw당 800원, 태양발전 784원, 원자력은 30원이 소요된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원자력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원자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방폐장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군산에 방폐장을 설치하겠다는데 서천이 반대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자력은 결코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핵도 정직이 필요하다. 절대 권력화 돼서는 안 된다.
-원자력계에 당부의 말이 있다면.
▲모든 과업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고물이라도 안전은 ‘사람’, 즉 ‘인력’에 달려있다.
소장으로 재직 당시 항상 직원들에게는 “원자력은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원자력의 안전은 어느 에너지원보다 탁월하다.
이 때문에 원자력계 원로들이 서로 만날 때마다 “우리가 방폐장에 가서 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다.
에너지 없는 국가는 버틸 수 없다. 일반·재생에너지만으로는 힘들다.
결국 원자력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진다고 해도 우리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또한 자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머리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 머리가 원자력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화석에너지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가 해수담수원자로를 도입하겠다고 해서 그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 뿐 만 아니라 미국이란 나라까지 깜짝 놀랐다. 100년 동안 쓰고도 남을 석유매장량을 가진 나라가 원자력의 필요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의 역할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원자력을 이용하면 반드시 청정도시를 만들 수 있다.
원자력 수소를 만들려면 950도의 고온이 필요한데 고온가스로가 있어 이를 가동하면 물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원자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것보다 청정하고 저렴한 비용이 든다.
-앞으로의 계획은.
▲두 달 전 일본을 갔었는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부랑자들이 지하철에서 자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부랑자들을 본 순간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상당수는 책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은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싶다. 아침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도둑이 아침을 기다리겠는가, 남이 버리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리=정문영 기자 /사진=박갑순 기자
장인순 고문은 누구
미국서 저명한 과학자로 활동하다 1979년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그동안 원자력연구소 호공재료연구부장, 핵연료개발본부장, 원자력연구개발단장(부소장),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9년 4월부터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해오다 지난 4월 퇴임했다.
현재는 원자력연구소 고문, 자연보호중앙협의회 기술위원, IAEA 사무총장 원자력에너지자문위원, 원자력국제협력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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