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완 행정도시보상추진협 위원장 |
축산農 폐업보상 등 ‘맞춤형 보상’ 추진 세금감면. 이주대책 등 내주부터 본격화
한때 대전·충남 지역 건설업계를 주도하던 영진건설 이종완 회장이 회사 부도와 함께 오랜시간 사회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맞춤형 보상’을 위한 보상추진협의회 위원장으로 10여년 만에 돌아왔다. 보상추진협은 충남도가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지난 4월 발족한 임의 조직으로 예정지 주민들의 보상과 관련된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기구. 주민대표와 교수, 변호사, 토지공사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보상추진협을 적절한 조정능력과 판단능력으로 원만히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보상추진협 활동과 향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90년대 초까지 지역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지역발전에 앞장서 오던 영진건설이 완전 해체된 이래 이 위원장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은데.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우선 제 잘못으로 고통 받은 모든 분들께 사과와 위로를 드린다. 98년 회사 회생이 좌절되면서 생에 대한 의지마저 잃어버려 외국에서 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호주 멜버른에 갔다가 방 하나 얻어 밑바닥 인생으로 3년을 보냈다.
호주에서의 생활이 내 과거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가지고 간 이이다 후미히고 교수의 ‘환생의 과학이 인생을 바꾼다’는 책을 종이가 닳도록 여러 번 읽으면서 내게 닥친 ‘회사 부도’라는 불행이 전생에 죄가 있다는 다 이유 있는 인과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인생이 아침이슬 같고 부귀영화도 뜬구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비우게 됐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고, 내가 맡은 일에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국내 최초로 구성·운영되고 있는 보상추진협의회가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아는데.
▲심대평 충남지사의 ‘맞춤형 보상’ 취지 하에 탄생한 것이 보상추진협이다. 지난 4월 6일 주민대표 10명과 중앙 추진단, 충남도 지원단, 공주시와 연기군 공직자, 토공 사업단장, 변호사, 평가사 교수 등 22명으로 발족한 이래 2500여건에 달하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협의하고 있다.
지난 18일 11차 회의까지 적절한 협의점을 찾는데 노력해 왔으며, 오는 29일에 그동안 협의했던 토지·지장물 보상과 생활·이주대책 등에 대해 중간결산을 한 뒤 본격적인 협의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축산 농가의 폐업보상 요구에 대해 보상추진협이 사업시행자와 주민 입장을 좁히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데.
▲축산농가는 반드시 폐업보상이 돼야 한다. 이전할 장소만 있다면 이전 보상이 되겠지만 어느 지역에서 축산농가를 받아준다고 하겠나.
토공에서 폐업보상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확실히 축산농가를 받지 않겠다는 인접 시·군의 확인 문서가 있어야만 토공에서 폐업보상이 가능토록 한 조항이다.
이것은 그 동안의 100만~200만평 정도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토공에서 토지보상법에 근거해 내세운 것이다.
시·군에서 애매한 답변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 축산업이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이 반발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받아주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도에서 인근 공주와 논산, 계룡, 대전 유성 등에 협조 공문을 발송해 인접 시·군의 의향을 확인하고 있으며, 일부 시·군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등록세 면제 및 감면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양도세 문제는 지난 11차 회의에서 거론된 사항으로 양 측의 이견차가 큰 만큼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세제문제라기보다는 전문적인 검토가 요구돼 오는 29일 회의에 세무사를 동석시켜 설명을 듣고 심의키로 했다.
이 때 세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은 힘들겠지만, 법을 꼼꼼히 살펴본 뒤 감면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이를 강력 건의할 것이다.
-원주민들에게 보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장사대책인데.
▲장사대책은 민감한 사항이라 별도로 기구를 설치해 토의해 나가고 있다. 주민대표와 장사에 대한 전문가, 중앙 관계관들로 구성돼 진지한 토의가 진행되고 있어 잘 매듭지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까지 일부 주민들이 행정도시 건설을 원천반대하며 강력 반발하는데.
▲그동안 여러 경로로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봤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고, 현재로서는 특별한 방안이 없다.
물론 500~600년 문주의 시조와 조상님들을 모시고 살아온 주민들에게 갑자기 떠나라고 하면 반발할 수 있고 이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시대적 요구에 따라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한 특단책으로 결정했으니 어떤 힘으로 이것을 막을 수 있겠나. 이것은 이 지역의 운명이라 할 수 있고, 운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고 이익이 되느냐는 주민들의 몫이다. 주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원할 뿐이다.
-주민 보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업체 보상인데.
▲기업체 보상은 주민 보상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체 보상에는 이전에 따른 손실 및 부지 확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이는 곧 기업체의 존폐와 직결된다. 현재 기업체보상대책위 측에서 보상과 관련한 안건을 보상추진협의회에 제출하면 이를 심도있게 논의키로 했다.
-앞으로의 각오와 향후 보상추진협 운영 방향은.
▲말년에 편하게 살려는 판에 어려운 일을 본의 아니게 맡게 됐다.
이것도 내 운명이요 그간에 지은 죄를 용서받는 뜻에서 맡겨진 직책이라 생각하고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집도 없고 땅도 없어 오갈 데 없는 주민들이 너무 많다.
국가대사로 어려운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어서야 되겠나. 정부에서 이를 두루 살펴줘야 한다. 이들 임차농과 세입자 등을 위한 대책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법적 한계 등으로 가능성이 없는 것은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일단 유보한 뒤 이를 면밀히 검토, 협의해 주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끝으로 남은 여생을 남을 위해 살고 싶다. 아직까지는 구상 중이지만 이 고장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겠다.
정리=최두선 기자 / 사진=이민희 기자
이종완 위원장은 누구
대전중·고등학교와 충남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영진건설산업을 세워 90년대 중반까지 계룡건설과 함께 대전·충남 지역 건설업계를 이끌어왔다. 특히 1988년부터 1994년까지 냉철한 판단력과 특유의 원만한 성격으로 대전상공회의소 13대·14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정받았다.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화통일 정책자문위원회 대전동구협의회장, 충남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 대전시 도시계획 위원, 충남도 도시계획 위원, 대전시 시정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상훈으로는 1987년 국민훈장 석류장(대통령), 함여장 표창(통일주체국민회의의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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