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회 대전지방노동청장

김동회 대전지방노동청장

“무슨 일이든 미쳐야 미치죠” (不狂不及·불광불급)

  • 승인 2005-08-19 00:00
  • 대담=김학용 부국장대담=김학용 부국장
▲ 김동회 대전지방노동청장
▲ 김동회 대전지방노동청장
지난 7월27일 부임한 김동회(54) 대전지방노동청장은 중졸(中卒) 9급 출신으로, 고시출신이 즐비한 노동부에서 유례없는 고속승진으로 지방노동행정기관의 수장자리에까지 올랐다. 지난 16일 김청장의 집무실에서 그의 노동행정관(觀)과 대전, 충남???지역의 노사 현안 과제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중졸 출신 유례없는 초고속승진 ‘눈길’ 일과 공부에 미쳐 산 40여년 후회없어
‘역지사지’로 수요자 중심 행정 최선 내고장 일자리만들기 운동본부 추진




공무원 치고 승진에 관심없는 사람은 없다. 어디 공무원 뿐이겠는가마는…. 그래서 고속승진으로 이름난 그에게 그 비결부터 물어봤다.

그는 9급으로 출발, 사무관에 올랐고, 서기관에서 불과 5년만에 부이사관이 되었다. 김청장 빼고 모두 고시 출신들끼리 겨룬 경쟁에서 중졸인 그의 고속 승진은 한 때 노동부 내의 ‘큰 뉴스’였다.

그는 고속 승진 비결에 대해 “어떤 일이든 미쳐야 된다”며 ‘미쳐야 미친다(불광불급(不狂不及))’라는 근래 출간된 책이름을 인용했다. “9급 때는 8급이 되어야 겠다는 마음뿐이었고, 8급 때는 7급으로 승진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중졸 학력이 자신은 물론 조직이나 나를 아끼는 상관에도 누가 될 것 같아 학업을 계속하기로 맘먹었다. 그리고는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책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공부에 ‘미치고’ 일에 ‘미치면서’ 집안 식구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그의 마음속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청장은 승진의 조건과 기준이 사무관부터는 달라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사 때까지는 대졸이든 고졸이든 고시 출신이든 그냥 갈(승진할) 수 있지만 사무관 승진부터는 다릅니다. 사무관부터는 관리자로서의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사람 밑에 가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하직원들이 생각하게끔 해야 합니다.”

친화력을 통해서 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청장과의 일문일답.

-고향(보령)인 대전지방노동청의 수장(首長)으로 발령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에 와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죠. 그러면서도 일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중압감이 큽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의 장기파업 등 대기업과 공기업의 노사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돼 왔습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청장님의 기본입장이 궁금합니다.

▲노사 문제는 크게 두 가지 흐름(두 단계)으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87년 이후가 생존을 위한 노동운동이었다면 97년(IMF)이후엔 성격이 조금 달라졌고 봐야지요.

그는 97년 이후 현재의 노조에 대해서는 ‘군림하는 노조’ ‘빨간 조끼의 위력’ 등으로 언급하면서, 노사간 헤게모니 쟁탈의 양상으로 현재의 노사관계를 분석했다. 그러나 그것은 노사간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소기업의 노조 활동이 미미한 대신 대기업이나 공공노조의 활동이 활발한 편인데 전체 노동활동에서 대기업과 공공노조의 비중을 따진다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노사 대립 경향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가운데 대략 3%에 불과합니다.




-대전 충청지역이 처한 노동상황이 다른 지역에 비해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요.

▲충남·북지역의 고용사정은 대체적으로 안정돼 있습니다. 전국적인 실업률이 3.7% 정도인데 비해 충남·북 지역은 2.9%밖에 안 됩니다.

충남이나 충북 지역은 제조 업체가 많아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많습니다.
문제는 대전입니다. 대전의 실업률은 4.4%나 됩니다. 제조업이 거의 없는 대전은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졸 인력이 많은 대전지역은 이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대전의 청년실업률이 9.3%나 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를 해소하려면 채용장려금 지급을 확대한다든지 대학취업박람회와 구인구직 지도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방노동청, 대전시, 충남도 등과 힘을 합쳐 ‘내고장 일자리 만들기 운동본부’설립을 추진하고, 대전의 청년실업난 해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자 합니다.
-이제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큰 과제가 되어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이 문제는 솔로몬의 지혜를 요구하는 것처럼 어렵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라면 모를까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비춰 볼때 비정규직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비정규직이 540만명에 달하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그는 종국에는 비정규직이 80%에 달할 것이라는 ‘노동의 종말’의 저자 제레미 레프킨의 예측에 동의하는 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양쪽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체도 비정규직 고용의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청장은 “대전지역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동행정 수행에 있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사자가 한 마리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인터뷰 마지막 멘트로 남겼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민원인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정리=강제일 기자 / 사진=박갑순 기자




김동회 청장은 누구

▲생년월일: 1951년 8월 3일 생 ▲본적: 충남 보령시 ▲학력: 1982년 4월 고졸 검정고시. 1987년 2월 국제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력: 1962년 2월 노동청 대전직업안정소 행정서기보. 1990년 3월 천안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과장. 1997년 11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비서관. 1999년 7월 천안지방노동사무소장. 2003년 6월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2005년 7월 대전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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