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식 한화이글스 감독 |
9연승 대기록… 꼴찌팀서 4강 우뚝 “선수들 마음 편하게 해준것이 비결”
한 인물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결과로 말하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는 한 인물에 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시즌 초 꼴찌팀에서 9연승을 이끈 한화 김인식 감독을 광주 무등구장에서 만나봤다.
얼굴색이 붉고 입이 작은 한화 김인식 감독. 말수도 유난히 적었고 조용했다. 대화를 하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연습중인 선수들에게 잠시라도 눈을 떼지 않는 선수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있었다.
승리의 비법이라도 있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의 노력의 결실일 뿐 내가 수를 써서 어떻게 된 건 하나도 없다”는 말을 했다. 자신은 선수들한테 “잘해봐라. 그러면 기회는 있다”는 말을 조용히 했을 뿐 어떠한 강요나 요구도 없었다는 것. 결국 이 얘기를 요약할때 선수들이 알아서 열심히 해주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한번 더 묻자 점잖게 한마디했다. “기본적인 자질과 실력을 갖춘 선수는 언젠가는 제 몫을 한다”는 ‘자질 믿음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감독은 욕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타자가 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나도 선수들에게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은 절대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경기를 보다가 혼잣말을 하더라도 선수의 앞에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믿음의 야구’‘재활공장 공장장’이란 그의 상징· 별명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선수가 갖고 있는 자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선‘화내기’보다 ‘애쓰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프로선수쯤 되면 자기 잘잘못 정도는 다 알아요. 질책해 스트레스만 주지말고, 지름길이 어디인지 가르치면서 옆에서 같이 애를 써줘야지. 나도 처음엔 안 그랬는데 지내보니 그렇더라고.”
자신의 실력을 잘 안다. 한 시즌 끝나면 정리될 선수가 누군지 본인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냉철할 땐 어느 누구보다 차디차다.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스미스를 말 한마디도 없이 퇴출했고, 올 시즌 조원우를 데려오기 위해 145km/h를 던지는 프로 2년차 강속구 투수 조영민과의 과감한 트레이드도 감행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를 끝까지 믿어주는 뚝심이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이범호·김태균·스미스 클린업 트리오를 변함없이 유지했다.
결국 김태균은 지난 6~7일 두 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터뜨렸고, 이범호는 12일 LG전에서 막판 2루타에 이어 쐐기점까지 뽑은데 이어 14일 기아전에선 6회초 극적인 1개의 홈런을 포함해 7회 3점 결승 홈런을 작렬하는 괴력을 뿜어냈다.
또 기아가 방출한 김인철을 중용해 톱타자로 키우고, 플레잉코치 지연규를 구원 전문으로 내세워 10세이브를 거뒀다. 10년 가까이 두산(전신 OB) 감독으로 있다가 지난 시절 ‘선동열 태풍’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인생활로 1년을 보냈던 김인식 감독.
올 시즌 한화로 현장 복귀한 그는 시즌 초 주전들의 부상과 허술한 마운드를 특유의 경험과 노련미로 극복하고 국내 프로야구 감독 5번째로 700승을 올렸고, 꼴찌였던 팀 한화를 삼성 두산 롯데 등과 함께 4강 체제를 구축했다.
시즌 초의 들쭉날쭉한 타선에서 짜임새 있는 공수플레이로 어느새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화의 연승 비결에 대해 살짝 엿본다.
-얼마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5번째로 감독 개인통산 700승을 달성하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는데.
▲쌍방울(91∼92년)과 두산(OB)감독(95∼2003년)때 통산 672승을 쌓았다. 그리고 한화에서 얼마전까지 28승을 추가하면서 700승을 올렸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감독직을 쉬면서 현직에 복귀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한적이 있었기 때문에 600승 때보다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투수 출신 감독 답게 부임한지 반년도 안돼서 무너졌던 마운드를 몰라보게 재건시켰다. 또 시즌 초 들쭉날쭉한 타선과 느슨한 수비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떤 노력을 해왔나.
▲선수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치를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중엔 되도록 선수들에게 지적을 자제했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때까지 옆에서 지켜봐 줬다. 기술적인 향상도 그래야 오는 것이다.
결정적 이었던 것은 그동안 수비와 톱타자가 약간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브리또를 데려와 수비에서, 조원우를 트레이드해 공격에서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했다.
-출장시킨 선수는 단 한번의 타순 조정없이 계속 기용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때까지 기다려주고 다른 팀에서 쫓겨난 선수들을 받아들여 업그레이드시킨 감독으로 유명한데 화려한 변신을 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때론 타석에 나간 선수들이 삼진아웃으로 끝나거나 스리아웃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되도록 그라운드에 나간 선수가 그 경기를 해결하는게 응집력이 가장 좋다고 본다.
물론 결정적일때 대타를 쓰긴 하지만 확률적으로 낮다. 계속 나가던 선수가 경기를 풀어나가는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또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데도 좋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잘하는 팀을 가만히 보면 야수가 안정적으로 가는 팀이 항상 상위클래스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런점에서 나갔던 선수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20대 젊은 선수들이 판치는 다른 팀과 달리 한화는 30대 노장 선수들이 주도한다. 어떻게 보고 있고 최근 여성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조성민은 앞으로 어떻게 운용할 계획인가.
▲30대가 기량을 보이는 것은 결국 야수들(젊은 선수)이 아직까지 제 기량을 못올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시기적으로 더 지나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 할 것으로 본다. 조성민은 현재 잔류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데 날로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10일 정도는 더 지나야 7월중 던지냐 마냐가 결정될 것 같다.
-10년 가까이 두산(OB 전신) 감독으로 있다가 지난 시절 ‘선동열 태풍’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인생활로 1년을 보냈다. 그 당시 생활은 어땠고 현재의 건강상태는.
▲당시마음은 편했다. 선수들 관전평을 일주일에 두번씩 썼다. 그리고 하루 한시간씩 달리는 운동을 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많이 좋아졌다. 거의 예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계획과 욕심이 있다면.
▲한화에 색깔을 입히려 한다.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내 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몇년 동안 중하권에 머물러 한화의 존재가 다소 희미해 진 것 같다. 한화하면 ‘그 선수! 어떤팀’이라는 색깔이 없다. 조성민을 데려온 것도 이런 의미이고, 조원우 같은 악바리, 정민철 같은 스타성 있는 선수로 색깔이 있는 한화를 만들고 싶다. 또 욕심이 있다면 함께 한 선수들의 야구인생에 도움이 된 감독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홈팬들에게 한마디.
▲성적이 들쑥날쑥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자체적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힘을 받으려면 팬들의 힘이 필요하다. 시합에서 지고 이기는 것을 떠나 선수들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다소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지켜봐 달라.
김인식 감독은
지난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창단 감독을 시작으로 92년까지 팀 사령탑을 맡았고,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 감독(OB 전신)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한화 감독에 오른 김감독은 15일 현재 702승 38무 738패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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