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오락가락 날개 꺾인 재래시장

정부 정책 오락가락 날개 꺾인 재래시장

<소비자/유통>

  • 승인 2005-06-10 00:00
  • 박은희 기자박은희 기자
▲  지난 7일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가칭) 설립 대표자 회의’가 열린 가운데 전국 13개 시·도 재래시장 대표자들이 참석해 연합회 설립을 위해 논의했다.
▲ 지난 7일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가칭) 설립 대표자 회의’가 열린 가운데 전국 13개 시·도 재래시장 대표자들이 참석해 연합회 설립을 위해 논의했다.
활성화 대책 1주일만에 전면 백지화
전국상인聯 대표자회의 합의점 실패
주변상권과 연계 스스로 변화 나서야


“불과 일주일 만에 말이 바뀌고…걱정한거 생각하면 영세상인 두 번 죽인 거나 마찬가지죠.”
“경쟁력 없는 재래시장 상인은 퇴출이라더니 대안 없는 정부의 졸속 대책 아닌가요.”

지난 1일 정부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재래시장 활성화 정책, 즉 경쟁력 없는 재래시장에 대해서는 폐쇄하거나 용도 전환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이 불과 일주일도 못돼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 간에도 정부 입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의 활성화 정책방향이 시장의 경쟁력 확보 여부에 따라 달리 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드러난 만큼 재래시장 육성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래시장 구조조정은 가능한가(?)=지난 1일 정부는 전국 1700여개 가운데 경쟁력이 없는 570여개 가량의 재래시장을 폐쇄하거나 용도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재래시장이 생긴 이래 정부의 인위적인 강압에 의한 첫 구조조정 대책으로 지역 재래시장은 물론 전국적인 이슈로 작용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4분기 중에 1700여개 재래시장 가운데 실질조사를 통해 ▲경쟁력확보시장 ▲상권회복가능시장 ▲기능상실, 쇠퇴시장 등으로 나눠 차별화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대책이 논란이 일자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재래시장을 인위적으로 정비하거나 퇴출시키기로 한 구조조정 대신 지원책 위주로 전면 재검토키로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선택’과 ‘집중’을 택하려 했던 정부가 ‘나눠주기’라는 차선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가칭) 설립=지난 7일 동구청 회의실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중 13개 시·도 재래시장 연합회 회장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가칭)’를 설립 대표자 회의를 가졌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되는 재래시장 특별법에 따라 9개 시·도 이상에 소재하는 상인회 등 상인조직 대표 2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연합회를 구성하고 국가로부터 예산, 행정 등 다양한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 설립을 위해 모인 이날 참석자들은 첫 단추 채우는 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역 대표자들은 회의 시작 후 3시간이 넘어서도 이날 회의의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으며 자신이 속한 재래시장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등 난상토론장으로 변해버렸다. 마라톤 회의를 끝낸 이들은 대전시재래시장상인연합회 송행선 회장을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 임시의장으로 선출했으며, 이날 중기청이 제안한 정관 표준안에 준해 구체적인 연합회 설립 추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재래시장 중 최대 규모인 서울지역 재래시장 대표자가 불참하는 등 구성원간의 합의점 도출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 재래시장 육성법이 본래 취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근본적인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은=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과 재래시장 특별법 등을 지켜본 재래시장 상인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케이드 설치 및 공용주차장, 공용화장실 등의 현대화 시설이 낙후된 재래시장의 이미지를 높일 수는 있지만 재래시장을 근본적으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근상권과 재래시장을 연계해 전반적인 지역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등 상인 스스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행선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 임시의장은 “재래시장이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전국 시장 상인연합회가 설립되는 등 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을 구하기 위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상인들 스스로 변해야 재래시장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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