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준 난향회(蘭香會)’는 류학근(48·회계과) 회장과 박종만(46·총무과) 총무 등 모두 25명의 회원들이 지난 92년부터 난을 재배하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식물인 난으로 과연 무슨 활동을 하겠느냐’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게만큼은 실로 남다르다.
창단 당시 10여명에 불과했지만 난향회는 봄과 가을 두 번 정기적으로 모이고, 일부는 난을 채취하기 위해 수시로 모여 직접 산을 찾는다. 회원들은 난을 찾기 위해 이산 저산을 다니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경험하곤 한다.
여름 장마 때 급류에 갇히는 것은 물론 벌에 40여방 이상 쏘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독사를 만나 생과 사의 기로에 놓였을 때도 있다.
난은 식물 중에서 가장 고등개체에 속한다고 한다. 부모와 자식을 아는 난은 자식이 죽으면 부모가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부모가 죽으면 자식이 생명을 이어가는 놀라운 식물이다.
또 하나의 씨가 자라서 싹을 틔우고 잎으로 자라는데 14~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박종만 총무는 “이렇게 길고도 험난한 오랜 인고의 과정이 있기에 과거 많은 군자들이 난을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파트나 개업 등의 행사가 있을 때 선물 받은 난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에 물을 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류 회장은 “물을 주는 것은 곧 내 가슴을 적시는 것과 같다”며 “난의 녹색의 기운이 나와 교감하는 것”이라며 난에 대한 살가운 애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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