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곡 계룡산 갑사 주지 |
소형박물관 공사지연… 예산지원 필요 “소장문화재 꾸준히 일반인 공개할 터”
불기 2549년 부처님 오신 날(15일)을 맞이해 지난 1일부터 계룡산 갑사 보장각에서 월인석보 제21권 판목을 특별전시,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 모은 갑사 주지 장곡스님을 만나 월인석보를 전시하게 된 계기와 의의, 그리고 석탄일의 의미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월인석보 전시가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월인석보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불교는 종교를 떠난 문화의 일부입니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2000년이 되었는데 그 세월동안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는 불교문화재는 70%에 해당됩니다. ‘월인석보’는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화의 집합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이 한글 창제 후 최초로 펴낸 책이 바로 가창곡의 시곡인 ‘월인천강지곡’이라면 부처님 말씀을 모아놓은 게 ‘석가보’이고 부처님의 행적을 한글로 풀어쓴 일생도가 바로 ‘월인석보’입니다.
월인석보는 따라서 한글 연구에 있어서 절대적인 자료이고 당시 풍속도 이해할 수 있지요. 또 그 당시 방언도 연구할 수 있는 국학 자료입니다. 우리 현실에 맞는 가창곡과 시조로 만들어지고 연극, 회화로 널리 알려진 종합적인 문화예술의 판이라 할 수 있지요. 한글이 창조된 이후 최초로 불교를 언해한 것입니다. 총체적으로 볼 때 종교를 뛰어넘어 문화를 선도했다고 볼 수 있어요.
-갑사에서 월인석보를 전시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갑사에서 소장해 온 월인석보 복각판은 그동안 유실, 손괴, 화재가 염려스러워 일반인에게 공개를 안했는데 소형박물관 건립을 계획하면서 한정적으로 특별전시해 대중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갑사는 종합박물관이에요. 각 전각마다 문화재들이 있거든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역사 속 문화보고이고 박물관이거든요.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들을 가시적인 박물관 형태로 일부나마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근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갑사의 문화적인 위치도 확인시켜줄 겸 해서요.
-갑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보물, 문화재에는 뭐가 있나요.
▲갑사에는 국보 제298호인 상신불 괘불탱화가 있습니다. 보물로는 제256호 철당간 및 지주와 제257호 부도, 제478호 동종, 제582호 선조2년의 월인석보 판목이 있지요.
또 유형문화재로는 석조약사여래입상, 석조보살입상, 사적비, 대적전, 강당, 대웅전과 대웅전석가모니불상, 약사여래불상, 아미타불상, 문수보살상, 보현보살상, 관세음보살상, 대세지보살상이 있어요. 문화재 자료로는 표충원, 삼성각, 팔상전, 갑사중자사암지 3층석탑, 영규대사비, 계룡산 천진보탑이 있지요.
이밖에도 미지정문화재로 강당사액, 공우탑, 대웅전, 대적전, 삼성각,범종각, 보장각, 일주문, 적묵당, 진해당, 해탈문 등 106점이 있습니다. 국보 1점, 보물 4점, 유형문화재 7점, 문화재자료 5점, 미지정문화재 106점을 보유한 갑사는 불교인들의 성보이자 한국불교문화의 정수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보장각 전시장에 부처님 족적도가 보이던데요. 상당히 크더군요.
▲상징적인 의미죠. 부처님은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삿된 것이 성스럽게 변하고 어두운 것이 밝은 것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부처님 족적도에 그려진 문양들은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3일에 한번씩 전시물을 교체하는데 충청권에서는 단연 압권이라고 하죠.
-갑사에 지어질 박물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1차 건물만 지어놓고 내부 공사는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정부적인 지원이 있어야 되는 대규모 공사거든요. 현재 월인석보가 전시되고 있는 보장각에는 연일 참관자들이 상당히 많아 개관한지 보름도 안돼 벌써 수만명이 다녀갔습니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한글이 고스란히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죠. 우리의 글로 문화의 정체성을 나누는 요체입니다. 국문학 등 여러 예술을 총망라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들이 뜨겁습니다. 연일 참배하는 사람들은 박물관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공주, 부여 박물관을 따로 갈 필요 없이 여기가 바로 자연박물관이고 자연적인 갤러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시공간을 만들어놓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돼 있지요. 예부터 사찰은 문화의 중심이고 교육의 중심이었죠. 해방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서 단지 박제화 된 종교, 전시화 된 불교로밖에 인식을 못한 상황 속에 그동안 조상들이 심어온 살아있는 교육장과 터전으로서의 활동을 해오는 거죠. 일부러 찾아가는 전시관이 아니라 유물, 전시품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노천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이 바로 지향하는 목적점입니다.
-이번 석탄일의 봉축 주제는 ‘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이라면서요.
▲지난 주말 갑사가 주최했던 ‘자비의 탁발식’은 ‘나눔으로 하나되는 세상’이라는 봉축주제에 부합되는 행사였습니다.
석탄일을 맞아 부처님은 일체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사바세상에 오심을 깨닫게 하고 싶어 대전역광장과 중앙시장에서 탁발행사를 했던 것입니다. 미혹을 깨쳐서 밝은 마음으로 살게 하기 위해 오신 부처님의 뜻을 헤아려 중생들이 부처가 되고 범부가 성인되게 하는 인간 해방을 꿈꾸는 거죠.
중생들은 구하고 싶은 것을 구하지 못해 사바세계를 고통스러워하는데 이 세상에 종교가 필요한 것도 고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불교가 해야 될 일은 뭘까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것입니다. 나보다 더 어둡고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내적인 무지로부터 해방시켜 외적인 행복과 관심을 갖게 하고 자비의 탁발을 하는 것, 초파일 불을 켜는 것도 일체 중생들에게 밝은 빛을 비추는 상징적인 행사로 볼 수 있습니다.
손에 손 잡고 밝은 빛이 온 우주에 비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모든 빛은 하나에서 시작됐죠. 그것을 하나의 캠페인화하고 기리는 게 바로 초파일 행사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시죠.
▲이제 갑사에서의 특별전을 봄가을로 열려고 합니다. 소장한 문화재들을 몇 년간 특별전시해도 부족할 정도로 보여드릴게 많습니다. 올 가을에는 미공개 복장전을 하려고 해요. 부처님의 경전, 내용물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거죠.
복장전과 더불어 가을 계산대제때는 우리 지역이 떠들썩하게 충무체육관을 빌려 영규대사추모제를 하려고 합니다. 사이드카의 선도 아래 충무체육관으로 탱화를 옮기고 취타대와 의장대 군악대 퍼레이드를 펼칠 생각이에요.
국보 제298호인 삼신불 괘불탱화가 10월 중순경 충무체육관으로 나들이 가면 600 년 만에 갑사를 떠난 괘불탱화는 대전의 볼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국악과 관현악이 어우러진 가운데 영규대사 진영을 모시고 군인 헌병을 세우고 충무체육관 사거리에서 취타대와 군악대 퍼레이드를 펼치는 영규대사 추모제의 클라이맥스를 상상하고 있어요.
/정리=한성일 기자 /사진=이민희 기자
<약력>
▲55년생 ▲73년 진경 스님을 은사로, 지정 스님을 계사로 마곡사에서 사미계 수계 ▲월하 스님을 계사로 통도사에서 비구계 수계 ▲동국대 불교대 졸업 ▲논산 관촉사 주지 역임 ▲백제불교중흥회 창립, 논산 현정유치원 설립, 현정사 창건, 부여 고란사 주지 취임, 백제불교사상연구회 설립, 월간 백제불교 창간, 부여 불교문화원 건립 및 초대원장 역임, 부여 비로자나 유치원 건립 ▲계룡산 갑사 주지 취임, 공주사암연합회 회장 취임, 계룡산 보전시민모임 공동대표, 민주언론 대전충남 지부 중앙위원, 조계종 12대 중앙종회 포교분과 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대전전법도량 백제불교회관 관장 취임, 대전백제불교문화대학 이사장, 사단법인 대전아미타불교 교양대학 학장, 동국대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조계종 13대 중앙종회의원, 대전충남 공무원불자연합회 지도법사,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대전지부장, 충청남도 바르게살기위원, 충남지방경찰청 경승실장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법장) 표창패, 대통령 표창(경찰청 경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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