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하나 축구동호회에는 축구에 ‘미친’ 사람들이 많다. 결혼하는 날 아침에 운동장에 들러 ‘깔끔하게 볼 한번 차고’ 예식장으로 달려간 총각만 서너명이 넘는다.
부모님 생신상도 저녁에 차린다. 아침엔 볼을 차야 한다. 불효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땐 아예 장기휴가를 받고 미국으로 떠버린 사람도 있다. 다리가 부러져도 휴일만 되면 몸이 쑤신다. 아니 부러진 다리가 근질근질하다. 스탠드에 올라 심판이라도 봐야 속이 시원하다.
이렇게 ‘미친’ 사람들이 많다보니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강범수씨가 장가가는 날이었다. 성실히 나오던 골키퍼가 나오질 않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강씨 예식장에 가느라 못나왔단다.
하지만 아뿔싸. 그날 아침 강씨는 축구를 ‘찐하게’ 한판 차고 예식장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정작 신랑은 나왔는데 하객이 안나왔다니 유구무언이다.
지금은 동호회 회장으로 변신한 강범수(공주지점 지점장)씨는 이를 ‘열정’이라 일컫는다.
강회장은 “열정이 있어야 팀이나 조직이 제대로 꾸려질 수 있다”며 “기존 충청은행과 하나은행 합병 이후 축구가 조직 융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축구는 은행 홍보와 영업을 위한 최고의 수단 중 하나다. 거래처 사람들과 친선경기를 펼치며 우애를 다진다. 서로 땀흘려가며 어깨도 토닥거려주고 서로 밀치고 넘어지며 일으켜세워주고 하면서 쌓는 관계는 정중하게 양복 입고 사무실에서 만나는 것과는 달리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간담을 서늘케하는 일도 있다. 지난주였단다. 모지점 거래처와 ‘피튀기는’ 접전 중 상대방이 넘어졌는데 얼굴에 꽤나 큰 부상을 입힌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넘어진 상대방이 거래처 자금담당 차장이었다는 것. ‘큰 고객’에게 상처를 입힌 동호회 사람들은 순간 아연실색했단다. 물론 결말은 웃으면서 끝났지만 그 순간엔 정말 아찔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땀흘리는 운동에서조차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를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쩌면 프로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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