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중 한마음정신병원장 |
중독치료에 의료. 유학계 ‘새바람’
음주충동 자기 조절력 체득 관건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 해 온 술은 그만큼 인류에게 사랑 받아왔다. 술에 자극·살균작용, 중추신경 억제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류는 술 빚는 법을 체득한 뒤 생활 속에서 즐겨왔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오랫동안 중추신경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사고력과 기억력에도 장애를 준다. 그리고 장기간의 과도한 음주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정신질환까지 유발해 본인과 가정파괴는 물론, 사회에 큰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
이같은 알코올 중독 치료에 10여년 간 전념해 온 한마음정신병원 김갑중 원장은 최근 유학사상을 접목한 알코올 중독 치료를 시도해 의료계는 물론, 유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내재돼 있는 유학적 정서를 활용해 환자들의 치료 의지와 인내심을 유도하는 김 원장의 덕행인지 치료는 향후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김 원장으로부터 알코올 중독 문제와 그의 덕행 인지 치료이론을 듣는다. <편집자 주>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술 권하는 사회’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 같은 음주문화가 알코올 중독자 양산을 부추기고 치료에 장애를 주는 것은 아닌지요.
▲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은 음식문화에 압축돼 있고, 음주문화도 그 사회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술로 인해 생기는 문제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이는 여가를 보내는 방식의 문제 때문입니다.
창조적 자기 계발을 위한 여가 활용보다는 단순한 휴식이나 기분 전환 중심의 여가 생활을 하다 보니 격렬한 음주행위를 통해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발전해 온 것으로 봅니다.
이 때문에 알코올의 순기능적 역할만 강조하는 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돼 알코올 중독이 치료의 대상보다는 기호나 생활습관의 문제, 또는 일시적인 도덕적 해이에서 오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치료에 결정적인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알코올 치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 하시나요.
▲알코올 중독은 유전적이면서 생물학적, 심리 사회적이고 영적인 차원까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기 때문에 치료는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우며, 특히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환자임을 부정하고, 언제든지 술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지만 주위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술을 먹는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중독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자신이 중독 환자임을 깨달아 술을 끊어야 한다는 강한 동기의식을 가지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쳐 치료보다는 격리 목적으로 모든 것이 망가진 상태에서 입원하는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 알코올 중독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병입니다.
술을 끊었다 하더라도 한 모금만 입에 대면 바로 조절력을 상실하고 연속 음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즉, 수년 간 술을 끊었다 하더라도 일단 술을 입에 대기만 하면 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재발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앞서 말한 자기 성찰과 수양, 각종 치료 모임 적극 참여, 알코올 전문 상담센터 등을 통해 음주 충동을 누르는 자기 조절력을 체득해야 합니다.
-청소년 음주문제가 심각한데 술이 청소년들에게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음주 문화가 좋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음주는 늘고 있다고 합니다. 청소년기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취약한 시기이기 때문에 독성 물질인 알코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즉, 청소년들은 신체 내의 세포를 비롯한 모든 조직이 성숙되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술의 침해에 더욱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알코올로 파괴된 뇌신경세포는 다른 조직세포와 다르게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고, 기억력 감퇴가 더 심할 수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면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알코올 중독 치료에 있어 중요한 가족의 역할을 설명해주세요.
▲알코올 중독은 가족 전체가 심각한 정신 증상으로 시달리는 가족병입니다.
최근 사회 문제로 심각해진 가정 폭력의 주원인으로 알코올 중독이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가족들은 발병이 자기들의 잘못으로 생겼다는 그릇된 죄책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들도 병이 들고, 결국 가정파괴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가족들은 무엇보다 알코올 중독은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병이라고 인식해 죄책감이나 책임감, 또는 퇴원 후의 보복에 두려워 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또 전문가들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많은 지식을 얻어 가족이 이 병원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 원장님이 시도한 덕행인지 치료는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세요.
▲덕행인지 치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내용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 간단한 접근방법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 서구에서 도입된 치료 방법이 동원됐지만, 효과는 크게 얻을 수 없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치료법을 고민하게 됐고, 유학 사상에서 비롯된 도덕적 깨달음에 근거한 자기 수양과 성찰로 알코올 중독 치료의 관건인 자기 조절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환자들이 퇴계, 율곡의 성리학 이론의 핵심인 성찰을 통한 자기수양으로 용암처럼 꿈틀대고 있는 음주 충동을 억제해 성공적인 단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환자들에게 덕행 인지치료를 해 본 결과는 어떤가요.
▲환자들에게 덕행인지 치료를 해 본 결과 기존 치료법보다 좋은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5년 여 동안 이 같은 접근 방법을 새로 도입해 치료적 효과를 확신하게 됐고, 여러 학회에서 전문가들에게 발표도 하고 책으로 정리해서 알리고, 또 계속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학계의 관심과 격려도 받고 있습니다.
중독은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물질 뿐 아니라 카지노, 경마, 경륜, 컴퓨터 게임과 같은 행동 중복도 똑같은 질병으로 봅니다.
최근 국가나 지자체에가 앞장서 눈에 보이는 세수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같은 사행산업을 부추기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다른 형태의 중독자를 양산하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며, 결국 이들을 위해 수입의 몇 배를 다시 투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약력>
대전고와 충남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성균관 의대 강북 삼성병원 정신과 전문의를 수련했다. 현재 한마음 정신병원장을 지내며 성균관 의대 외래교수, 충남의대 외래 교수 등 후진 양성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전충남지부 학회장과 한국 중독 정신의학회 감사, 대전시 정신보건 심판 위원, 대전 중구 문화원 이사 등 각종 학회 및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알코올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2001)’, ‘온전한 삶을 위한 사랑의 메시지(2002)’, ‘우리 전통 행동인지 치료(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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