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웅래 선양주조 회장 |
선양주조 인수 두 달, 일단 합격점 “3년후를 봐달라”
직원 기 살리기 감동 경영 “사람 냄새나는 회사 돼야”
지난해 선양주조가 매각됐다는 소식은 지역 경제계의 핫 뉴스였다.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선양주조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몇 안되는 대표적인 향토기업을 인수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뉴스 메이커는 ‘700-5425~’란 광고로 잘 알려진 모바일 콘텐츠 기업대표인 조웅래(47)대표. 모바일콘텐츠 업체인 (주)‘5425’가 선양주조를 인수했다는 사실은 정보기술(IT)업체가 굴뚝산업인 소주회사를 인수한 자체로 얘깃거리가 됐다.
10여 년 전 2000만원으로 ARS(자동응답시스템)사업을 시작해 연간 매출액 300억원이 넘는 업계 수위의 기업으로 만들었던 그는 ‘5425’라는 브랜드 파워 못지 않게 선양주조의 브랜드도 전국민이 알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마케팅의 귀재인 조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선양주조가 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구성원들이 달라지면서 조직의 문화마저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3년 후의 선양주조를 봐 달라’는 조회장을 만나 선양주조의 향후비전과 사업방향에 대해 들어본다.
▲새 사업 도전 과감히=선양주조를 인수한 후 모기업인 ‘5425’마저 대구에서 대전으로 본사를 이전한 조회장.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낯설게 느껴지던 음악메시지와 인사말 서비스를 전국민들이 한번쯤 사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음악메시지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그는 ‘굴뚝 산업에 벤처정신을 심겠다는 생각으로 선양주조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선양주조의 가치가 저평가 됐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고심하던 중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선양주조를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제품수명이 짧고 변화무쌍한 IT시장에 잔뼈가 굵은 그가 굴뚝산업에서도 성공을 거둘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선양주조를 인수한 지 두 달, 일단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바닥을 맴돌던 선양주조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상승추세를 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람 냄새나는 회사 만들것=‘사람과 사람사이’라는 5425의 슬로건처럼 선양주조도 사람 냄새나는 회사로 만든다는 것이 그의 경영방침이다.
이같은 그의 생각은 취임 초부터 본격화 됐다. 회사 인수 후 전직원을 100%고용 보장했으며, 연말 100% 특별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직원들의 기(氣) 살리기에 나섰다.
이같은 ‘사람’중심의 경영은 일시적인 당근책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사원들과 부인들의 생일을 모두 파악해 생일을 맞은 부인들에게 꽃다발을 배달했다. 난생처음 남편이 다니는 회사 사장으로부터 꽃을 받은 부인들은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을 다시 보게 되고 남편이 자랑스러워지고 회사에 대한 애정마저 생겼다는 것이 부인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직원 기 살리기’와 ‘감동경영’은 모두 사람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출발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경영은 결국 사람을 남기는 장사”라는 그는 “개인의 힘으로는 지금과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없다”며 맨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양 새찬’을 이슈화 하겠다=이러한 그의 사람중심 경영철학은 마케팅전락에도 녹아들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지역소주인 선양새찬을 마셔달라고 무조건 호소하지 않겠다”며 소비자들이 선양새찬을 마셔본 뒤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제품의 질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그는 “새롭게 도전하는 주류사업과 그동안 해 왔던 모바일콘텐츠 사업은 아이템만 다를 뿐 큰 틀에서 같다”라고 말한다.
소주와 모바일 콘텐츠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의해 선택되는 최종 소비재라는 점과 마케팅과 영업, 수금구조가 같다는 것이다.
특히 콘테츠(정보)를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5425나 소주 한잔으로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선양주조도 매개체만 다를 뿐 추구하는 사업영업은 같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사람중심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그는 청춘마케팅과 감성마케팅을 강조하며, 경쟁사에 비해 뒤처져 있는 젊은 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 층을 못 잡으면 미래가 없다’는 그는 그동안 젊은층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모바일콘텐츠 사업의 경험을 소주시장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젊은 층 공략을 위한 전략 중하나가 최근 실시하고 있는 ‘선양새찬 뮤직페스티벌’. 선양새찬 소주병마다 스크래치응모권을 부착해 ‘5425’가 제공하는 벨소리 등 모바일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품행사다.
젊은 층 공략과 중장년층을 위한 다양한 전략으로 “소주를 주문할 때 자연스럽게 ‘선양 새찬 주세요’라고 외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선양 새찬을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이슈화 하는데 초점을 두는 마케팅을 펴겠다”고 덧붙였다.
▲삐삐에서 휴대폰, 소주로 변신 거듭=경북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1992년 2000만원으로 ARS사업에 뛰어들었다. 96년부터는 삐삐에 자신의 독특한 인사말을 남기는 삐삐 인사말 서비스를 시작하며 회사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정보통신단말기가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진화하자 발 빠르게 ‘음악편지 서비스’ 사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대박을 터 뜨렸다.
당시 5425는 18명 직원이 연간 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일당 백’의 신화를 일궜다.
‘5425’의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음악과 관련된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에 멈추지 않고 선양주조를 인수한 그는 올 상반기중에도 지역경제계도 놀랄만한 일을 구상하고 있다.
한마디로 ‘삐삐에서 휴대폰, 소주시장을 거쳐 이제는 세계로’라는 거대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털털한 이미지로 소주를 닮은 조회장=대전으로 이사 한 뒤 그의 생활에서 달라진게 두 가지 있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다는 외형적인 변화와 ‘회장’이라는 호칭. 그동안 캐주얼만 입던 그는 “향토기업의 대표로 거래처 사람들과 지역인사들도 만나야 해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고 말했다.
캐주얼을 즐겨입고 유연한 사고로 부담없는 소주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거북하기만 느껴지던 넥타이도 이제는 자연스러워 졌다고 한다. 하지만 ‘회장’이라는 호칭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동네 선배나 후배로 봐 달라”고 말한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마라톤. 풀코스를 10여차례 완주한 그는 마라톤이 화제가 되면 2~3시간 푹 빠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마라톤 마니아이다. 4월에는 보스턴 마라톤에도 출전한다.
직원들을 위해 10억원 상당의 복지기금을 쾌척하고 지역사회에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한 그는 “선양주조도 지역 기업으로 역할을 다하는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정리=권은남 기자 / 사진=이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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