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수 통계기획국장 |
대전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로 ‘평균’ 2시간 정도 걸린다. 어떨 때는 너무 잘 달려서 “이렇게 빨리 가면 남는 시간을 어디서 보낼까?” 고민하다가도 어떨 때는 서울근처에 가기도 전에 길이 막혀 속을 태우기도 한다. 이렇게 속을 태우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는 ‘대전서 서울까지 평균 2시간’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계는 대부분 평균이라는 대표수치로 제공된다. 이렇게 통계로 나타내는 평균은 복잡한 현상을 간단한 숫자로 나타내 주기 때문에 고맙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함정에 빠져 오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장수가 군사를 거느리고 진격하다 강을 만났다. 장수는 군사들이 강을 건널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척후병에게 강의 수심을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척후병은 강의 여기저기를 조사하여 평균수심이 1m라고 보고했다. 장수는 군사의 평균 신장이 1m50cm이니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강을 건너도록 지시했지만 낭패에 빠지고 말았다. 평균 수심은 1m이지만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2m를 넘었기 때문에 많은 군사들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평균 얼마’라는 수치와 함께 ‘편차’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때는 평균보다는 교통사정을 감안해서 많이 걸리는 시간을 기준으로 대전에서 출발하는 시간을 정해야 하고 장수도 평균수심보다는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을 기준으로 강을 건너는 결정을 해야 한다.
현대는 정보화사회이다. 문맹, 컴맹이 있듯이 통계정보를 제대로 못 읽으면 ‘통맹(統盲)’이 된다. 언론매체에 발표되는 많은 통계수치는 누가, 어떤 목적과 방법으로 만든 통계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체 평균 외에 세분된 정보도 읽어야 한다. 학력별, 연령별, 지역별 등으로 세분된 평균 수치를 모두 보아야 사회현상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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