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갑원 청장 |
장사 하는 사람들은 내년에는 경기가 풀려 사업이 잘 되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을 것이고,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둔 자녀가 있는 엄마는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며 점집을 찾는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아맞힐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먼 장래에는 과거로 미래로 시간의 경계를 넘어 다닐 수 있다는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발명되어 우리의 앞날을 미리 볼 수 있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불과 몇 시간 후 아니 몇 분 후의 일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달 21일, 통계청에서는 ‘2002년 생명표’를 발표하였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자는 80세까지 살고, 남자들은 73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7년여를 더 오래 산다.
그러나 10여년 전인 1991년과 비교하면 남자는 5.6세, 여자는 4.5세가 늘어나고 있어 남녀간의 수명 격차는 점차 좁아져 가고 있는 추세 이다. OECD 30개국의 평균수명과 비교하면 남자는 1.3년, 여자는 0.2년 낮은 수준으로, 여자의 경우 OECD국가와 거의 비슷하다.
우리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를 통계청에서 어떻게 알까? 통계청에 미래를 다녀올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거나 도통한 ‘점쟁이’가 있는 건 아니다. 통계청은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바로 ‘통계’라는 기술이다.
“당신은 73세까지 살겠습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유한한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73세까지 살 확률은 68%입니다” 라는 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통계를 활용하면 가능해 진다.
그럼 이렇게 생존 확률에 의한 불완전한 미래 예측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오늘 비올 확률은 68%입니다”라는 기상 캐스터의 발표를 듣는 사람의 반응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이 아쉬운 중년 아저씨나 예쁘게 화장하고 데이트를 나서는 아가씨라면 당연히 우산을 챙겨 가지고 외출할 것이다. 그렇지만 보슬비에 젖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청년이라면 크게 개의치 않고 레인코트만 걸치고 나갈 것이다.
연말이다 보니 날마다 이어지는 송년모임에 지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렇지만 사회의 관심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이웃들을 찾아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주는 송년모임도 많다고 한다. 또 영화나 음악감상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송년모임을 갖는 그룹도 있다.
술에 찌든 송년회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이웃의 아픔을 생각하는 송년모임이 많이 늘어 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독자 여러분을 생존의 확률에 들도록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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