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플린 총장 취임식, |
대덕단지 출신인사 대거 국회에 진출 ‘쾌거’
숨가쁘게 달려온 2004년. 우리나라 과학기술 메카인 대덕연구단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성과물의 개발이 잇따랐으며 외국계 연구소도 대덕에 앞다퉈 둥지를 트는 등 ‘과학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정보화촉진기금 비리사건이 전대미문의 대형 스캔들로 불거지면서 대덕단지 출연연의 도덕성이 시험대에 올랐으며 낙하산 인사설, 대덕 R&D특구법 논란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편집자 주
올 한해 대덕단지에는 21세기 한국의 먹거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형 연구성과물들이 대거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끈 것은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WiBro) 시제품과 1m급 고해상도 위성 카메라 개발.
와이브로 시제품은 시속 6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차량 안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실시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번 성과는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이후 우리나라 IT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혁신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시제품 개발로 제한된 장소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무선 인터넷을 이제부터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어느 곳에서나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이스라엘과 공동으로 개발한 1m급 고해상도 위성 카메라도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아리랑 2호에 탑재될 이번 카메라는 지구상공 685km 우주상공에서 가로와 세로 1m크기의 물체를 위성사진에서 하나의 점으로 표시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으며, 도로 위의 차량이 트럭인지, 승용차인지 식별할 수 있다.
또 종전 아리랑 1호에 탑재된 6.6m급 카메라 보다 무려 36배 이상 높은 해상도로 선명하고 정확한 위성사진을 얻을 수 있어 우리나라가 세계수준의 우주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큰 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중순에는 국내 대학 사상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 수장자가 연구중심대학인 KAIST의 총장으로 취임해 과기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러플린 총장의 취임에 따라 국내 최고 이공계 대학인 KAIST의 대외적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러플린 총장 영입으로 인해 KAIST가 대덕 R&D특구 시대를 맞아 대덕연구단지를 세계적인 클러스터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2004년 대덕단지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등 외국계 R&D연구센터가 대덕단지에 잇따라 둥지를 트는 성과도 두드러졌다.
지난달에는 7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카벤디쉬 연구소와 KAIST가 공동으로 설립한 `‘카벤디쉬-KAIST 공동연구협력센터’가 8일 KAIST 정문술 빌딩에 개소하고 본격 연구활동에 돌입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노벨상 수상자 65명을 배출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대덕연구단지에 내년 상반기 중으로 R&D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세계적인 암 전문 연구소인 미국 허친슨 암연구소도 지난 6월 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연구센터 설치를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제17대 총선에서 대덕단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것은 과기계 전체의 쾌거로 평가된다.
주인공은 홍창선 전 KAIST 총장이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했으며 경기도 화성에서 출마한 열린우리당 안병엽 전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총장이 금배지를 달았다. 또 이군현 전 KAIST 교수와 서상기 전 한국기계연구원장이 각각 한나라당 비례대표 16번과 20번으로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연구단지 근무시절, 기관장 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누구보다도 연구단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해 주고 있으며 과학기술 대중화와 관련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연구원 6명 구속…IT기관 도덕성에 흠집 ‘R&D특구법’ 논란 연내 국회통과 불투명
IAEA사찰. 낙하산 인사. 보라호 추락 악재
그러나 대덕단지에 이처럼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정보화촉진기금 비리사건은 대덕단지를 송두리째 흔들어 놨다.
감사원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정촉기금 출연사업에 대한 운용실태를 감사한 결과 IT 정부출연 연구소 관계자 21명이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대가 등으로 관련업체로부터 주식을 무상내지는 헐값으로 상납받아 충격을 줬다.
정촉기금 비리 사건으로 ETRI 전직 원장과 같은 연구원 6명이 구속됐으며 대덕단지 IT 기관들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다.
이를 계기로 대덕단지 IT 기관이 지난 98년부터 시행해 온 기자재 구매, 용역 위임 전결권 확대 등 연구책임자 자율권 강화 시책을 전면 손질해야 하며, 직원들의 윤리강령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또 지난 80년대 초와 2000년 대덕단지 원자력연구소와 서울 공릉동 옛 원자력연구소에서 국내 과학자들이 실시한 핵물질 실험에 대한 IAEA 사찰이 과기계를 뜨겁게 달궜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극소량의 우라늄(0.2g) 분리실험이 포함된 과학실험을 실시했으며 국내 연구용 원자로에서 극 미량의 플루토늄이 추출됐다.
IAEA는 지난 9월부터 모두 네 차례 국내에서 실험시설에 대한 사찰을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핵?원자??정책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증폭됐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IAEA 이사회에서 국내 핵실험에 대해 경고 수준으로 일단락 짓고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 미 회부를 결정했다.
대덕 R&D특구 특별법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논란을 빚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대덕단지만을 R&D특구 범위로 한정하고 집중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일정 조건을 갖추면 특구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요지의 개방형 특구법안을 발의, 격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결국 이 법안은 여야의 극렬한 대치로 연내 국회통과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절충안으로 대덕특구 원안에 개방형 특구 요소를 첨부시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또 대덕단지 일부 출연연들이 신임 기관장, 감사 등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의 잇따른 낙하산 인사설이 제기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ETRI, 항공우주연구원, KAIST의 감사직에 대한 낙하산 인사시비 때문에 국정감사 시 국회의원들의 따가운 질타가 이어졌으며 한국과학재단, 한국원자력연료 감사직, 연구단지관리본부 이사장 등에 대한 낙하산 인사설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이에 각 당사자들은 강력하게 항변하고 있으나 국가 R&D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소의 대외적인 이미지까지 혼탁해 지면서 ‘하나마나한 공모제’ ‘출연연 제살깎기’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높았다.
꿈을 채 펼치지도 못한 중견 연구원이 순직하는 아쉬운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4인승 소형항공기 보라(Bora)호가 지난 8월 4번 째 시험비행 도중 추락했다.
이 사고로 보라호에 타고 있던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은희봉(51)교수와 항공우주공학과 황명신(51)교수가 꿈을 채 펴보지 못하고 현장에서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국가 R&D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정부출연 연구소 과학자 및 연구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상 시스템이 전무,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시연회. |
▲ 정보화 촉진기금 감사, |
▲ IAEA 핵사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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