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학 부국장 |
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은 지난 2일 1000억원을 들여 SK(주)의 주식 144만3000주를 사들이기로 결의했습니다. 이에따라 외국인 지분율 급등으로 경영권의 위협을 받았던 SK(주)는 이들 두회사의 백기사등장으로 반전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이처럼 SK의 지분을 놓고 백기사 논쟁이 불붙고 있는 것은 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외국자본과 경영권을 지키려는 SK측의 우호지분 확보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SK(주)의 2대 주주인 소버린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내년 주총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을 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최회장측은 경영권을 넘겨줄 수 없다며 내년 주총에서의 표대결을 예상해 우호지분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같은 우호지분 확보에 삼성전자와 팬택앤큐리텔이 나서게 된 것이지요.
백기사 논쟁은 우리나라 간판기업들이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에 무력하게 노출되면서 경영권 방어책 측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10대 상장기업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50%대를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경우 외국인들은 경영진 교체를 통해 높은 배당을 실시하고 주식값이 오르게 되면 높은 값으로 자신의 지분을 내다팔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소버린측은 SK의 경영권에 도전하는 의사를 내비쳤고 이 경우 이사회 장악이 현실적으로 이뤄진다면 국내의 에너지 통신그룹이 넘어가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우호적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격히 오르던 SK주가가 주춤하고 소버린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던 외국투자가들이 주식을 내다파는 것은 경영권 장악(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배구조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그 만큼 주식의 메리트가 상실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적대적 M&A는 이처럼 1768억원의 사설사모펀드가 47조원에 이르는 그룹을 인수하게 되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으나 그렇다고 반드시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투명성제고나 기업지배구조개선등이 요구되며 언제든지 경영진이 기업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물러나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 경영진의 분발을 촉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투기적인 자금이 가세해 건전한 기업을 멍들게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경영권 위협이 지나치게 잦다보면 경영진으로 하여금 기업가 정신을 쇠퇴시키고 주가관리에만 치우치게 하는 소극적 경영자세를 불러일으키게 해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고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여하튼 이번 삼성전자와 팬택앤 큐리텔이 SK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외국자본이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을 막아내는 성과를 얻어 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측이나 팬택앤큐리텔도 SKT와의 단말기 사업에서도 일정의 이득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백기사의 충분한 역할을 한 셈이 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팬택앤큐리텔의 공동대처가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대외신뢰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안겨준 것도 사실입니다. 해외자본이 국내로 자유롭게 들락거리면서 기업의 적대적 M&A와 백기사 논쟁은 끊임없이 제기되겠지만 경영을 위축시키지 않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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